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오렌지 카운티는 최근 가장 급부상한 스타들 중 한 명일 것입니다. 지금은 힙합씬의 거물이 되어버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분명 그의 인생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그만의 재치와 진솔함을 느낄 수 있는 가사, 듣자마자 각인되는 나른한 보컬, 다양한 악기를 활용하여 원하는 무드를 빚어내는 재능은 쉽게 숨겨질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기에, 성공의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어차피 언젠가는 재능 있는 다른 누군가의 눈을 사로잡았을 아티스트라 생각합니다.
2017년에 결성된 이 R&B 그룹은 그리 길지 않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리스너들의 주목을 유도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뮤지션의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이제 막 넘은 것이라 볼 수 있겠네요. 과거 클래식한 R&B 뮤직이 가지고 있는 향수와 현시대가 요구하는 세련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들의 음악은 5년 안에 코첼라에서 헤드라이너로 공연할 것이라는 야망이 그저 꿈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밴드의 결성 자체는 꽤 오래전에 되었지만, 디스코그라피로 따졌을 때 올해 첫 정규앨범을 발매한 루키 밴드이기도 합니다. 비치버니의 음악은 전례 없는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기인한 장점이 큰데, 청량한 보컬과 연주에서 느껴지는 풋풋한 에너지는 그것이 뻔하다 할 지라도 우리가 인디 팝이라는 장르에서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밴드의 음악을 영화 보이후드에 빗대고 싶네요.
찰리 XCX는 분명 팝스타이지만, 그간 만들어온 작업물들을 들어보면, 팝이라는 장르가 가진 전형성을 탈피하려는 시도들로 더 인상 깊은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면모로 인해 팝에 다소 인색한 평단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죠. 그녀가 벌이는 이 흥미로운 실험들이 항상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녀가 고전적인 의미의 팝스타가 아닌, 새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팝스타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