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과 폭언에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한.
제가 요즘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말이 있습니다.
" 타인의 감정 섞인 말에 반응하지 마세요.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해도 내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됩니다. 그럼 나는 상처받지 않을 수 있어요. 그 무엇도 내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심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설명을 덧붙입니다.
" 자, 여기 물건이 하나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물건을 주는 사람이 있고, 받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할 때
물건을 아무리 주려고 해도 받는 사람이 받을 마음이 없다면 받지 않으면 그만인 것입니다.
말도 똑같습니다. 그 사람이 하는 악담들을 내가 받지 않겠다고 결심하면 되는 것입니다."
언뜻 들어보면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정말 물건과 말은 같은 것일까요?
여기 두 개의 양파가 있습니다.
두 개 모두 반질 반질 예쁜 양파입니다.
두 개의 컵에 물을 담아 놓고 각각의 양파를 뿌리 쪽으로 잠기게 올려놓습니다.
한쪽 양파에는 좋은 말만, 다른 한쪽엔 나쁜 말만 해줍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과연 결과는??
결과는 놀랍습니다!
좋은 말을 한 쪽의 양파는 뿌리도 건강하게 내리고 물도 아직 깨끗합니다.
하지만 나쁜 말을 한 쪽의 뿌리는 부실하고, 물 자체가 썩어 하수구 냄새가 나는 것입니다.
분명 말이라는 것은 힘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분명 그렇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과연 말이라는 것이
내가 수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아무것도 듣지 않은 상태처럼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저는 이런 조언이 막말의 피해자에겐 정작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악담을 한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상처받지 않겠다고 결심하지 않아 결국 상처를 받아버린 사람의 나약한 마음이 문제라는 식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뀔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아쉽게도 사실 상처받지 않는 방법은 없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상처에서 쉽고,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입니다.
얼마 전 대림산업 부회장의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한 막말, 폭언, 갑질이 공개되면서 질타를 받았습니다.
피해자들은 3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하며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과연 이들에게 부회장의 막말을 받지 마세요. 그저 그것은 그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라고 조언했다면 그들이 3일간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며, 상쾌한 마음으로 즐겁게 운전할 수 있었을까요?
그 운전사분들에게 남겨진 숙제는 타인의 말에 상처받지 않는 요령이 아니라 상처에서 효율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처받는 자신을 나약하다 생각하지 마세요.
상처받는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상처받을 권리 또한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단 하나!
상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고 노력해보는 것입니다.
다음엔 상처에서 조금 더 빠르고 쉽게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