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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창균 Oct 04. 2022

꼰대는 언제 되나요? 저도 이제 꼰대인가요?

이 길이 맞는지 알려주시겠어요?

이 길이 맞는지 알려주실래요?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봄직한 질문을 드립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과연, 저도 이제 꼰대인가요?



[위키백과]

; 꼰대

꼰대 또는 꼰데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이다.


이투데이

흔히 일을 하다 보면 '아 저 상사 너무 꼰대야'라고 많이 말하지 않나요?

사회생활에서 '꼰대'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어느 상황에나 있는 마치 공기 같은 존재인데요. 최근에는 꼰대를 비꼬는 말들도 많고, '라테는 말이야'처럼 나 때는 안 그랬는데, 나 때는 지금과 달라, 나 때는 더 힘들었어 처럼 밈이 돼버린 느낌도 있습니다.


약치기그림

저는 꼰대를 싫어합니다.

하긴, 누가 꼰대를 좋아할까요. 사사건건 삶의 현자인 것 마냥 잔소리를 하면 좋아할 사람이 없겠죠. 보통 보수적인 집단에 아무래도 꼰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전통과 규율을 중시하면서 옛것을 숭배하면 자연스럽게 꼰대가 되지 않을까요? 과거와 다른 젊은이의 모습에 괜스레 반감이 들고 뭔가 맘에 들지 않는 순간, '라테는 말이야'를 시전하고 꼰대's 스피킹을 시전 하죠.


만약, 꼰대라는 걸 정확히 못 느끼겠다면 본인의 모습에서 상대의 꼰대스러움을 발견해보세요.

누군가와 함께 있는데, 심지어 그 사람이 무언가 열심히 조언하고 있는데, 머릿속에서 다른 생각이 자꾸 들 때, 아마 우리의 뇌가 그 사람의 이야기를 거부하는 방어기제를 발휘한 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적어도 내겐 꼰대라는 가면이 씌워지는 순간입니다.


제게 기억에 남는 꼰대가 한 분 계시는데요. 제가 예전에 거쳐온 회사 중 한 곳의 팀장님이었습니다. 저도 일한 지 얼마 안 된 시기기도 했고, 익숙하지 않다 보니 약간 쭈뼛쭈뼛 대는(?) 기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는 팀장님이 어떤 물건을 가져오라고 시킨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물건을 찾았고 약간의 빠른 걸음으로 팀장님께 가져다 드렸습니다.

근데 팀장님 왈

'우창균 씨는 안 뛰나?'

'... 죄송합니다'


군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제가 마음에 안 드셨던 것 같습니다. 뭔가 쭈뼛쭈뼛 대고 자신감 없는 모습이 좀 답답해 보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당시에 좀 숫기도 없었고 그 팀장님께 엄청 쫄아있었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는 걸 보면, 그 순간이 제겐 꽤나 인상적인 꼰대 스토리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약치기그림


나는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

거쳐 온 회사 중에 보수적인 회사가 있었습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보수적인 팀장님이 몇 분 계셨죠. 그분들을 겪다 보니 스스로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내 밑에 누가 들어오면 나는 친구처럼 잘해줘야지. 절대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


그리고 그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한 번은 인턴 친구들의 멘토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저와 얼마 차이가 안 나지만 당시 팀장님(이분은 꼰대가 아니셨습니다. 아무 존경스러운..)께서 권한을 주셔서 인턴분들의 멘토 역할을 하게 되었죠.


정말 열심히 했었습니다. 물론 인턴분 세명이 모두 여성이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숫기 없는 남자라 여자 인턴분들의 질문에 약간의 부끄러움을 머금고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고 주어진 과제를 어떻게 하면 잘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팁도 최대한 많이 알려드렸습니다.(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적어도)


그리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실 당시 인턴 합격률은 50%가 채 되지 않았는데.....

3명 중,

3명 모두 합격했습니다. 짝짝짝.

아, 물론 저의 공이 100% 라곤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왜 다 붙었을까요? :) 

그렇게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엄청 고마워들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였습니다. 물론 무언갈 기대한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합격하고 적어도 가끔은 연락 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숫기 없는 남자 선배라도.. 그 정도는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라, 나 꼰대인가?'



저도 꼰대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어느덧 삼십 대 중반이 되고, 새로 들어오는 친구들은 이십 대가 대부분입니다. 제 마음은 함께 이십대지만 그들이 보기엔 그냥 삼촌 정도 되지 않을까요. 

일을 하다 보면 저도 실수를 많이 하고, 잘 모르는 분야도 많습니다.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요.


근데 이상하게 젊은 친구들의 행동에 부족한 점은 그-렇-게 눈에 잘 들어옵니다. 맞춤법이 틀렸거나 행동이 조금 굼뜨거나 약간이라도 예의가 없거나 하는 등이요.

이런 것들이 보이는 순간 꼰대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잘못을 바로 잡아주는 건 꼰대가 아니겠죠. 하지만 잘못이 아니라 사사건건 간섭하는 순간 꼰대가 되는 게 아닐까요. 

마치, 부모님이 진심을 다해 걱정스럽게 여쭤보듯 물어보는 질문에는 수긍하지만, 약간의 짜증이 섞인 말투로 말하는 순간 잔소리로 인식해 머릿속의 딴생각을 키우는 것처럼요.


저도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만 눈에 보이기 시작했으니 말이죠.



꼰대가 나쁜 걸까요?

제가 꼰대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꼰대가 나쁜 걸까?' 


어쩌면 삶의 특정 분야에 아는 것들이 많이 생겨 넓게 보는 시야가 생긴 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나보다 어린 친구가 하는 행동의 단점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보이는 건 아닐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고 싶은 따뜻한 선배의 마음은 아닐까?

결론은 아닙니다. 꼰대가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의 질문에 답도 결코 아닙니다.

조금만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과연 5년 전의 내가, 10년 전의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했을까?

후배랍시고 나도 잘 모르지만 괜히 아는척하고 있었을까? 인생의 고민은 나도 차고 넘치는데 괜히 나이가 더 많다고, 경력이 더 많다고 아는 척했을까? 분명 그렇지 않을 겁니다. 당시의 나는 지금 내가 꼰대스러움을 장전한 사람처럼 미숙했고, 서툴렀고, 걱정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바뀐 게 없습니다.)


꼰대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꼰대 행동을 당연시 여기는 건 나쁜 일입니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인 것입니다. 

사람은 평등의 입장으로 이해해야 됩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라도 당분간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인 거죠.



몸은 꼰대지만 정신은 꼰대이길 거부합니다.

꼰대스러운 생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후배의 행동 됨됨이를 평가하고 있고 잘잘못을 따지고 있으니 말이죠. 참 꼰대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꼰대이길 거부합니다. 제가 당해봤고, 사소한 꼬투리가 사람의 행동을 바꿔주진 않습니다. 오히려 넓은 시각에서 그 사람의 장점을 파악하고 긍정적인 면모를 봐야 됩니다. 많고 많은 사람의 측면 중에 왜 굳이 부정적인 면만 보려 할까요. 인간은 원래 좋은 것보다 나쁜 것, 까는 것을 더 쉽고 잘하기 때문이죠. 더욱이 후배라면 치켜세우거나 아부할 일이 없기에 더 그러겠죠.


저는 이 점을 완강히 거부합니다. 어떤 후배라도 똑같은 사람으로 대할 것이며, 좋은 면과 긍정적인 측면을 보려 노력할 것입니다. 그렇게 꼰대의 길에서 벗어나며, 꼰대이길 강력히 거부합니다.

그렇지만, 아마 내일도 후배가 걸으면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쟤는 안 뛰네..?'


열심히 꼰대이길 거부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꼰대스러움은 벗어날 수 없나 봅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본인이 꼰대인 것 같으세요? 아닌 것 같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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