다른 시간 속의 그곳, 시탕
상하이의 작은 베니스 '시탕'
상하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을 달리다 보면
상하이와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납니다
현란하고 복잡스러웠던 곳에서 일순간 여유와 푸근함으로 느껴지는 곳
강남 6대 수향(水鄕) 마을, 시탕(서당, 西塘)입니다
시탕은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와 월나라의 접경지역으로
양국이 서로 견제하고 교역했던 곳이며
이후 도시가 성장하면서 사람이 늘고 수로를 중심으로
거리 곳곳에 건물들도 즐비하게 되었습니다
시탕처럼 물가에 자리 잡은 마을은 다섯 곳이 더 있습니다
‘주장, 퉁리, 주가각, 우전, 난신’
시탕은 이 다섯 곳의 수향 마을에 비해 비교적 늦게 주목받기 시작했는데요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시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속도감과 박진감 때문입니다
바로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의 촬영 장소로 알려지면서
평범한 시골마을이었던 시탕은 관광명소로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톰 크루즈가 인질로 잡힌 아내를 구하기 위해 수변도로를 전력 질주하고
그 장면을 긴박하게 잡아낸 카메라,
다닥다닥 붙은 기와지붕을 내달리고 총격전을 벌이는 것은 시탕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시탕의 잔잔함과 고즈넉함이 도드라졌고
마지막 장면, 악당을 물리치고 무사히 아내와 재회해 수로 석교를 건널 때의 모습은
해질 무렵 시탕의 아늑한 풍경과 어우러지며 완전한 일치를 이뤄냈습니다
영화 개봉 이후로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시탕은 아직도 그만의 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느림이라든가, 순박함이 아직 짙게 남아있어요
이곳이 더욱 애틋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이겠죠
물가를 벗어나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골목골목 명청시대의 고택들이 보입니다
시탕은 그냥 구경해도 정취가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곳곳에 숨겨있는 의미들을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답니다
시탕의 3대 명물을 소개해드릴게요
농탕, 랑펑, 치아오 이 세 가지가 시탕의 3대 명물입니다
농탕은 쉽게 말해 골목길
랑펑은 쉽게 말해 처마
치아오는 쉽게 말해 다리입니다
농탕(弄堂)은 북방지역에서는 후통이라 불리는 골목이에요
현재 시탕에는 100여 개의 농탕이 있고
가장 대표적인 농탕은 3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스피농(石皮弄)
길이는 68m 정도, 농 바닥에는 216개의 돌판이 깔려 있습니다
가장 폭이 좁은 구간은 골목의 너비가 1m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요
랑펑(廊棚)은 지붕 있는 복도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주로 수로 양 옆으로 기다랗게 조성돼 있습니다
비가 많은 강남 지역의 특성 상 자연스레 탄생했고
비를 피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죠
수로의 굴곡을 따라 굽이굽이, 혹은 일직선으로 조성돼 있어
걷다 보면 물의 도시의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치아오(橋)는 물을 건너는 다리입니다
현재 시탕에는 마을을 가로, 세로로 흐르는 하천을 따라 100여 개의 다리가 있는데
특히 16세기 초에 만들어진 오복교는 다리를 건너면
덕, 장수, 선행 등의 5가지 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네요
시탕 북쪽에 있는 와룡교는 높이 6m, 길이 30m로 시탕에서 가장 높은 다리입니다
시탕의 수로 마을 구획이나 건축양식 등은 지금까지도 비교적 양호하게 보존돼 있어
역사적, 건축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다양한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시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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