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제주도를 여행했다.
지인들과 골프를 치고 미술관과 맛집을 찾아다녔다. 길가에 있어 눈에 띄는 곳이라면 찾기 쉽겠지만, 그렇지 않고 좁은 골목길에 있다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여행하면서 자주 느끼는 것은 내비게이션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지금같이 여행이 일상처럼 느껴질 만큼 자유로웠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면 어디든지 찾아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내비게이션이 출현되기 이전에는 운전자들의 필수 아이템은 지도책이었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차 안에 지도책 한 권쯤은 넣고 다녔다. 여행을 떠날 때면 지도책을 펼쳐놓고 가야 할 곳을 먼저 살펴보고 도로 위의 표지판을 살피며 운전했다. 그러다 보니 운전자 옆좌석에는 지도를 잘 보는 사람들이 앉았고 운전자가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추는 것은 기본이었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는 지도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무리 살펴도 모르겠다 싶으면 차를 세우고 행인이나 가까운 상가에 들어가 길을 묻곤 했다. 그때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내비게이션이 본격적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여성 운전자들도 많이 늘었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굳이 지도책을 보지 않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운전하면 되고 도로의 표지판을 살피는 일도 줄어들었다. 내비게이션에 활용되는 GPS와 정보기술의 발달로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과 경로를 확인할 수 있어 더없이 편리하게 원하는 곳을 갈 수 있었다. 요즘은 사람들의 활발한 SNS 활동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장소나 맛집 등을 방문할 수 있어 여행의 즐거움은 커진다. 내비게이션은 여행을 떠나는 자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장사를 하는 상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길가의 목 좋은 상가가 아닌 구석진 곳이나 외진 곳에는 사람들이 찾아가기 어려웠다. 아는 사람만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맛과 정성이 들어간 장소라면 기꺼이 시간을 들여 어디든지 구석구석 찾아다닐 수 있다.
지점장 시절, 고객사를 방문하면서 길을 잘못 들어 당황한 적이 있다. 습관처럼 길을 떠날 때는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출발한다. 하지만 잘 아는 길이라 방심하고 내비게이션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가 가는 길을 지나쳐버렸다. 순간 당황했지만, 다행히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길을 찾아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동료들과 식사 자리에서 이런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동료들은 마누라와 내비게이션 안내자의 말은 철칙이라며 잘 따라야 탈이 없다고 충고했다.
은퇴 후, 남편과 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여행을 즐기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 여행을 자주 한다.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여행 가이드 없이는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 가이드가 없어도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즐긴다. 아니 오히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자유여행을 선호한다. 우리가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구글 지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가고 싶은 장소는 물론 근거리에 무엇이 있는지까지 상세하게 알려주어 어디든지 원하는 곳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의 진화는 여행의 질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산업의 변화를 일으켰다. 이는 가히 혁명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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