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편지를

편지 쓰기를 해명(解明)함

by 이제월


너에게 편지를




너에게 편지를 쓴다

너는 너이기도 하고 너는 아니기도 하다

내가 지금 너에게 편지를 쓰는가

정말로 너에게

너는 한 사람, 같은 사람인가

그렇다 해도 그게 지금

내가 생각하는 너인가

맞다고 해도 이 편지를

받을 때에도 그러한가

너는 과거나 미래로

혹은 다른 어디로든

전진하거나 꺽거나

후퇴할 수 있다

어쩌면 어쩔 수 없이

어쩌면 원해서라도


내가 하는 것은 널 붙들어 눈을 딱 맞추고

어깨를 꼭 쥐고 하는 말보다

더 또는 덜

전달될 것이다

어쩌면 전부

어쩌면 전혀


너에게 편지를 쓴다

내가 생각하고 약하게나마 믿고 있는 너에게

그리고는 축복하고

헌신한다

너는 달라도 되고

나를 실망시켜도 되고

잊어도 되고 아니,

잊었어도 된다고



이 편지는 잘못 온 거라고 할지라도

그 이름의 마법이

너에게 한 번 읽히고

한 번은 생명을 주기를.

감히 바라고

어찌됐든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어떻게도

하지 않겠노라고

엄숙히 서약한다

언제까지라도


그러고서야 칼로 베이고

끊는 통증과 함께 마침내

봉투를 붙이고

수신자 이름을 새길 수

있다


너에게 부친다

나를 버린다

언제까지라도.




2023.1.10. 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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