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글쓰기: 죽음

환기된 것뿐

by 이제월

오분 글쓰기 ‘죽음’


그것은 참으로 느닷없이 전해졌다. 너는 한 번도 그렇게 서둘지 않았는데. 우리를 놀래킨 적이 없었는데. 네 발표가 두 사람쯤 남았을 때 너는 갑자기 재능없음을 비관하는 유서를 썼다. 죽음에 대한 긴 에세이도 두 편 서랍에서 나왔다. 너는 페소아처럼 원고를 넣은 여행가방을 남기진 않았지만 서랍부터 시작해서 동아리방 사물함, 도서관에서 빌린 책갈피 사이, 심지어 부츠 아래서까지 모두 글조각들이 넘쳐났다. 아주 작은 방이고 그밖에 다른 공간을 갖지 못해 너는 충분한 글을 남기지 못했을 테지만. 우린 곳곳에서 너를 마주쳤다. 문자로 쓰지 않은 글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갑자기 세상이 출렁거리고 잠기는 걸 느꼈다. 죽음은 주인이 없다. 너나 할 것 없고 때도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참 시원한 음료를 감탄하며 마시고 얼음을 씹으며 햇살을 마주보다가도 그 행복한 정점에서 하필 너를 마주친다. 죽은 네가 웃는다. 죽음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환기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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