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다

by 글 쓰는 나그네

ㅣ내 안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다


40대 초반을 지나면서 외로움이 물밀 듯 찾아왔다. ‘나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소’라는 시 구절처럼 많은 사람 속에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지만, 외로움은 한밤의 파도처럼 조용히 엄습해왔다. 그 외로움이 친구가 되어 나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잘살고 있는가? 형이상학적인 삶의 근본에 관해 묻기 시작했다. 적절한 답변도 찾지 못했고 삶의 방향도 알지 못했다.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만 생겼다. ‘과연 이대로 살면 될까?’에 대한 물음엔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두 단어만 덩그러니 가슴 한편에 던져졌다. 소심한 성격이라 가슴만 부여잡고 걱정하고 고민했다.


그래서, 길을 찾겠다는 용기보다 두려움을 탈피하기 위해 혼자만의 여행을 했다. ‘길은 어디에도 있지만 아무 데도 없다’라는 누군가의 말은 무작정 걷다 보면 알게 된다. 갈림길을 만나면 선택의 기로에서 헤매기도 하고 대로보다 좁은 길을 선택해서 개척자 정신을 누려보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길벗을 만나면 세속의 삶은 잊고 자연이 들려주는 사람의 정을 느끼게 된다. 바람 소리, 빗소리처럼 맑고 시원함이 손때 묻은 사람 안에 있음을 그의 목소리로 그와 동행하는 발걸음에서 찾게 된다. 그리고 헤어질 때면 ‘아! 삶은 이런 것이구나. 이 길이 삶의 축소판이구나’ 만남엔 반드시 헤어짐이 있듯, 나를 막아서는 문을 닫으면 또 다른 문을 향해 걷게 됨을 길벗이 말없이 들려주었다. 앞문이 막히면 뒷문이 있고, 뒷문이 막히면 옆문이 있고, 옆문까지 막히면, 뚜껑 열고 하늘 문을 향해 가면 된다며 ‘길은 어디에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강한 울림을 받았다.

여행에서 얻게 된 소득은 일상의 부재다. 일상이 없는 삶, ‘아! 나에게도 다른 삶이 있구나’라고 느끼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삶의 두터운 문턱을 만났지만, 그 문턱 넘어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여행을 통해서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일상의 부재는 잠깐의 외도로 거쳐야 한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 노마드, 방랑자의 삶을 살게 된다. 일상으로 복귀 후, 집 주변에 도서관이 생기면서 발길이 그곳으로 향했다. 내게 주어진 삶에 정답은 없지만, 남은 여행의 길을 책과 함께 찾아보고 싶어졌다. 책에서 길을 묻고 책과 더불어 삶의 맛을 느끼고 싶었다. 음식에서만 맛이 있는 게 아니라, 책에도 맛이 있다. 어떤 때는 시원한 국물 마시듯 벌컥벌컥 들이켜고, 어떤 때는 잘게 잘게 씹어면서 맛을 음미할 때가 있다. ‘책맛’이 밥맛보다 더 달콤할 때가 많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고 텅텅 빈 지적 욕망의 창고를 가득 채우기도 한다. 만석꾼이 별건가. 쌀포대로 채우기보다 ‘앎’으로 채우는 삶에 더 방점이 찍힌다.

도서관에서 책을 만나고,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났다. 다양한 독서모임을 결성하고 참여하면서 내 안에 가둔 두려움과 불안을 책맛 나고 살맛 나는 사람과 나누게 되었다. ‘앎’은 지적 창고에 차곡차곡 쌓는 것이 아니라 베풀고 나누는 행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 행동의 몸짓이 독서모임이고 더 나아가서는 글쓰기다. 읽고 생각하고 나누면서 글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눈으로 읽고 말로 나눈 것의 결정체는 글이다. 글을 읽었다면 글로 화답해야 읽기만 하는 바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억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하는 것이다. 이 기록의 장소를 ’ 브런치‘로 선정했고 여기서 내 기억의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이제는 기록의 단계를 넘어 책으로 출간하려 도전한다. 원고를 정리해서 아래의 내용으로 투고를 했다.

스무 살 된 딸의 느닷없는 질문 “아빠! 나 대신 죽을 수 있어요?” 이 질문에 당황했었다. 내 아이를 위해서 진짜 죽을 각오가 되어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가장으로, 아빠로 그리고 남편으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과연 잘살고 있나?’

‘무엇을 향해 가고 있나?’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과 우리 출판사와는 출간 방향이 다르다는 답변이 왔다. 답변만 받아도 감사하다. 무응답이 대부분이고 가끔은 출판사의 의견과 함께 조언도 함께 해 준다. 열심히 쓰신 글인데 원고가 깨진다며 걱정(다른 출판사에도 투고하실 것이라는 생각에 급하게 말씀드립니다) 해 주신 따뜻한 출판사도 있고, ‘잘 쓴 글’과 ‘독자의 호응을 이끌어낼’ 글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며 재미, 감동, 정보 이 세 가지 중 2가지 정도는 충족되어야 좋겠다는 기준을 제시해 주신 출판사도 있었다. 출간하겠다면 전화로 연락이 오겠지만 대부분 메일로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전한다.



두려움과 걱정으로 출발해, 삶의 다른 두터운 문턱을 만났다. 내 삶의 일부분이 된 글이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만나게 될 것인가? 실패의 늪에 빠질 것인가? 투고의 대상을 늘리고 조금 보완한다면 나와 맞는 출판사를 만날 수 있을까?나 또한 궁금하다.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하면 라이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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