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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x Oct 21. 2016

탈선하는 신자유주의

Derailing Neoliberalism

※ 이 글은 Jacobin Magazine의 'Derailing Neoliberalism'을 번역한 글로, 이 글의 저작권은 모두 Jacobin Magazine에게 있습니다. 편집자의 허락을 얻어 게시합니다.


영국의 붐비는 남부 철도 네트워크에 소속된 민영기업으로, 안 좋은 서비스로 악명이 높은 Govia Thameslink Railway(GTR)는 최근 직원들과의 분쟁에 휘말렸다.  분쟁의 직접적인 원인은 GTR이 핵심적인 안전 인력들을 감축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분쟁은 이윽고 사건의 핵심인 누가 영국의 철도를 소유하고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로까지 번졌다. GTR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은 그의 노동당 지도부 선거 캠페인에서 철도의 재국유화(renationalization)를 핵심에 놓았으며,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한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본지의 던컨 토마스(Duncan Thomas)가 런던 대학교(the University of London)에서 파업의 중요성과 철도 민영화의 지속적인 실패에 대해 연구해온 톰 헤인즈-도란(Tom Haines-Doran)과 인터뷰를 나눴다.


지금 상황이 익숙치 않을 독자들을 위해서, 왜 남부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일단 좁게 보자면 파업은 역과 기차에 배정된 직원의 수를 감축시키려는 민영 회사의 시도에 맞서 진행되었습니다. 조금 더 넓게 보자면 이것은 새롭고 더욱 맹렬하게 시도되고 있는 철도 노동조합에 대한 무력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죠.

남부 철도(Southern Rail)는 잉글랜드의 남동쪽 해안부터 런던에 이르는 지역 열차 서비스의 브랜드명입니다. 이는 민영 열차운영회사인 Govia Thameslink Railway가 소유하고 있는데요. GTR은 다국적 민간 수송업체, 캐나다의 연금 기금, 그리고 프랑스 국가 철도의 위험한 동맹(unholy alliance)입니다.

GTR은 2014년에 인건비를 줄이는 구체적인 소관과 함께 사업을 인수했습니다. 왜냐하면 복잡한 기술적 개선을 진행해야 했고 철도에 대한 공공지출을 줄이는 것이 만성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남부 철도 서비스를 두고 노동자들, 그리고 노동조합과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갈등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회사가 서비스를 운영하기에 충분한 인력을 고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죠. 심지어 파업이 없는 날에도 회사는 통근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며 단축 운행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파업이 일어난 상황에 집중해보자면, 오랫동안 차장을 고용하여 그로 하여금 많은 안전 기능들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안전 기능들에는 역에서의 문 작동 등이 해당됩니다. 그런데 GTR은 경비원들을 철도 직원들로 대체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고객 서비스" 업무와 열차 티켓 검사까지 시켰습니다. 운전자가 문을 여닫는 업무를 떠맡은 사이에 말입니다. 차장들의 조합인 Rail, Maritime, and Transport union(RMT)는 이들 고객 서비스 직원들은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지 않아 위기 상황에서 기존 인력에 비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GTR은 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기 전까지 열차에 제2의 직원이 필요한지조차 확신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RMT가 타당하게 믿는 바에 따르면, 이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첫 단추(the thin end of the wedge)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열차를 운영하는 데 오직 한 명의 운전자만 있으면 된다고 인정하기 시작하면, 그 이후의 미래에는 이들 제2의 직원들이 쉽게 잘려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없다면, 휠체어 사용자나 보조인이 필요한 다른 탑승객들은 남부 지역에서의 기차 탑승으로부터 광범하게 배제되고 말 것입니다. 차장들의 파업은 그래서 조합원들의 직장을 지켜내는 것뿐만 아니라 안전기준을 지키고 승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과도 이어져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GTR의 남부 철도 직원들에 대한 공세는 정부의 철도 관련 전략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영화의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이것이 사실은 노동조합의 힘을 강화시켜주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랄프 달링턴(Ralph Darlington)의 노동연구에 따르면 RMT 조합은 1993년 영국 철도(British Railway)의 민영화에 따라 철도가 분할되면서 이익을 보았습니다.

노동조합을 민주화하고자 하는 평사원 조합원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철도 분할은 단체협상을 보다 지역적인 수준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는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험과 더욱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것이었죠. 지금은 고인이 된 밥 크로우(Bob Crow)를 필두로, 평사원들이 이전 지도부에 비해 정부와 고용주에 맞서 더 잘 투쟁할 준비가 된 지도부를 선출하게 되었습니다. 연이은 정부들도 조합원의 연봉과 작업조건을 유지·개선하고 다른 영역의 노동자들에게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강력한 철도 노동조합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조합의 힘에 태클을 거려는 협동공세가 시작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죠. 철도 노동조합들은 알고 있습니다. 남부 지역에서의 투쟁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곧 다른 철도 네트워크에서도 다른 분야의 노동자들을 하나씩 축출해내는 일들이 되풀이된다는 것을 말이죠. 

외국의 독자들을 위해서 철도의 소유권과 관리권이 왜 영국에서 핵심적인 정치 문제가 되는지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잉글랜드 섬의 인구 밀도와 광역도시권 사이의 비교적 짧은 거리 때문에 철도는 영국 경제에 있어서 막대한 전략적 중요성을 갖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단순히 철도를 넘어선 파급력을 갖게 되는 것이죠.

철도는 문학에서부터 음악과 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대중문화에 걸쳐 친숙한 테마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철도는 1980년대부터 대처주의 민영화의 광풍이 불러일으킨 모든 문제점들을 집약하는 상징물이 되었죠. 그래서 국민 건강 보험의 미래가 위협받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긴축 프로그램이 영국에서의 사회적 삶의 조직을 가지각색으로 찢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철도를 공공의 소유에 다시 돌려놓으려는 욕구가 제레미 코빈의 두 차례에 걸친 노동당 지도부 선거 캠페인에서 핵심적인 요구를 형성했던 것입니다.


코빈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고, 영국의 민영화 모델이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주시겠어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밖엔 설명할 수 없겠네요! 아니면 최소한, 공공의 요구에 맞춰 작동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있겠죠. 민영화가 진정으로 한 것은 막대한 규모의 공공기금과 개인들의 돈을 민영기업의 수중으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첫째로 알아둬야 할 것은 1993년 철도법이 하나의 공기업(publicly owned company)이 철도운영을 책임지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제도적 구조를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갖다 바쳐야 하는 백 여개의 민영 기업들로 바꿔놓았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구조에 세 가지 층위가 있는 겁니다. 가장 하층부에는 공공의 소유인 Network Rail이 있어요. 철도의 물리적인 인프라를 관리하죠. 이 부분은 2002년에 주주들이 소유한 Railtrack을 대체한 것인데요. Railtrack은 선로 관리를 적절하기 하지 못한 바람에 2000년 해트필드(Hatfield)에서 치명적인 차량 충돌 사고를 내고 나서 몰락했습니다. 가장 상층부에는 철도 운영회사들(train operating companies, TOCs)이 있습니다. 승객열차 프랜차이즈들을 관리하죠. 프랜차이즈는 주어진 시간만큼 운영하고, 철도 운영회사들에게 철도 네트워크의 특정 지역에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합니다. 중층에는 세 민간소유의 차량회사들(rolling stock companies, ROSCOs)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가 짧게 설명해드릴게요.

철도 운영회사들은 정부 지원 프랜차이즈 입찰 경쟁에서 서로 다툽니다. 승자가 되면 가장 많은 양의 국고보조금을 약속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도 운영회사들은 "특별 목적 회사(special purpose vehicles)"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모회사에게 배당금을 줄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는 뜻이죠. 그러나 그들의 모회사는 철도 운영회사들이 금융 위기를 겪고 있을 경우에 그들을 구제해야 할 의무로부터 면제되어 있습니다. 이 관계를 묘사하자면 "앞면이 나오든 뒷면이 나오든 그들이 이기는(heads they win, tails we lose)"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철도 운영회사들이 프랜차이즈들의 경쟁에서 비싼 값을 부르는 행위는 그들이 계약을 이후에 파기하거나 추가적인 국가 기금의 보조를 받음으로써 결론이 납니다. 철도 운영회사의 소유자들은 운영에 아주 적은 자금만을 묶어두고 있습니다. 고정된 수준의 인프라 관리만 Network Rail에 남겨둔 채, 그들은 세 차량회사들 중 하나로부터 열차들을 구매합니다. 그것들은 은행들 혹은 연금 기금의 소유고요. 이는 민간 투자자들에게 있어 철도 사업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부분으로, 투자한 자본에 대해 이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추산되는 바에 따르면, 이렇듯 높은 차량 구매 비용은 5년 동안 차량 회사들이 다시 새로운 차량들을 만들어내 충당하는 비용에 필적합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차량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30년에 달하는 재고의 유효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철도 운영회사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요금을 청구할 것입니다.

영국 철도의 민영화를 옹호하는 주요 주장들 중 하나는 민영화가 경제적 효율성을 창출하고, 그리하여 공공 지출을 줄이고 매력적인 요금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철도에 대한 공공지출은 실질단위로 환산할 때 1993년의 지출의 약 두 배 가량이 되었습니다. 이 계산은 그나마도 Network Rail이 쌓아올린 380억 파운드의 "민간" 부채를 제외한 것입니다. 이들 부채는 이제 공공 부채로 재분류되고 있으며, 이는 정부 지출이 최근 영국 철도에 지출되던 것의 네 배에 가까운 양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금도 마찬가지입니다. 1995년부터 요금은 실질단위로 환산할 때 거의 25%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종합하자면 이는 철도회사에 들어가는 돈이 공공 소유 아래에 있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민영화의 지지자들은 이러한 수치들을 최근 몇년 동안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음을 들어 반박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는 사실 1980년대부터 있어왔던 일로, 민영화 이전 시기의 효과라고 봐야합니다. 게다가 공식 수치들은 철도 운행에 따라 벌어들이는 돈의 일부로 마련되는, 철도회사에 들어가는 돈의 양이 민영화 이전과 똑같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높은 고정 비용을 지닌 산업에서, 인프라의 이용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개인이 분담해야 할 운행 비용이 떨어져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이는 철도회사들에게 Network Rail의 부채 형식으로 지급되는 추가적인 지원금을 제외한 결과입니다. 제가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이것을 계산에 집어넣으면 지금의 상황은 실제로는 더욱 안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민영화 이후 올라간 비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진 샤울(Jean Shaoul)과 같은 회계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국의 철도회사들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아마 최소한 1910년대나 1920년대부터, 공공의 소유이든 민간의 소유이든간에 말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들은 국가 보조금에 의존해왔던 것입니다.

민영화는 추가적인 "이해당사자들"을 철도회사들에게 소개시켜주었습니다. 즉, 발생한 수익들을 요구하는 주주들, 민간 대부업자들이었죠. 적자를 보고 있는 산업에서 이들의 추가적인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경우에는 납세자들이 추가적인 국가 보조금의 형태로, 승객들이 요금 인상과 서비스의 질적 하락의 형태로 부담하게 된 것이죠. 이는 보조금을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들 보조금이 주주들과 금융 투자자들에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요금을 줄이는 등 더 유익하게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최근 몇 년 동안, 영국 철도는 아마 유럽 철도회사들 중에서도 가장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철도회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비록 연이은 정부들이 의도적으로 자금을 충분히 제공해주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어떤 형태의 민영화라 하더라도 결국 승객들과 납세자들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에 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승객과 납세자들의 손해는 오로지 민간업체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에 비례해서만 줄어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애당초 특성상 적자를 보기 마련인 산업에서, 오로지 공공에 의해 완전히 소유된 체계만이 체계에서 새어나가는 손실들을 0으로 만들 수 있었죠.

전적으로, 철도회사의 재국유화는 대중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정치적 요구입니다. 심지어 보수적인 투표자들이 지탱하고 있는 다수의 여론을 장악할 수 있을 정도죠.  왜냐하면 민영화는 이미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파산했으며, 이는 하나의 질문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영화의 핵심이 뭐야?


제 생각엔 이미 질문에 대한 답을 귀띔해주신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철도 민영화가 부를 상층으로 재분배하려는 신자유주의의 전체적인 프로젝트에 들어맞게 되었는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먼저,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의미하는 바가 뭔지에 대해서 톺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개념을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측면에서 (1997년부터 2010년까지의 노동당 정부까지 포함해서) 연이은 정부들이 민영화에 대해 "이데올로기적인 약속"을 해온 것도 확실히 사실입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공공의 이익에 있어 민간 영역의 경영이 보여주는 경제적 효율성과 공공 관리의 무능력함에 대한 "문제 삼을 수 없는" 가정들을 포함하는 경제 모델에 입각해 있죠. 

그러나, 우리는 물질적인 기반을 이러한 이데올로기적인 약속에 더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분명히 지속적으로 그 목적에 반대하는 이들을 만들어내면서도 정책은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을까?

아마 민영화의 목적은, 정치인들과 정책연구소들(thinktanks)이 어떤 말을 덧붙인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철도회사에 대한 공공 지출을 확대하는 것에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는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의 개념인 약탈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by dispossession)이 유용할 것 같군요. 하비가 주장하기를,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가 무엇이건 간에, 그것의 실질적인 효과는 부를 금융 엘리트들에게 재분배하는 것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자본가들처럼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방법이 아니라, 민영화처럼 존재하는 부를 빈자로부터 부유한 자들에게 옮겨놓는 방법을 통해서 이뤄지죠. 그래서 신자유주의는 특정한 계급의 프로젝트이며,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의 부와 자원들을 모두 약탈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상황을 보게 된다면, 주주와 금융업자들로의 돈의 유출은 민영화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의 주요 기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민영화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정치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회의 특정 집단에게는 막대한 이윤을 창출해낸다는 것도 말이죠.  다시 진 샤울의 연구를 언급하자면, 주요 승리자는 투자 은행, 연금 기금들, 그리고 기타 같은 종류의 민간 대부업자들입니다. 제 최근 작업에서 저는 이러한 철도의 금융화와 공공정책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바 있죠.


이전에 말씀드렸듯이, 코빈이 철도의 재국유화를 자신의 선거 캠페인의 핵심 부분으로 삼았습니다. 그의 이러한 제안이 함의하고 있는 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선생님께서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보시기에 그것들은 충분히 급진적입니까?

코빈의 제안의 핵심에는 승객열차 프랜차이즈들의 계약이 만료되는대로 그들을 국유화하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재국유화를 지지하는 활동가로서 주장하자면, 최근에 재국유화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는 주장들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동부 해안 간선(East Coast Main Line)의 사례가 있습니다.

런던에서부터 요크셔(Yorkshire), 동스코틀랜드까지 도시간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부 해안 프랜차이즈는 민간 소유 아래서 두 차례의 처참한 시기를 거쳐 2009년에 공공의 소유로 반환되었습니다. 이들 민간 기업들은 동부 해안 프랜차이즈 입찰 경쟁에서 연속으로 승리했고, 막대한 수익 성장을 기대하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회사만이 모회사의 주주들에게 두둑한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었을 뿐, 두 회사 모두 약간의 위약금과 함께 계약을 파기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동부 해안 간선은 공공소유를 통해서, 서비스에서 고객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었으며, 좀 더 많은 열차들이 제 시각에 맞게 운영하게 만들 수 있었고, 결정적으로 수백만 파운드의 투자금을 다시 재무부에 반환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돈은 주주들에게 잉여를 주는 데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철도회사를 일구는 데 쓰였습니다. 이 사례는 프랜차이즈의 공공 소유가 납세자들과 승객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실제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큰 이익은 아마도 왜 서비스가 최근에 다시 재민영화가 되었는지에 대한 하나의 설명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접근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먼저, 계약의 만료에 따라 프랜차이즈를 재국유화하는 것은 좀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모든 승객 서비스를 재국유화하는 것을 피하게 됩니다. 전면적인 사회주의적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 한, 이러한 접근법은 개인 투자자들이 맺은 계약으로부터 철도 회사들을 사들이는 데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재국유화가 갖는 비용 절감 효과가 다소 상쇄되겠죠.

문제는 15명 중 오직 4명의 승객열차 프랜차이즈가 다음 국회의 회기 동안에 계약이 만료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전면적인 소유권의 구도를 바꿔놓기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적다는 것이죠. 몇몇 프랜차이즈들은 더 이르게 종료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프랜차이즈 계약은 일반적으로 철도 운영회사들이 특정 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에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GTR은 이미 계약 안의 파기 조항을 촉발했습니다. 그리고 노동당은 당장 재국유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권리가 있죠. 이에 이어서, 가장 좋은 대안은 프랜차이즈의 재국유화가 코빈 정권 하에서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코빈의 접근법이 갖는 두 번째 한계는, 비록 철도 운영회사의 소유주들이 투자한 자본에서 놀랄만한 수익을 거둬드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순이익 수준은 전체 산업 비용에 비교해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이들 비용의 대부분은 고정 인프라와 열차 차량에 묶여있죠. 2014년까지 Network Rail은 재정적으로 인프라를 유지 및 확장하기 위해 민간 신용시장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민간 대부의 경우, 정부가 돈을 빌리는 것보다 더 비쌀 수밖에 없었죠.

이는 정부에게는 공공 대차대조표에서 Network Rail의 부채를 제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금융부문에게 있어서는 또한 수익성이 높은 투자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2014년에 이들 부채가 다시 국유화가 되면, 380억 파운드가 국채에 더해집니다. 이제 Network Rail은 공공단체로 여겨지고 있고, 재국유화의 지지자들은 이윤율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철도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특히 전화(電化, electrification)와 같은 계획을 통해 철도를 현대화하는 부분에서요. 코빈은 "국영 투자 은행(national inverstment bank)"을 통한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을 별도로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 철도 인프라 역시 그 중 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민간 투자자들에게 있어 철도 산업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부분인 열차 자체가 차량회사들의 손에 내버려져 있음에도 코빈의 계획에는 이 문제가 고려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프랜차이즈들과 마찬가지로, 하룻밤 사이에 차량회사들을 재국유화하려고 한다면, 정부는 시장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전부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지나치게 막대한 비용이 되겠죠. 

장기적인 해결책은 영국 철도의 기술 부서를 다시 만들어 네트워크를 위한 새로운 열차들을 만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한이 지난 차량회사들 소유의 재고들을 최대한 빨리 은퇴시키는 거죠. 이들 차량은 비영리적 기반에 입각해 제작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급 사슬과 산업 자체에서 고숙련 일자리들을 다수 창출해낼 수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경제를 탈탄소화시키면서도(decarbonizing) 더 큰 부를 창출하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제를 회복시키고자 시도하는 코비노믹스(Corbynomics, 코빈의 경제정책)에 딱 들어맞는 대안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그렇게 재국유화를 최대로 가동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이게 새로운 생각은 아니잖아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이와 같은 대안이 진보적이고 21세기적인 공공 소유 모델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몇몇 캠페인 지지자들은 "영국철도를 돌려내라(bring back British Rail)"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슬로건의 분명한 두운(頭韻)적 매력과는 별개로,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전략적 실패였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영국 철도는 실로 적은 양의 예산으로 체계를 운영하는 데 탁월하게 적응하는 와중에, 이러한 운영자금의 부족으로 인해 오늘날 필요한 최첨단 체계를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영국 철도는 능숙하지만 동시에 오로지 재무부에게만 반응하는 "비대한 관리자(fat controller)" 관료제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슬로건은 훨씬 더 낫습니다. 승객 집단과 철도 노동자들이 경영 결정을 형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갖추고, 한편에서 정부 대표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전체 예산의 최종결정권을 갖는 통치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민중의 철도(people's railway)"가 바로 그것이죠. 물론 이들 대부분이 재무부에서 신자유주의자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좀 더 좌파적인 시선을 가진 경제학자들과 자문위원들로 채움으로써 반대처(reverse-Thatcher)의 움직임을 벌이고 있는 코빈에게 달려있습니다. 물론 도전은 철도에만 국한되지 않겠지요. 그러나 이는 진정으로 좌파 정부를 세우려는 프로젝트에게 있어서는 근본적인 부분입니다.



⑴ 직역하자면 "쐐기의 날카로운 끝"이라는 뜻으로, 쐐기가 한 번 박히면 점차 뭉툭한 끝을 따라서 상처나 균열이 벌어지듯이 안 좋은 일이 시작될 징조를 말하는 표현

⑵ 직역하자면 "앞면이 나오면 그들이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우리가 진다"는 뜻이다. 겉보기에는 승부가 명료하게 나는 공정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일방이 항상 이득을 취하게 되어 있는 불공정 구조를 일컫는 표현이다.

⑶ bring과 British의 앞 음절들(bri), back과 rail의 앞 음절(ba, ra)이 서로 짝을 이루면서 두운적 효과를 주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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