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은 무엇으로 살아남는가
이 이야기는 2000년대 중후반에서 시작된다.
졸업장을 받자마자 전공에 관련된 자격증 공부에 박차를 가했다. 나는 사회복지와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다. 뒤늦게 두 개의 전공을 모두 이수하려니 꽤나 벅찼던 탓에 그저 그런 학점으로 겨우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다음 차례는 사회복지 1급 시험이었다. 집에서는 공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일 학교 도서관에 출석했다. 모든 필수 과목의 교재와 문제집을 마지막 장까지 빠짐없이 풀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일 때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학점이 이 모양이지는 않았을 텐데 - 탄식을 하면서 성실히 시험을 준비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을 친 결과, 다행히 합격이었다.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의 세계로 들어섰다.
첫 직장은 노인복지시설이었다. 무려 4년이라는 배움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무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다. 나는 사실 딱히 복지 중에 “노인”이라는 분야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시험을 치른 후 취업사이트에 올라오는 구인란을 살피며 괜찮아 보이는 곳에 도전장(이력서)을 내밀어왔었고 그중에서 나를 불러준 곳이 거기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영부영 첫 입사를 할 수 있었다.
면접을 보러 갔을 때 꽤 많은 면접자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나와 다른 한 명이 함께 합격했다. 처음으로 “입사 동기”라는 것이 생겼다.
입사 전에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전공 관련 봉사활동을 통해 직, 간접적으로 이 분야에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 그것은 너무나 큰 자만이자 과오였다.
입사한 곳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데다 상사들과 직장 동료에 대한 이해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지금이야 사회생활로 사회적 E(외향성)가 많이 향상됐지만 그때만 해도 지극히 I(내향성) 었던 때였다. 상사나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힘들었고 딱히 그들이 먼저 따뜻하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동기는 있었지만 나이와 성별이 달라서인지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다. 그러니까 의지할 만한 데가 하나도 없었다. 아니.. 생각해 보니 클라이언트들은 따뜻했다. 나보다 훨씬 오랜 삶을 살아오신 그분들은 거기서 가장 신입이었던 내게 상냥하셨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텃세들도 많았고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에 우울해하면서 정신없는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와 지쳐서 바로 잠이 들었던 날이었다. 잠이 든 지도 모르고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출근해야 할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안 그래도 미운털 박힐라 안절부절못하던 차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옷만 대충 갈아입고 바로 밖으로 뛰어 나섰다.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저 출근! 출근!!!!! 지하철을 타고 피눈물을 흘리며 30여분이 흘렀을까. 직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다음 날 아침이 아닌 당일 저녁이라는 사실을… 당직하던 동료들을 만나고서야 나의 착각은 멈춰 섰다. 그들이 눈이 시뻘겋게 달려온 나를 딱해하며 저녁 간식을 나눠 주었다. 아마 그들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으리라..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는 숨을 고르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꽤나 부끄럽고 어이없는 에피소드지만, 그땐 그랬다.
수상한 것이 한 둘이 아니었을 텐데 그땐 그것들을 따져볼 정신이 없었다. 그게 내 첫 직장에서의 아찔했던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