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멈춤
불운을 피하는 법 How To Avoid Misfortune
[1] 멈춤
불운을 피하는 건 잘못 움직이는 것을 제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멈춤>이다.
점을 찍으라(punctum)는 말로 갈음할 수 있다.
라틴어로 ‘점’ 또는 ‘점을 찍다’는 뜻을 가리키는 [풍ㅋ툼]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악보의 음표를 뜻하기도 하고,
히브리어 첫번째 문자인 알레프[א, alef]에 상응한다.
페니키아어, 아람어, 아랍어에서도 알레프/알리프는 첫째 문자이다.
이 ‘처음’은
우선 ‘수렴’(收斂)하고, 다음 ‘발산’(發散)하는 점이다.
알파요 오메가인데 ‘알파하고 오메가’가 아니라 ‘알파요 오메가’ 즉 알파-‘이면서, 동시에’-오메가라는 게 주목할 점이다.
시작은 움직임이 아니라
멈춤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멈추고서야 움직일 수 있다.
움직이면서는 시작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멈추고-시작하면
무궁무진한 움직임이 면면히 펼쳐진다.
고대의 미로들은 출구를 찾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가장 오래된 미로들은,
그것이 벌판에 벽을 세우든, 돌에 새기든
바닥을 파 선을 남기든
주화에 새겨 넣든
공통되게 들어간 입구로 되돌아나오지 않고는 따로 출구가 없다.
크레타 섬에 산재한 초고대 미로들이 그 예다.
이 미로들은
출구 찾기가 아니라
‘중심 닿기’가 목적이다.
중심을 찾아 가 닿는 것이 미로의 본령이다.
용수철처럼 튀어오른다.
인력으로 뭉친 천체가 비로소 핵융합하며 빛을 발산하고
붕괴하는 거대한 별이 초신성이 되어
새로운 원소들을 발출하는 것처럼
불운을 피하는 여정도, 방법도
첫 단추는 ‘멈춤’부터다.
멈춰라.
멈추지 못하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