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7 화] '딸과의 대화'
외계인과 냉전 中...
우리 집은 아내와 딸이 냉전 중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로 인한 감정 상함이 주된 이유이다. 아내는 딸이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열이 받으신 것이고 딸은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짜증이 한 가득 얼굴에 박혀 있다. 울 딸은 소위 중2병이라는 불치병에서 벗어나나 했는데, 여전히 그 병마와 싸우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가급적 부드러운 표현을 쓰려고 무척이나 말을 가려가며 얘기하고 있다.
이제 중3에 접어들었다.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자기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시기이다. 어린아이의 때를 벗어나기 위한 고통이 수반되는 과정도 거치게 된다. 그 고통의 표현이 가끔씩 정화되지 못한 거친 표현들로 도배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더 참고 더 기다려주고 더 사랑해주는 것이 진정한 가르침인데, 우리가 그럴만한 그릇들이 못 되기에 훈육하는 과정이 포함되는 것이다. 훈육이라는 것이 허울뿐인 표현으로 남은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훈육의 과정을 무시해 버릴 수 없는 것이 기성세대의 고민거리이다.
그래서 가정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해 보게 된다.
가정은 교훈적 관계로는 좋지 않다. 가정은 고백적 관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훈육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는 곳이어야 한다. 가르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교감이 필요한 곳이고 고백하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도 성장하면서 이런 과정을 배우지 못했기에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치려고만 하고 있다. 이제는 가르치려다 지쳐서 외계인이라 치부하며 접고 포기해 버리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기도 한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히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시간의 해결 방식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서 교감해 주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관계의 개선이 될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외계인과 아빠와의 대화
엄마와의 충돌 이후 스마트폰도 압수당하고 방에 틀어박혀 있는 딸에게 기분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딸, 아빠랑 커피숍 갈래?"
"넵!"
아빠랑 커피숍 가자고 하니 너무 자연스럽게 좋탄다. 지딴엔 답답했었나 보다. 나중에 물어보니 할게 없었단다. 핸드폰이 없으니 음악도 들을 수 없고 그렇다고 공부하거나 책을 보기는 싫고… 그러니 할게 없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들을 듣고 있으면 이해하기보다는 참 한심 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저 나이 때는 자극적인 흥밋거리가 아니면 관심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것이 일반적인 아이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내 아이는 그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내 속에 틀어박혀 있어 충고하고 지적하는 ‘잔소리’만 늘어가는 것만 같다.
둘만의 커피 shop에서...
둘이서 오붓이 앉아 녹차라떼와 음료수를 시켜 놓고 나니 자연스럽게 딸은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실, 난 이런 면이 무척이나 고맙다. 뚱해 있더라도 이런저런 얘기들을 잘하는 딸의 성격이 마음에 든다. 난 틀어지면 꽁생원처럼 꽁~~ 하고 있는데, 그래서 더 관계의 문제가 장기화되기에 힘겨워지는데 울 딸은 그런 면에서는 진짜 쿨 한 것 같아 좋다. 1시간 반의 시간이 금방 흘려갔지만 아쉬운 점은 좀 더 딸 편에 서서 옹호해주고 귀담다 들어주고 편들어 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어라고 지적하는 모습이 충고라는 모습으로 포장되어 계속 전달되었기에 아직은 들어줄 자세보다는 고치려는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어 아쉬웠다. 나를 벗어버리지 못하고 충고하는 어른의 자화상이 내 안에 그대로 반영되어서 말이다.
앞으로도 딸과의 소중한 둘 만의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한걸음 한걸음 서로의 마음에 다가선다면 더 깊은 부녀의 정을 나눌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외계인과 아빠의 관계라 아니라,
딸과 아빠의 모습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