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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는 왜 성수동에?

by 우창균

성수동에 우주선이 착륙했다?

올림픽대로를 달리다 보면, 방금 우주에서 내려온 듯한 신기한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바로 ‘하우스 노웨어’.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누데이크를 전개하는 아이아이컴바인즈의 사옥이죠.


누가 봐도 독특한 이 외관은 국내를 넘어 해외의 관심까지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아마 서울을 방문한다면, 한 번쯤 꼭 들러야 할 공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그럼 질문. 왜 젠틀몬스터는 하필 성수동에 ‘우주선’을 착륙시켰을까?

오늘의 주제는 “젠틀몬스터, 왜 성수를 선택했을까?” 입니다.






1. 글로벌한 파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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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카리나, 틸다 스윈튼, 사카구치 켄타로, 허광한, 헌터 샤퍼, 변우석.
글로벌 스타와 국내 톱스타가 한 기업 사옥의 오프닝에 이 정도로 모인 적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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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우스 노웨어는 사옥이면서 동시에 플래그십 기능을 갖고 있지만, 이 정도 파급력은 보통 루이비통·샤넬 같은 메가 플래그십에서나 가능한 레벨이죠.

그런데 왜 청담·압구정 같은 전통 1군 상권이 아니라, 신흥 상권인 성수였을까요?



2. '역발상 = 성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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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l9a9DAabEzQ

젠틀몬스터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바로 아티스틱한 공간 연출입니다.

실험적인 인테리어,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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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관이 작품을 전시하고 굿즈를 판매하지만, 젠틀몬스터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작품을 전시하는 역발상을 보인거죠

안경을 팔기 위해 작품을 전시하는, 일종의 '역발상 리테일'을 가장 먼저 대중적으로 보여준 브랜드입니다.


이 관점에서 성수의 선택은 어쩌면 자연스러웠습니다.

콘텐츠의 파급력이 입지의 한계를 어느 정도 상쇄하더라도, 장소의 맥락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프라인은 결국 주변 컨텍스트 전체를 경험하게 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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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합정처럼 젊고, 내추럴하며, 자유분방한 분위기.

그리고 ‘역발상’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캔버스가 바로 '성수동'인거죠.

그게 성수였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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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콘텐츠가 지역의 컬러를 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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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은 지금 가장 핫한 상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독특한 상권이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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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kdgmd57fwdq0aj85nwfhiavs50?fit=crop&crop=faces%2Centropy%2Ccenter&w=1680 런던 쇼디치
lightbox_working_waterfront_4-1200x938.jpg 뉴욕 브루클린


런던의 쇼디치, 뉴욕의 브루클린이 좋은 비교입니다.

런던의 쇼디치는 직물, 가죽 등 공장으로

뉴욕의 브루클린은 항구 기반의 제조, 공업 중심의 도시였는데요.

두 지역 모두 제조·공업이 쇠퇴하며 노후화됐고 빈민,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곳이었죠.

하지만 동시에 낮은 임대료로 예술, 문화 창작자들이 유입되었고,

그들의 개성이 축적되는 순환을 거치면서

문화·예술 기반의 새로운 도시 이미지가 만들어졌죠.

https://www.pexels.com/ko-kr/video/4360454/


두 지역 모두 도시 중심지에 인접해 있고, 문화, 예술 기반의 젊은 창작자들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담은 공간과 분위기를 만들어내면 발전한 곳입니다.

사람의 콘텐츠가 공간 그리고 지역의 컬러를 칠한 곳.

성수동도 마찬가지죠.


실제로 최근 성수동을 방문해보면 과거 명동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국내 젊은층과 동시에 수많은 외국인이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고,

길 양옆은 각양각색의 팝업 및 체험 공간으로 가득차 있어서

서울의 어떤 지역과도 차별성이 느껴지더라고요.



4. 브랜드들이 만든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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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노웨어 주변으로는 국내 최고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무신사 메가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고,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의 신사옥이 몇년 안에 준공될 예정입니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콘텐츠 드리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프라인을 활용하는 방식과 빈도가 일반 기업과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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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의 뷰티페스타만 봐도 알 수 있죠. 성수 전체가 하나의 광고판이 되었고.

성수 최초의 대형 전광판까지 설치했습니다. 참고로 전광판은 법적 요건이 꽤 까다롭습니다. 상업지역에 된다던지, 거리 폭 규정들이 있는데 그걸 이겨내고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무신사의 성수의 광고화 의지를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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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은 pubg 성수라는 배틀그라운드 체험형 공간으로 팬들과의 접점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신사옥이 오픈하면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겁니다.

젠틀몬스터는 거대한 낮잠 자는 강아지 조형물은 물론, 내부의 다양한 전시물로 시선을 사로 잡고 있고요.


그 결과, 하우스노웨어-무신사-크래프톤이 100M안에 모이는 '트라이앵글 스트릿'이 형성됩니다.

본래 성수의 메인 스트릿이 연무장길이었다면,

이 세브랜드가 새로운 메인 스트릿을 마들고 있는 중입니다.

어쩌면, 머지않아 트라이앵글 스트릿이 더 유명해질지도 모르겠네요.




4. 서울의 문화를 대변하는 우주선

그렇다면 성수동에 왜 이렇게 독특한 건물을 지은 걸까요?

건물의 형상을 보고 정~말 말들이 많죠. 그만큼 이슈 메이킹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미 있는 지점.

이 건물을 설계한 곳이 국내 건축사 더시스템랩이라는 점입니다.

서울의 주요 건물이자 핫플이 될 공간을 로컬 스튜디오가 설계했다.

이건 도시 브랜드 관점에서도 자긍심을 줄 만한 포인트죠.


한국을 대표하는 건물을 떠올리면 곳이 있을까요? 외국인 관점에서는 경복궁, 남산타워, 롯데타워 같은 곳들이 있을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궁이라던지 남산타워나 최고층 건물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곳이 주목 받겠죠.


그런데 하우스 노웨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의 오늘을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동시에, 세계에서 손꼽히게 트렌드가 변화가 빠른 도시입니다.

그런 도시에서 한 브랜드의 사옥이 실험적 형태로 개발되고,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현상.

그 자체가 가장 ‘서울스러운’ 장면 아닐까요?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체성이나 방향성일 수도 있지만,

급변하는 서울의 모습의 단면을 보여주는 브랜드이자 사옥이 바로 '하우스 노웨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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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방문을 했을때는 아무래도 건물의 전체 외관이 눈에 들어오기 보다,

1~3층의 리테일 스토어에 더 포커싱을 하게 되었는데요.

1층 외부 바닥을 밝은 소재로 구성하다보니, 날씨가 좋은날에는 자연스러운 반사판이 되어 사진이 화사하게 잘나오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이런것도 전략적으로 생각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내부엔 강아지 및 로봇형상의 구조물도 특이했는데, 더 충격적이었던건 바로 누데이크 티하우스로 가는 엘리베이터였습니다. 마치 화물용 엘리베이터처럼 만들어서 기존 매장과 티하우스로 가는 동선의 구분을 확실하게 구성했죠. 그 덕분에 공간의 분절이 이루어지고, 다른 분위기 및 공간으로 가는걸 시각적이자 체험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티하우스는 웨이팅이 3시간이 넘어서 가보진 못했지만,

아모레퍼시픽의 미술관 같은 공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높은 층고와 양옆을 뒤덮은 컬러풀한 커텐 그리고 중심을 잡고 있는 구조물이 일반적인 티하우스와는 단연 차별화되는 젠몬스러운 접근이었습니다.

사실, 티tea를 만든다길래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일단, 비주얼적으로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고급스러운 포인트를 모두 잡은것 같습니다. 동시에 가격도 합리적이고요. 시향을 하는데 향이 너무 직관적이고 좋아서 선물할 일이 있으면 꼭 구매해봐야겠더라고요.




5. 하우스 노웨어는 얼마일까?


그럼 이렇게 독특한 하우스노웨어는 얼마짜리 건물일까요?


아이아이컴바인즈는 이 토지를 2018년에 매입했습니다.

당시 토지는 두 필지를 합쳐 1,183평, 평당 약 4,300만원 수준이었죠.


그렇다면 지금은?
최근 성수 토지의 평단가는 2억대 이상으로 거래됩니다.
실제 사례로, 무신사가 성수의 406평 대지에 지은 건물을 1,115억에 매각한 바 있죠.

하우스 노웨어 위치는 무신사 사례보다 약간 남측이라 입지 보수 가정으로 평당 2억만 적용해도,
대략 2,300억 수준의 토지가치를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매입 당시 대비 4배 이상 상승인 셈이죠.


또, 어떤 보도에 따르면 도급 공사비와 토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1,400억대 차익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안경만 잘 파는줄 알았는데, 부동산도 너무 잘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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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런 질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독특한 사옥을 지으면 누가 사갈까?

물론, 사옥을 팔 생각은 없을거 같지만, 이렇게 사옥 가격이 값지면 큰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옥 가치가 높아지면 담보력이 커집니다. 기업의 안전 자산이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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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로 롯데케미칼이 신용위기에 처했을때,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기도 했죠. 은행은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보증을 제공했고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두 두발 뻗고 잘 수 있게 만드는, 그런 든든함이 되는거죠.



6. 성수동이 서울을 만든다


성수동은 무신사, 크래프톤이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업계에 통용되는 사실인데요.

일명 '성수동이 아니면 쳐다도 안본다'라고도 합니다.


과거 강남역, 명동 같은 전통 상권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지금은 콘텐츠 기업이 상권을 만들고 키우는 세대 교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성수는 대기업이 만든 상권이 아니라 콘텐츠 기업이 키운 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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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공간을 바꾸고, 공간이 동네를 바꾸고, 동네가 도시를 바꿉니다.

성수의 우주선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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