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작업하기 좋은 카페 - 콰이어트라이트
우체국에 들러 원고를 부치고 공유오피스를 갈까, 카페를 갈까 고민하다가 카페를 검색했다.
문학창작실지원사업이 이제 종료가 되었으나 미이수한 작가들을 위해 한 달을 더 연장한다고 했다.
나는 이미 이수를 해서 자유롭게 이용하면 된다.
이 브런치북을 연재하기 위해서는 카페에 필수적으로 들러야 한다. ㅋㅋ
달달한 라테가 먹고 싶어 파주에 있는 카페를 검색했다.
자주 가던 카페에 가려다가 한 번도 안 가본 곳에 가보기로 했다.
카페 앞쪽이나 뒤쪽에 주차장이 있어서 주차를 편하게 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거의 자리가 없다고 하니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하지만 오늘은 자리가 비어 뒤쪽 주차공간에 주차를 하고 앞으로 나왔다.
내가 갖고 싶었던 스쿠터가 있었다. 색상도 내가 좋아하는 스카이블루.
'주인장, 너무 예쁜 스쿠터 아니요?'
카페에 들어가기도 전에 카페가 좋아지는 마법.
들어가자마자 굉장한 음량에 놀랐다.
이곳에서는 전혀 대화를 나눌 수 없을 것 같다.
오로지 작업만 하다가 가거나 책을 읽거나, 조용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다가 갈 수 있을 것 같다.
LP플레이어를 작동시키면 판 위의 작은 곰이 산타모자를 쓰고 빙글빙글 돌아간다.
카페 한편에는 크리스마스트리도 반짝이고 있고 음악이 이 공간을 두루두루 살피는 것 같다.
음악이 끝나면 다시 수동으로 틀어준다.
이곳에는 말이 필요치 않다.
직원이 와서 음악을 바꿔주거나 새로 시작하거나.
잔잔한 선율에 곁들여진 타닥타닥 하는 소리가 자판 치는 소리인지 LP판이 돌아가면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그 흐름에 내 손가락이 가는 대로 그대로 두고 있을 뿐이다.
정성스러운 라테아트를 오랜만에 본다.
이 카페에서 사용하는 스탬프 카드를 받았다. 다시 와야 할 카페니까.
이번에 읽은 책은 모요사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연소민작가의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이라는 장편소설이다.
연소민작가는 [공방의 계절]이라는 소설로 전 세계 27개국에 판권을 수출했다고 한다.
[공방의 계절]도 굉장히 따뜻한 소설이었던 기억이 있다.
일산 밤가시 마을을 배경으로 공방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굉장히 따뜻하게 그렸었다.
다음 작품인 이 소설은 어떨지 궁금했다.
주인공 현주는 부모님과 친언니들보다 젊은 이모와 더 유대관계가 좋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인 어머니, 매일 늦게 들어오는 아버지, 그리고 나이차가 많이 나는 언니들은 현주에게 관심이 없다.
고급주택에 사는 현주는 동네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고 있었다. 그녀에게 들려온 소식은 중성화를 당한 고양이들에 관한 소식이었다.
동료로 여겼던 작은 동물의 죽음 이후 현주는 사춘기를 맞는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만의 고양이를 갖고 싶어 했다. 탐욕스럽지 않고, 오만하지 않고, 용감하고, 정묘한 눈빛을 가졌고, 때론 거칠며, 쉽게 아양을 떨지 않는 고양이를. p16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바람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소울메이트 같았던 이모도 죽음을 당한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현주 주위의 모든 이들이 사라진다. 그래서 장르가 스릴러인가 잠시 고민했다.
그녀에게 진성이라는 남자아이가 다가온다.
현주와 진성이는 고등학교 때 연인이 되었다. 사회적인 위치로 볼 때는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었지만 내가 보기엔 현주가 더 진성을 좋아한 것 같다.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읽다가 관계의 장면이 나오자 조금 놀랐다.
근데. 나, 성인인데.
다시 소설에 빠져든다.
헤어진 후 둘 다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다시 만난 그들에게 많은 변화가 있다.
진성에게는 아이가 생겼고 현주는 지하철 기관사가 되었다.
아이의 엄마는 여자를 좋아하고 진성과의 관계는 아들 지오만을 위한 관계다.
진성은 고양이 모리와 함께 살다가 집을 구하는 현주에게 자신의 집에서 살라고 한다.
읽을 때마다 자극적인 상황에 자꾸 놀란다.
소설임을 감안하고 읽어도 동화에 물든 나를 어쩔 수 없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처럼 적나라하게 나오지 않는다.
은은하면서 야한 소설.
어린아이가 소설을 읽다가 들킬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읽는 그 기분.
그런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나름 재미있었다.
사랑이 쉽지 않지만 이들처럼 어렵게 할 수도 있구나 싶다.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것부터가 쉽지 않지만.
잔잔한 소설이다.
현주와 진성이 머물고 있는 집에 지오가 갑자기 오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긴장되면서도 자분자분 잘 넘어갔다.
그 긴장은 아마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플롯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뭔가가 일어날 거야 하는 것 같은.
그녀는 환영받지 못하는 것에 익숙했다. 경멸하는 타인의 눈빛이 바늘처럼 몸 곳곳에 꽂힐 때의 비참함을 알았다. p210
프랑스로 떠나는 지오와 지오엄마.
진성은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집을 나간다.
혼자 남은 현주는 모리와 함께 지낸다.
이들은 헤어진 게 맞을까?
아직 헤어지지 않았다.
끈질긴 사랑, 강력한 사랑에 관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