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같을 수 없어도
노래와 같을 수 없어도
라디오에서는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본래 팝송인데 누군가 번안한 모양이었다.
하던 일에 집중이 안 되고 목도 뻐근하던 차에 귀에 익은 가락이 들리자 나도 모르게 몸을 펴고 힘을 주욱 뺐다. 살짝 걸치는 느낌으로 의자에 앉아 노래를 듣는 둥 마는 둥 여름 거리의 아른거리는 공기를 보고 있었다. 이걸 멍 때린다고 하나? 잘 모르겠다. 긴장을 뺀다고 뺐어도 풀어지다 만 몸은 녹다가 만 얼음처럼 전혀 예쁘지 않은 모양새로 여기 걸쳐진 것 같다. 푸대 자루 같다는 생각도 했다. 생각은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옷의 무늬 같은 걸 좇다가 어느새 시야에서 그런 것이 지워지고, 누군가 부른다면 환기되어 바로 다시 눈에 띄고, 주욱 보고 있었단 듯 영상을 기억하겠지만, 지금은 일단 지워진 시간, 눈을 번연히 뜨고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지를 않는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될까?
노래가 끝나고 이미 다른 곡이 흘러나오는데, 그건 가락이 익숙치가 않고, 아까 듣던 멜로디만 귓가에 어른거린다. 그리고 노랫말을 자꾸 곱씹게 된다. 그런데, 험한 세상, 맞지. 다리가 된다는 건 글쎄..., 그런데 좀 괜찮을 것도 같다. 다리가 되는 건 별로인데, 다리를 찾거나 다리 만드는 걸 돕는 정도는 괜찮다. 그냥 다리 곁에 있고 싶다. 다리를 건너고 싶다는 건 아닌데, 어딘가 정말 다리가 있고, 다리를 알아보면 좋겠다.
나는 오래오래 그를 바라볼 것이다. 혹은 그이들을 바라볼 것이다. 어쩌면 이미 알던 이들이 그들인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자 아까 부러 힘을 뺄 때보다도 한층 어깨가 가볍게 풀어진 느낌이다. 살짝 어깨를 돌리고 목도 돌리고 나자 어떻게 할지 떠오른다. 첫 문장은 이렇게 쓰면 되겠군. 나는 얼음이 다 녹아 옅게 캬라멜 빛깔이 어린 투명한 잔 옆에서 삽시간에 맺히는 물방울처럼 가볍게 타자를 친다. 험한 세상 다리가 있거들랑... . 노래 아닌 노래를 흥얼거린다. 있어라, 부디. 내가 간다, 조금만.
제시어 | 다리
제한 | 5분 이내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