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후기인상주의 작가들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입니다. 모두 아시겠듯이 이 작품은 고흐 자신의 자화상입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 고흐가 왜 유명한 화가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미술책을 보아도 고흐 인생의 고달픔만 기억날 뿐 고흐 작품의 특징이나 차별성에 대해선 와닿는게 없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보다가 고흐의 작품을 보자, 그 가치를 조금은 이해한 듯 하네요. 이전까지의 화가들은 적어도 '자신의 눈에 비치는' 색을 사용했습니다. 마네가 이상적인 명암을 받은 인체를 그리지 않고 보통 현실에서 보이는 명암을 표현했다거나, 모네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눈에 보이는 대로 순식간에 담아낸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고흐는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가, 자신의 감정을 색에 투영합니다. 그는 작품에 푸른색과 노란색을 주로 사용합니다. 실제로 푸르거나 파랗지 않은 부분에도 말이죠. 이 작품에서도 고흐는 배경을 노란색과 파란색이 섞인 아지랑이 물결로 채웁니다. 그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요소인데요, 제 눈에는 저 소용돌이가 마치 혼란스러움, 멜랑콜리처럼 보입니다. 이런 면에서 고흐의 그림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고흐가 자신의 그림에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면모는, 이후 독일에서 나타난 표현주의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대표적인 화가가 여러분도 잘 아시는 에드바르트 뭉크입니다.
위의 두 작품도 고흐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방금 말씀드렸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물감을 아주 두텁게 써서 그런지 붓터치가 아주 잘 보이는데, 전혀 더러워보이지 않고 세련되어 보입니다. 비어 있는 곳이 없어서 풍만해 보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이 정도로 물감을 막 쓰니까 맨날 돈이 궁하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ㅎㅎ 예술가의 고집이 느껴지네요
고흐가 나왔으니 고갱도 나와야겠죠. 위 그림은 고갱의 자화상입니다.
고갱은 원주민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집니다. 실제 그의 그림의 주된 대상도 타히티 섬의 원주민이구요. 원시적이고 순수한 것을 담아내고자 했던 그의 그림에서는 원색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원색이라 함은,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고유의 색을 의미합니다. 순수한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이 그 예가 되겠습니다.
폴 고갱, 이라고 하면 저는 초록, 빨강이 생각날 정도로 그의 그림은 탁하지 않고 쨍한 색감이 특징입니다. 정말 자신이 쓰고 싶은 색깔을 마음대로 쓴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 정신은 후대 야수파에게 그대로 이어집니다. '이카루스'로 유명한 앙리 마티스가 야수파 화가의 대표주자입니다. 그의 작품을 떠올려보시면 색을 쓰는 방식이 고갱과 비슷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고갱의 다른 작품들입니다. 오른쪽 그림에서 그림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쨍한 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인상적이네요.
현대미술에 물꼬를 튼 작가, 폴 세잔입니다. 사과 작품으로 유명한 화가인데요, 사실 사과보단 '시점의 파괴' 때문에 유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왼쪽 그림을 보시면 과일 바구니가 있고, 그 아래로 여러 과일들이 엉켜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동그란 주전자와 커다란 책상의 배치가 이상해 보이지 않으시나요? 동그란 주전자가 더 '위에서 아래로' 봐야할 것 같은 각도인데, 책상은 상대적으로 평평합니다. 그와중에 뒤의 과일 바구니는 아예 평평한 높낮이로 설정되어 있고, 맨 뒤에 의자는 마치 공중에 떠있는 듯 심하게 위로 올라가 있죠.
이러한 '다시점' 회화는, 서양에서 수백년 동안 이어져 왔던 전통적인 원근법에 완전히 반(反)합니다. 이러한 시도를 계승하여 다시점 회화를 발전해낸 사람이 파블 피카소입니다.
다음으로 볼 화가는 조르주 쇠라입니다. 사진이 이것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아쉽지만.. 이 작품이라도 보도록 합시다. 쇠라도 후기인상주의의 화가 중 한 명이고, 점묘법을 시도합니다. 빨강 노랑 파랑 등 기본적인 색만을 사용해 점을 찍어서 혼합 효과를 만들려고 했죠.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 찍어보았습니다.. 점을 세세하게 찍은 걸 보며 소름이 돋더군요. 왜 쇠라의 작품이 별로 없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볼 화가는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툴루즈 로트렉입니다.
툴루즈 로트렉은 귀족 출신이지만 신체적인 장애로 인해 주변인들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그는 결국 유흥 주점이었던 물랑 루즈에서 지박령처럼 살아갑니다. 그는 물랑 루즈에서 밤새 술을 마시는 대가로 공연 포스터를 제작합니다. 근데 이 포스터가 대박이 납니다. 포스터의 타이포그래피, 레이어링, 실루엣 등등 이전까지 보지도 못했던 기법이 대중들에게 먹히게 되고 이는 현대 일러스트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죠.
신체적인 결함 때문인지, 그는 사창가와 매춘부에게 애착을 느낍니다. 그래서 작품에 나오는 여인들도 모두 물랑 루즈의 인물들입니다. 일하는 여인들의 표정이나 전체적인 모습에서 경쾌함과 동시에 고단함도 보이는데, 꾸밈 없이 그대로를 담아낸 그의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이걸 오르세 미술관에서 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딱 마주쳤을 때 정말 기뻤네요.
'In bed'라는 작품이고, 침대에 누워있는 두 사람은 동성애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사회를 생각하면 동성애는 금기였을 텐데, 이런 소외된 대상을 담아낸 그의 그림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다음에는 퐁피두 센터에서 만난 현대미술 작품 소개로 돌아오겠습니다! :D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