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 『헨젤과 그레텔』 같이 읽기 (1)
헨젤과 그레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오누이가 아닐까요?
한국에서라면 해님다님 이야기 속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겨룰 수 있겠지만
범세계적인 인지도 면에서 이처럼 유명한 오누이가 또 있는가요?
그림 형제는 헨젤과 그레텔(Hänsel und Gretel) 이야기를 자신들의 책
『Kinder- und Hausmärchen』의 첫 판본부터 실었는데
이 책의 독일어 제목은 “어린이들과 가정을 위한 이야기”라고 직역됩니다.
메르헨은 흔히 ‘민담’(民譚)이라고 번역하거니와
뚜렷한 저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정한 장소나 인물에 얽힌 전설도 아니고
더 오래된 공통자산으로서의 신화도 아닌데
언제부턴가 일부 지역을 넘어서 곳곳에서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이야기를 가리킵니다.
사실 민담과 전설(legendary)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전설(傳說)이라는 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는 이야기니까요.
다만 중세 유럽에서 레젠드는 레게(lege)라는 어근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읽는 것’이고, 주로 수도원의 식사 시간 중 침묵을 유지하는 수도사들에게
한 사람이 대표로 읽어 주는 이야기였으며 그 이야기를 레겐다(legenda)라고 불렀고
대개 이 이야기는 성인들의 전기, 생애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어느 한 인물의 일대기, 또는 어느 인물의 대표적 일화이곤 했습니다.
이게 전설(legend, 레전드)의 어원이 됩니다.
그렇다면 메르헨은 레전드에 비해 목적성이 불분명한, 뚜렷한 교훈을 주지 않는
— 교훈을 줄 수도 있지만 — 어떤 이야기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목적도 없이 질기게 구전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림 형제가 어떤 까닭에 그토록 독일 전역을 누비며 민담을 모았는가는 차치하고
그 속에 갊아든 무수한 민담들은 아주 자주 잔혹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림 형제 자신이 첫 판본에서 빼 버린 것들이 여럿이고
수록작들도 대개 다 다듬었습니다.
뺐다는 건 도무지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고, 도저히 다듬어 내보일 수 없었다는 뜻이겠지요.
그렇게 수록했는데도 잔혹하다는 말을 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가만 생각해 보면 끔찍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헨젤과 그레텔 오누이는 거듭해서 버려지는데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지요.
그런가 하면 과자로 만든 집은 대체 무엇이며, 마녀라니.
그런데 이 모든 걸 받아들인다 해도
처음부터 “어린이들과 가정을 위한” 이야기라고 제목을 달고서,
번역본도 초기에는 ‘그림 동화’ ‘그림형제 동화집’ 등의 명패를 달았는데
이런 작품에서 어린이들이 학대받는 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마녀라지만 아무튼 누군가를 속이고, 직접 살해하다니
이런 결말을 아이들이 읽어도 될까요?
정말 다들 읽어보고서 아이들에게 다시 읽히는 걸까요?
이러면 아이들은 다 성격파탄자가 되는 건 아닐까요?
잔혹하기로 치면 해님 다님 이야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머니가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는 과정은 사실 세세합니다. 떡만 다 주고 한번에 잡아 먹힌 게 아니라 팔다리를 차례차례 내어 주거든요.
그리고 호랑이가 오누이를 핍박하는 이야기도, 오누이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잡고 올라갈 때 역시 다른 동아줄을 잡고 오르던 호랑이가, 바로 그 줄은 썩은 동아줄이어서 뚝 떨어져 피떡이 되고 만 이야기, 그게 사탕수수가 붉은 이유라는 이야기는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감상을 줍니다. 어찌 생각하면 말이지요. 아니, 몇 번을 돌려 생각해도 말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걸까요?
왜는 관두고, 이러면 어떻게 될까요, 이거 괜찮은 건가요?
(다음 주에 계속 들려드릴게요)
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