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시정소식' 문자를 받고 있다. 시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와 홍보가 함께 고려된 문자지만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양한 행사 속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민문화교실' 서툰 당신의 개, 가정견 기초교육을 무료로 지원해 준다는 공고가 눈에 띄었다. 시간이 애매해서 아내에게만 문자를 보냈는데 덜컥 아내가 신청했다. 평소 모임과 행사에 참여하기를 꺼려하는 편인데 반려견 '여름'이가 불쌍해 보였나 보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떨어졌고애견센터에서 2개월 만에 우리 가정에 입양했다. 반려견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데리고는 왔지만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랐다. 무조건 잘해 주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전부였다. 아이들도 무척 좋아해서 때 쓰면 얼려고 달래며 키웠다. 예방접종 기간에 감염이 걱정이 되고, 겨울 추위에 적응 못할까 봐 외부 산책도 자제했었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우다 보니 사회성을 길려 줄 타이밍을 놓쳤다. 가족 이외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강아지에 대해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되었다. 외부 출입할 때마다 짖는 횟수도 늘었고 가끔씩은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짖기도 한다. '왜 이제야 왔냐고' 혼내는 것만 같다.
[서당개 교육장]
부모의 정도 못 느끼고 사람의 그늘에 가려 두려움과 이상 행동 증상을 보여서 답답했었다. 돌보고 신경 쓰는 스트레스가 심해 포기하고 다른 가정에 보내려고도 했었다. 매번 다른 이들에게는 가족이라며 강조했던 모습은 없고 끊어내려는 모습을 보며 참 간사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아내가 '서당개'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서당개는 서툰 당신의 개를 줄인 말이다. 이전까지 여름이를 보며 성격장애, 사회성 부족한 아이로 생각했었는데 '서툰'이라는 단어를 보며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장애가 있고 사회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함께 적응하며 살아가는 데 단지 서툴게 행동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첫 시간은 이름을 부르는 시간이었다. 이름을 부를 때 돌아보면 '옳지'라고 하며 칭찬을 먼저 한다. 그리고 잘했다며 간식을 떼어 준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칭찬을 통해 훈련하고 습관화시켜가는 과정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도서가 한때 유형했었는데 사람이나 동물이나 칭찬만큼 좋은 것은 없나 보다. 첫 시간은 퇴근 후 도착해서 약간 늦은 시간에 들어갔다. 아내와 여름이는 먼저 교육받고 있었다. 전문 조련사의 체계적인 과정과 튀는 애들은 1:1의 훈육의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 있는 강아지들의 집결소이기에 말 그대로 '개판'이 될 때도 있었다. 여기저기 짖고 불안해하는 애들과 안절부절하며 두려워 떨고 있는 애들도 있었다. 그나마 여름이는 짖기보다는 불안해 떠는 편이었다. 가끔씩 짖기도 하지만.
[이름을 빼앗겼다]
집에 돌아와서 배운 대로 했다. 여름이를 부르면 잘 돌아볼 때도 있고, 애타게 불러도 본체만체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부른다면 어떨까?' 어느 순간 내 이름이 지워졌다. 서명하고 날인하는 서류에만 존재할 뿐,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회사에서는 직책으로 불리고 교회에서는 집사로 불린다. 외부 독서모임에서는 맡은 직분으로 불리고 가정에서는 아빠와 자기라는 호칭으로 불릴 뿐이다. 가끔씩 어머니와 통화하면 언제부터인가 이름은 없어지고 '아들'이라고 부르시고 장인/장모님께서는 다은이 아빠라고 부르신다. 나이 든다는 것은 이름이 없어지는 것인가 보다. 아니 이름을 빼앗기는 것이다. 세상의 다양한 그룹에 속하면서 거기에 적당한 명칭과 호칭이 이름을 대신한다. 이제는 누군가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준다면 아마 어색할 것이다. 내 이름이 내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것인 것 마냥. 내일부터가끔씩 가까운 사람부터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직책도 직급도 애칭도 직분도 잊고 그냥 부르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하다.
[동상일몽이 되자]
여름이에겐 이 어색함을 없애야 한다. 간식을 통해 자기 이름에 대한 정을 붙이는 훈련은 계속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이름으로 가르치고 있다. 부르고 돌아보면 간식을 준다. 그 행위에 대한 보상을 즉각적으로 시행한다. 때를 놓치면 이름을 부른 의미가 퇴색된다. 이유도 모르고 간식을 먹는 형태가 된다. 그래서 타이밍도 중요하다. 반응에 대한 타이밍을 적절하게 잘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름 순발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또한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기도 하다. 서로의 호흡이 다르면 느끼는 감정의 교류도 달라진다. 두 호흡이 아니라 한 호흡이 되도록 서로가 만들어가야 한다. 여름이와 내가 두 개의 호흡을 통한 동상이몽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는 한 호흡을 통해 동상일몽(?)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 프로그램은 5주간 매주 1회씩 진행되지만, 끝나고 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궁금하다. 교육 과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교육과 훈련을 병행하며 함께 알아가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장점이다. 그냥 막연하게 사는 것보다 사는 의미를 알면서 살아간다면 삶의 가치를 잘 부여하지 않을까? 그 삶의 가치가 여름이와 우리 가정에도 적용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