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욌어. 실은 온종일
[비]
비가 왔어.
실은 온종일 화창한 하늘이 잠깐 어둡고 둥 (천둥) 울리고 휘 뿌린 (비 하-) 후드득. 너를 보내고 할 일을 다한 듯 너무도 맑게 개었어. 일시 어둡다 환해진 세상을 가득 채워 서 있는 게 너였어. 그러니까 네가 비였고, 비가 그치고도 남아서 걷는 비. 넌, 참 싱그롭고 모든 게 신기했어. 네가 놀란 듯 바라보면 그게 그렇게 놀라운 거란 걸 비로소 알아차렸어.
알아. 너도 알았고. 그런 날들을 계속 할 순 없어. 한쪽은 지치고 둔해져. 먼저. 가시 돋힌 말을 하거나 차갑게 무시해. 모든 게 너 때문, 이란 생각은 언젠가 뒤집혀 나 때문, 이라고 알게 되지만. 그때쯤 사과할 너는 없어. 뭐 이런 얘기. 너나 나나 비슷비슷 숨겨 둘 법한 지나간 날씨 얘기. 이런 게 뭐가 좋다고. 그래도, 너 울어. 좋다, 비 온다.
제한 | 오분 시간 제한. ‘자신의 성별을 바꾸어. 무엇이든 자신을 다른 누구라고 생각하고 말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