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신 첫 모금이 달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물은 마시는 것이었다.
강과 바다는 풍경이었다.
비는 그저 맞는 것이었다.
그 이름들 너머에서,
물은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차갑게 내려앉고, 흙을 적시고, 흙향을 밀어올린다.
어느 날은 봄비라 불리고, 어느 땐 소낙비가 된다.
물살이 밀려오고, 돌을 넘고, 굽이쳐 흐른다.
그 움직임을 강이라 한다.
수평선이 열리고, 바람이 불고, 푸른 물이 출렁인다.
그 거대함을 다 담지 못해 바다라고 부른다.
너무 크고 깊어서,
이름 하나로 묶어둔 것인지도 모른다.
이름을 걷어내면, 본래 형태가 없다.
고이기도 하고, 흐르기도 하며,
때론 스미기도 한다.
낮은 곳을 찾고, 틈이 있으면 파고들며,
막히면 차오른다.
스스로의 형상을 고집하지 않기에,
어떤 그릇에든 기꺼이 담긴다.
형태 없는 물이
봄이라는 그릇에 담긴다.
봄비가 되어 내려앉는다.
해야 할 일을 안다는 듯,
꽃망울을 밀어올리고 한창인 꽃잎을 적신다.
떨어진 꽃잎과 함께 흙 속으로 스며든다.
소임을 다하고, 이름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진다.
목이 마르다.
갈증.
찾는 것은 강도 바다도 아닌, 그저 물이다.
섞인 것 하나 없는 투명함이 목을 타고 넘는다.
한 모금이 가슴 깊이 단번에 닿는다.
이름을 버리고 본질로 돌아온 것이 내 안을 채운다.
싱겁다며 맹물이라 부르던 것.
가장 비어있기에, 지금 내게는 이것이 가장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