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을 샀다.
다섯 개 들어 있는 당근 한 봉지의 가격은 7,580원, 당근값이 많이 올랐다. 식단에서 매일 빼놓지 않고 먹는 식품 중 하나라서 당근 가격의 변화를 쉽게 감지한다.
우리 집 아침식사는 간단하다. 콩을 위주로 먹는다. 콩물과 나또, 삶은 달걀, 과일에 생멸치까지 곁들이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콩물은 집 앞에 있는 두부집에서 직접 만든 것을 사는데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담백하다. 콩물을 먹을 때 씹을 수 있는 당근과 파프리카를 넣어서 먹는다.
매일 아침식사에 당근을 넣기 때문에 냉장고에는 당근을 항상 준비해 둔다. 장을 볼 때면 언제나 당근이 있는지 먼저 재고 파악을 한다. 마트에서 당근을 사면 껍질을 벗겨서 채를 썰어 투명 사각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이렇게 채 썬 당근은 아침식사뿐 아니라 각종 음식을 할 때도 요긴하게 사용된다.
자주 먹는 당근값이 최근 다시 올랐다. 지난여름 제주 당근 크기가 얼마나 작았던지 울며 겨자 먹기로 샀다. 그나마 요즘 크기가 나아졌다고 생각해서 기분 좋게 가져온 당근인데 가장 큰 것에 상처가 나 있었다.
당근을 다듬으면서 속이 상했다.
'아니 이런 것을 넣어서 팔까? 참 양심 없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올여름 얼마나 더웠어.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농사짓기가 얼마나 힘들었겠어.
내가 조금 잘라내고 먹지.'
하며 제풀에 마음을 돌리고 채를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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