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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Oct 29. 2016

나의 한국 현대사 <유시민>

1959-2014, 55년의 기록

저자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55년 간의 삶에서 무엇이 변화를 만들었고, 어떤 면이 추악하고 부끄러웠으며 앞으로 어떤 변화를 더 이룰 수 있을까?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글을 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삶에서 안전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인생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내가 보고 겪고 참여했던 대한민국 현대사를 썼다. 1959년부터 2014년까지 55년을 다루었으니, '현대사'보다는 '현재사(現在史) 또는 '당대사'가 더 적합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나는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번민하는 당사자로서 우리 세대가 살았던 역사를 돌아보았다. 없는 것을 지어내거나 사실을 왜곡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을 선택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인관관계나 상관관계로 묶어 해석할 권리는 만인에게 주어져 있다. 나는 이 권리를 소신껏 행사했다."


이렇게 소신껏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이다. 내가 겪고 느끼고 살아온 삶을 통해서 세상을 더 아름답게 그림 그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믿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또한 민주주의 사회이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최근의 비선 실세로 거론되는 최순실을 보면서 어렵게 일궈온 민주공화국이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아픔을 겪어야만 하는 현실이 도래했다. 근대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느낌이 든다.

독특한 한국 현대사

보통은 한국의 근현대사는 일제 치하 전후에서 해방 전후 6.25 사변까지를 대부분 다룬다. 하지만 유시민의 한국 현대사는 조금 독특하다.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일어난 사건들과 직접 체험하고 겪은 경험들이 접목한 삶의 과정을  역사란 이름으로 다루었다. 지극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루었다고 말하지만 진보적 지식인으로 대변되는 강렬한 이미지 자체가 주관적인 생각까지 덮을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태어난 시기가 59년이기에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그래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5,16 쿠데타(혁명과 쿠데타의 개념을 민중의 동의와 지지와 참여가 기준이 된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으며 그러기에 쿠데타로 저자는 정의된다고 했다)와 경제개발 과정 그리고 유신헌법을 통한 집권의 욕심이 부른 인권유린과 몰락의 과정을 정점에서부터 바닥까지를 다루고 있다. 단색의 병영국가에서 시작해서 전국적 도시 봉기를 통한 민주주의 정치혁명으로 구축한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나는 과정의 역사를 소신껏 자신만의 생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는 프랑스 정치가 토크빌의 말을 혈기왕성한 젊은 대학생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이해되고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만들고 그려나가는 정부, 나의 이상을 꿈꾸고 담을 수 있는 정부, 당장은 아니지만 그러한 미래를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정부를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언젠가는 그러한 정부를 갖게 될 것이다.

자본의 원시적 축적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최초의 자본을 형성하는 것을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라고 했다.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 중요한 이유는 산업화를 위해서는 투자의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돈이 있어야 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논리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특성이라 생각되어진다. 군사정부를 시작으로 제 3 공화국이 출범하면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힘이 실렸다. 그래서 필요한 자본, 즉 자본의 원시적 축적을 위해서 고심한 결과가 해외 자본의 차입이었다. 식민지 문제를 청산하는 한일 협정과 무고한 젊은 청년들의 희생의 바탕 위에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다. 또한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했고 중동에도 건설 노동자를 파견하여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의 희생을 통해 국가의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중공업을 필두로 산업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해외 차입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배경이라고 생각된다. 대통령으로서 고민하고 결단 내려야만 하는 통치의 과정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이 차입금으로 성장한 기업이 폭리를 취하면서 재벌이라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노동자를 착취하며 번 돈을 자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 권력에 바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를 만들었다. 또한 유신이라는 불법 정치체계를 구축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민주공화국은 국민으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국가를 사랑했던 마음은 인정해 주고 싶다. 다만 그 국가가 지켜야 하고 수호해야 하는 가장 기본 가치인 헌법의 제1조 1~2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위배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민 이전에 국가를 우선시하다가 어느새 자기가 국가가 되는 형태가 되었다고 봐야 할 듯하다. 그래서 3권 분립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권력을 가진 자가 자리에 오래 머물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에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의 삶을 그대로 이어가고 닮아가는 과정인 듯하다. 청와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외로이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회생활에서 얻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사람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작금의 인맥관계를 형성하며 의지하는 삶을 살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의 위엄을 스스로 무너지게 한 책임과 민주주의 체계를 흔들게 한 책임은 달게 받아야 할 것이고, 그 이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불행한 삶에 대한 연민의 정으로 감싸 안아줘야 할지 모를 일이다.


유시민의 나의 한국 현대사를 통해 나보다 조금 앞섰지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당대사를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역사란 나중에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과거에 선배들이 생명 바쳐 일구어 온 그들의 삶으로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말이다. 지식처럼 역사도 릴레이 달리기이다. 선배들이 피와 땀으로 넘겨준 현재를 후배들에게 더 나은 가치와 삶으로 이어주고 넘겨줘야 함을 말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정의롭게 공의롭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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