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대지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법구경 13장 게송 172)

by 이제월



人前為過,後止不犯,是炤世間,如月雲消。

(인전위과, 후지불범, 시조세관, 여월운소。)


— 法句經 第十三章 世俗品 偈頌 172.




이전에는 게을렀더라도

지금 게으르지 않다면

그는 온세상을 비추리라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법구경* 13장 <세속품>, 게송 172.



초등학교 2학년 친구들과 그해 내내 매주 하나씩 얹어서 『법구경』을 외웠습니다. 한자를 배우거나 불교 경전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외웠습니다. 그러려고 숱한 번역 중 수려한 우리말을 드러내는 법정 스님의 번역본을 택했습니다. 스님의 번역은 입에 착 붙었습니다. 착 붙은 걸 탁 내놓으니 술술 그리고 우르르 쏟아졌습니다. 날마다 외는 구절은 점점 길어졌지만 신기하게도 그냥 다들 잘 했습니다. 못할 만도 하건만, 첫 마디가 떨어지면 끝까지 주욱 이어졌지요.

저는 신기하리만치 싹 잊고 게송 하나만 기억에 남겼습니다. 그것은 위로요 격려요 기억이요 전망이려나요.


이전에는 게을렀더라도


누가 아니겠습니까.


지금 게으르지 않다면


쉽지도 않지만 어려울 것도 없지요.


그는 온세상을 비추리라


세상에나! 정말이요? 믿어도 될까요?

아니, 그래도 될까요? 이전에 그랬는데, 이제 와서?

된다구요?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아하! 그렇구나. 이건 되고 말고가 아니네.

그냥 무조건 되는 거네요.

아니, 이미 이루어진 거군요.


어찌 안 그러겠습니까!


그대는 구름 속에 머무르렵니까.

벗어날 텝니까?


운명은 그대에게 정해진 게 아니라

천문 지리에 새겨진 것뿐

그대는 자유롭게 항행하십시오.

좋은 걸 택하세요.








*법정(法頂) 스님의 번역 사용. 그러나 암송한 것이어서 혹여 부정확해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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