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

by 글 쓰는 나그네

■ [1부] 편지

사랑하는 성애에게…


꽃다운(?) 나이에 만나 벌써 중년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고 있는 당신을 보게 됩니다. ‘늙어 가지만 낡지는 마라’라는 단어가 요즘은 점점 가슴에 아로새겨집니다. 노안이라며 눈이 침침해지는 것을 보게 되면서 나이 들어도 아름답게 물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펜을 들었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우리 언제까지나 함께 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를 더 포근히 안아줄 수 있는 신실한 부부의 모습으로 만들어 가기를 원합니다. 이제까지 내 옆에서 때로는 뒤에서 잘 이끌고 밀어줘서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우리의 삶의 길에는 분명히 고난의 길과 행복의 길이 함께 동행하게 될 터인데, 어느 방향이나 어느 곳으로 가게 되더라도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위안과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믿음의 동반자로 더 굳건히 서게 되기를 원합니다.


첫 설렘을 통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여전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뜨거운 가슴으로 녹아들어 가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면 가슴으로라도 표현할 수 있도록 서로를 따스하게 감싸 안아주는 당신과 나의 모습으로 인생 후반전 열심히 달려갑시다.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2016.12.17일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2부] 이른 아침 생일 상

아내의 생일에 무엇을 할까? 라며 고민했습니다. 1년에 한 번 뿐이지만, 이벤트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남편에게서 관심과 애정을 받게 된다는 것이 아내 이전에 여자라는 존재로서는 큰 즐거움이고 기쁨임을 새삼스럽게 나이 들어가면서 알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의논한 결과, 메뉴를 하나씩 맡아서 하기로 했습니다. 알아서 스스로 잘 생각하고 준비하겠지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생일 전날까지 별다른 생각이 없음을 알고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둘째를 데리고 함께 홈플러스에 장 보려 갔습니다. 거기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한 결과 추억의 소시지를 활용한 요리를 아들에게 맡겼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계란 프라이도 곧 잘 해서 엄청난 요리사가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했지만 지금은 그 기대가 우려로 뒤바뀌었습니다. TT)


통오징어 구이를 하려다가 우연히 보인 작은 랍스터에 눈길이 가서 한 마리 구매했습니다. 랍스터가 있고 없고는 분위기도 좀 틀린 듯합니다. 미역국에 야채샐러드까지 그래도 구색은 조금 갖쳐진 생일상인 듯합니다. 아침부터 아내는 방 안에 가둬놓고 달그락달그락 거리며 요란을 떨다가 만든 46번째 아내의 생일상입니다.

[ 아들과 함께 만든 아침상 ]
[ 딸이 아침 일찍 만든 컵케이크 ]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렇게 무언가를 했다는 것에 저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요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조그마한 것 하나 만드는 것에도 무척이나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아내와 딸 그리고 아들과 오붓이 함께 먹으며 웃음꽃 피우며 사는 것이 행복이 아닌가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3부] Happy birthday

전날, 생일 케이크를 사서 축하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가끔 내가 노래를 잘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근사하게 분위기 있는 곳에서 세레나데라도 불려주고 싶은데 박치에다가 음치까지이니 세상을 원망해야 할지....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참 부럽습니다. 좋은 목소리로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저는 잘 알 것 같습니다.

[ 우리집 막내, '여름'이의 생일 축하입니다! ]

ㅎㅎ... 우리 집 막내 여름이의 모습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일 케이크를 보면서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생일 축하해 줄 대상이 늘어난 것에 감사해야 할 듯합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른 생각의 사람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기 위해 수많은 사람과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지나고 나니 그 만남이 소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만남을 통해 각진 모습이 갂이고 다듬어지면서 그 속의 영롱한 돌을 품고 가꾸어서 보석으로 만들어가는 축복의 과정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나에게 언제까지나 그런 보석으로 빛날 것이라 확신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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