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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지 Mar 19. 2021

포르투에 대한 짧은 회상

다시 가기 위해서 뒤늦게 되돌아보는 그곳

포르투는 나에게, 다른 유럽 도시들보다 3배 정도 특별한 곳이다.

왜냐하면, 3번이나 갔기 때문에(단순하기 짝이 없다)... 가 아니라, 솔직히 조금 찐하게 좋아한다.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어딘가를 좋아하게 되면 누군가 ‘그것’이 왜 좋아?라고 물어보면 막연한 느낌만 떠오를 뿐 자세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다 좋으니까.

그래도 언젠가 포르투를 또 가고 싶어 지면, 또 갈 수 있게 되면, 나를 (혹은 설득해야 하는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다시 써본다.


우선 내가 포르투를 왜 3번이나 가게 되었냐 하면,

첫 번째는 교환학생 시절 여행이었고, 두 번째 세 번째는 각각 짧고 긴 출장 때문이었다. 사실 두 번째 포르투는 거의 정신없이 일만 하다 왔기 때문에 특별한 거의 없지만, 첫 번째 포르투 여행과 너무나 달라진 나의 상황을 실감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충격이었달까. 말만 교환학생이지 거지나 다름없던 그 시절과 회삿돈으로 호텔 묵으며 택시 타고 이동하는 지금이랑은.. 하늘과 땅 차이랄까. 거기다 첫 번째 포르투에서는 (다들 포르투가 너무나 인정 있고 포근한 곳이라는 것을 오자마자 인정하기 때문에 다들 놀라는 에피소드지만) 내 7개월이라는 유럽 교환학생 시절 동안 15개 나라를 여행하면서도 한 번도 털려보지 못한 내 소지품을(심지어 지갑을) 도둑맞았기 때문에, 진짜 말 그대로 거지였다. 덕분에 맛있는 것이라고는 구경도 못 하고 내내 쪼글쪼글 굶으며 구경만 했다. 기념품 하나 남기지 못한 여행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포르투에서는 호텔 미팅룸에서 내내 회의하고, 잠시 짬이 났다고 택시 타고 간 호텔 테라스에서 브런치 먹었으니 내 충격이 어지간히 컸을까. 엄청 비싼 호텔이지만 이트만 호텔에서 묵는 이가 있다면(나도 여기서 묵진 못했고, 답사 차 간 곳이긴 하다.) 테라스에서 꼭 뷰를 바라보며 브런치를 먹어보시라. 이러려고 사는구나 싶어 진다. 뭐, 이런저런 서론이 길었지만 신분상승을 경험해서라거나 비싼 브런치를 먹어본 도시이기 때문에 포르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포르투는 코로나 직전까지 한국인 포화상태였다. 특히  번째 포르투에 머무는 동안은, 어찌나 많은지  먹을  주위에 한국인 없었던 적이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도시를 제대로 좋아하기 위해서, 나는   의향이 있다.


포르투는 아직 체인 음식점이나 커피숍이 조금도 점령하지 못한 도시다. 적어도 나의 세 번째 방문까지는 그랬다.

아직 작은 커피집들이 저마다의 커피 향을 수줍게 권하는 곳이고, 내가 스치듯 한 말에 내 상사가 깔깔 웃었던 표현을 한 번 더 써먹자면 ‘한 눈 팔지 않는 가게’들이 넘치는 곳이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일색인 곳이 아니라, 한 집 한 집이 찐한 초콜릿 라떼 같은 느낌. 신발 가게는 신발만, 비누 가게는 비누만, 아이스크림 가게는 아이스크림만, 종이 가게는 종이만, 와인 가게는 와인만. 각자의 스페셜리티에 충실한 이 곳의 깊이감이 참 좋았다. 비싸지도 않고, 부풀리지도 않고,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을 선보이기 위해 진심이 가득 담긴 것들을 파는 곳들이 참 많은 곳, 꼭 그런 도시였다. 재밌게도 포르투 출장 직전에 간 출장이 라스베이거스였는데, 정말 딱 반대의 느낌.


종종 사람들이 포르투에 오면 해리포터의 흔적을 쫓아다니기 바빠 보인다. 마제스틱 카페도 갔다가, 렐루 서점도 간다. 내가 렐루 서점에서 소매치기를 당했기 때문은 아니고(진짜?), 진심을 담아 이 곳들이 포르투의 목적이 아니었으면 한다. 사실 더 재밌는 곳이 많다. 도대체 무엇으로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하시는 걸까 싶은 고서점도, 누가 봐도 장인의 솜씨가 엿보이는 초콜릿 가게에도 불쑥불쑥 들어가 그들의 ‘덕스러운 삶’을 구경했으면 한다. 강변의 언덕에 찾아가기 힘든 커피숍이나 밥집에도 가 보았으면 한다. 찾아와 주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잔뜩 친절해진 포르투 사람들의 친절에 마음을 놓고 진심을 담아 같이 즐겼으면 한다. 눈을 돌려 강변에 커다랗게 자란 레몬트리에 놀라 옆 자리 꼬마랑 같이 와아아- 하고 탄성도 질러 보고, 그래도 성이 차지 않으면 달밤에 강변으로 나가 공짜 버스킹을 즐기다 들어와 예쁜 와인바에서 와인 한 잔을 마셔보았으면 좋겠다. 왜인지 모르게 혼자 이 멋진 도시를 자발적으로 즐길 마음이 안 드는 지친 하루였다면 저녁 6시나 7시쯤 시작하는 파두 공연장을 알아두었다가 알아듣지도 못할 그 파두를 들으며 이 먼 곳의 문화와 전통에 대해 1g의 이해를 더해 하루를 보내보았으면 한다.  아직 삶의 모습들이 다채롭게 남아있는 이 멋진 곳을, 그냥 다른 도시처럼 즐기지 않기를, 다시 나를 위해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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