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다
아무도 없는 길을 걷는다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찾아봐야 할 사람도 없다
더 이상 새벽길을 나서지 않아도 되고
늦은 밤까지 있지 않아도 좋다
머리를 싸맬 일도
억지웃음을 지을 필요도 없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좋다
굳이 관심을 갖지 않아도
두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손을 잡아주지 않아도 되는 시간
무대에 등장하지 않아도
모두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바쁘게 움직인다
다시 길을 걷는다
by 민앤박
퇴직 후 쓸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를 적어 보았습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시간을 쪼개가며
바쁘게 움직였던 시간들
그 시간을 보내고
오롯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내게 주어진 시간
뚜렷한 목적 없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망설이며
그냥 있으면 무너질 것 같아
집을 나섰던 순간들
시를 쓰며 그 마음을 달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