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이어 쓰기] 스타벅스, 미키,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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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아래.
스타벅스에 앉아 있는데 유리문에 붙은 스티커 미키마우스가 고개를 돌려 날 본다. ‘이리 와 봐’
스타벅스에 앉아 있는데 유리문에 붙은 스티커 미키마우스가 고개를 돌려 날 본다. ‘이리 와 봐.’
이 무슨 엉뚱한 일인가 생각이 들기 무섭게 검고 가느다란 손이 쑤욱 뻗어나와 나를 잡아 끈다. 아침에 빵을 태울 때부터 이럴 줄 알았다 싶었다. 뭔 일이 나도 날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순식간에 납작해져 유리 안에 들어온 건 생각보다 더 답답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상어가 나를 좇았고 나는 전후좌우 사방으로 움직이지만 이차원 평면으로만 피할 수 있다. 줄에 매달린 추처럼 상어는 꼬리를 축으로 빠르게 진자 운동을 하고 나는 겨우 방향을 교란하고 멀찍이 물러선다. 미키는 내 꼴을 보며 배꼽이 빠져라 웃느라 허리가 꺽이는데, 나한테는 그 꼴이 더 눈꼴 시리다. 큰길로 난 전면 유리에서 벌어지는 소동은 얼마 안 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창가 탁자에 앉았던 한 젊은이는 놀라서 옷과 읽던 책에 음료를 쏟았다. 금세 카운터에서 스탭들도 이쪽을 주목하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휴대전화를 들고 찍어서 올린 사람들의 영상이 다시 뉴스를 타고 곳곳의 모니터에 방송된다. 상어를 피하면서도 나는 흘깃 서둘러 방송 영상을 살펴 본다. 나는 어떤 의미로 미키를 닮은 모습으로 납작하고 만화 속 인물답게 움직이고 있다. 제법, 하는 소리는 금세 끙 소리로 바뀌었고, 상어는 점점 더 흉폭하게 군다. 저놈은 왜 미키는 내버려두는 거지? 미키뿐 아니라 미니도, 도널드도, 구피도, 데이지도 다 상관하지 않는다. 오직 나만 쫓는다. 아침에 시작된 짜증과 의기소침이 너울처럼 이쪽 저쪽으로 나를 흔들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상어와의 추격은 멈추지 않는다. 사각의 벽 끝에 몰리면 꼼짝없이 물릴 거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러다 불쑥 아까 미키가 한 짓을 떠올린다. 똑똑.
‘이리 와 봐.’
와장창. 유리가 깨지며 내 몸은 바닥에 뒹굴었다. 미키와 친구들은 흘러내리고 휘발되어 사라지고, 상어는 반대편 끝까지 달아나다 깨진 유리면을 통해 쏟아지는 물이 그칠 때쯤 바닥에 붙은 채 파닥거린다. 나는 흠뻑 젖은 내 몸을 쓸었는데 물기가 빠지면서 파바박 전기가 튀었다. 아니, 전기라고 생각하지만 아닌 것도 같다. 그러는 동안 시내 곳곳의 전광판은 파지직거리기 시작하고, 모든 유리가 투명해지면서 내가 있던 매장 한가운데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내 주변은 투수가 서는 마운드처럼 살짝 부풀어 섬처럼 되었고 모두가 휩쓸려 매장 한 구석 바닥에 떨어진 미키마우스 스티커로 빨려들어갔다. 커다란 덩치가 스티커에 접근하면서 빨려들어갈 만큼 작아졌다. 불현듯 환해진다 느끼며 고개를 드니까 빠른 속도로 달이 다가오고 있다. 순식간에 거리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뛰어다닌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미키마우스 녀석이 한 번 큰 사고를 칠 거였다.
‘이리 와 봐.’
내가 팔을 뻗자 소스라치게 날카로운 한기가 감쌌지만 나는 금세 미키의 꼬리를 잡았고, 당겨 이 세상으로 끌고 들어왔다. 소용돌이가 멈추었다. 내 표정을 읽은 미키가 자세를 꼬고는 눈꺼풀을 빠르게 깜박이며 억지 웃음을 짓는다. 빵을 태웠다고 이런단 말야! 공기까지 모든 움직임이 멈추어서 내 목소리도 아무런 진동을 전달하지 못하지만 미키는 알아듣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오늘은 되는 일이 없다.
(2023.10.21.)
제한 사항 | 5분, 멈추지 않고.
예외 사항 | 5분이 되고, 5분이 지나도 멈추지 않고 쓴다면 멈칫할 때까지 계속 쓸 수 있음.
실행 사항 | 5분 종료 후 4분 59초 연장하고 마침. 총 9분 59초 동안 맥에서 <페이지> 프로그램으로 입력함.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