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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하이브

보상구조

by 재창
방시혁과 민희진

관련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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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z.chosun.com/stock/stock_general/2024/04/26/PR4YBAKZX5C45H66IKJSCZU54A/

https://www.autotribu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53



얼마 전에 민희진과 하이브 분쟁이 큰 뉴스가 되었다.

감정적으로는 민희진 스타일의 기자회견이 좋았지만,

이성적으로는 민희진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고 결국엔 빠르게 봉합되어서 어른들 싸움에 뉴진스와 그 팬덤이 영향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스타트업과 보상구조에 관심 많은 변호사로써 이 사건에 대한 나름대로의 문제 원인과 그 해결책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하나, 경영진과 대주주는 다르다

경영진과 대주주

대표이사는 지분이 0%일수도 있고, 대주주도 경영권이 없을 수 있다. (최근 고려아연이 대주주가 경영권에서 배제되어 있던 대표적인 케이스다)

왜 경영진과 대주주의 차이를 얘기를 하는 걸까? 바로 이 부분의 혼동이 어도어 문제가 시작하게 된 핵심이고, 그 해결책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통은 회사도 경영을 오래하다보면 왠지 내 것같은 느낌이 든다.

이게 자연스러운 것이 얼마전 "썸"이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친구로 친해지다보면 연인같고, 연인으로 오래 지내다보면 친구 같아지기도 한다. 친구와 연인은 분명히 다르지만, 그렇다.


경영진은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면, 대주주는 오너십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로인한 서로의 보상체계도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둘, 그럼 경영진과 대주주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체감할 수 있는 차이는

(1) 경영진은 매해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

(2) 대주주는 이 회사의 가치(밸류에이션)에 따라서 자신의 자산규모가 달라진다. 현금화에 대한 개념은 별로 없고, 일생에 딱 1번 매각할 때 있다.(소위 오너들이 매해 지분을 팔아서 성과급 대신 받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결정적으로 존속하는 기간도 다르다.

(1) 경영진은 성과에 따라 내년엔 이 회사에 없을 수 있고,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을 수 있다.

(2) 대주주는 이 회사의 성과가 좋든 나쁘든 일생을 같이 한다.



셋, 하이브의 잘못된 보상체계와 민희진의 불만

문제는 민희진은 SM에서 임원으로 오래 일하면서 뼛속까지 성과를 내는 경영진의 피를 가진 사람인데, 오너십인 지분으로 보상을 받았다는 점에 있다.


임직원이 성과급 대신 "쉽게 매각할 수 없는 주식"을 보상으로 받았다.
그럼 너무 좋을까?


임직원 입장에서는 아래와 같은 불만과 짜증이 생긴다

(1) 올해 일을 열심히 했고 성과도 좋은데, "현금"(캐시)으로 들어온 게 없어서 플랙스를 할 수가 없다.

(2) 보너스는 받은 시점에 걱정할 것 없이 플러스가 확정된다. 근데, 팔 수 없는 주식으로 받았다? 나중에 성과가 안 좋아지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가치 300억, 나중에 인기가 떨어지거나 경기에 찬바람이 불어서 50억 가치인 경우. 50억도 큰 돈이지만, 마치 250억을 날린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주식 또는 지분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3) 심지어 그 지분을 내가 대출 받은 돈으로 샀다면? 확실한 마이너스를 끼고 시작한다.

(4) 매해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보고 시험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받던 사람에게 "시험을 딱 1번 보는데, 그 시점은 네가 정해라"라고 한다면? 룰이 달라져서 짜증난다.


매년 칭찬 받거나 성적표가 나오던 사람에게 그 성적표가 사라진다면 자유가 아니라 불안함과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민희진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경영진의 시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간 민 대표는 풋옵션에 설정된 '13배'를 보다 높여달라고 하이브에 요청해 왔다. 출처 : 오토트리뷴(https://www.autotribune.co.kr)

(풋옵션 가격을 안정적으로 설정하는 것 자체가 주주가 아닌 경영진의 마인드임을 알 수 있다)


배수 변경이 어렵다면 하이브 동의 없이 팔 수 없는 지분 5%에 대해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조항 수정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오토트리뷴(https://www.autotribune.co.kr)

(처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평생 보유하는 대주주가 아니라 성과급 개념임을 확인할 수 있다)


덧붙여 기사에서 오해한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면, 5%를 영원히 팔 수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은 지분이 한번에 외부로 가지 못하도록 하이브에 우선매수권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영원히 팔 수 없다면, 주식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조항으로 그것 자체로 무효인 조항이다. 관련 판례도 존재함)



넷, 그렇다면 해결책은?


(1) 앞서 처음에 얘기했듯이 민희진은 좋은 성과 = 좋은 보상을 원한 것으로 보인다. (단편적으로는 다른 기사를 보니 처음 시작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 스톡옵션이 아닌 지분의 형식을 취했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스톡옵션의 취지를 살려서 "매해" 일정량의 지분을 그해의 매출액 등 평가에 따라 매수해주는 조항을 만들어 두면, 분쟁의 소지가 많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 7년 후 1000억이 아니라 매해 50억씩 보상해 주는 방식이라면 오히려 민희진의 불만은 없어졌을 수 있다. (다음해에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그만큼 더 가져갈 수 있다면)


(2) 스톡옵션을 주주간 계약으로 바꾸면서 관련 조항을 똑같이 바꿀 수 없었고,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면서 분쟁도 같이 커져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3배 매수 조항 등에서 단지 배수를 가지고 다툴 것이 아니라 매출 실적에 따른 매해 정량 매입 등으로 확정해줬다면 어떨까 싶다.


(3) 아쉬운 점은 기사에서도 이러한 "주주간계약"등의 관련 조항에 따른 문제라는 점이 여러번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민희진 대표는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주주간 계약'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하이브와의 갈등에 대해 "경영권 찬탈을 모의해서가 아니라 주주간계약 수정에 대한 이견이 컸기 때문"이라며 돈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출처 : 오토트리뷴(https://www.autotribune.co.kr)


(4) 이런 과정에 있어서 양쪽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가이드 또는 Q&A가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이 경우는 잘못 된 경우도 아니고, 민희진 말대로 "가만히만 있어도 1000억을 버는" 매우 잘된 케이스인데도 이렇게 다툼이 커지면 (심지어 돈이 작아서 난 다툼도 아니다) 결국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보고 패자가 되기 땜문이다.


(5) 생각해 본 다른 해결책은 이미 신뢰관계가 상실되었지만, 아티스트는 남은 상황에서 지금부터라도 남은 기간 성과급으로 보상구조를 변경하고(계약 기간이 끝난 후 서로 정리할 것이 없고, 밸류에이션이 아닌 보상이 명확하도록) 더불어 어도어가 존속할 수 있게끔 다른 후속 아티스트, 어도어라는 회사 가치와도 연동한 보상구조로 문제가 된 "주주간 계약"을 전면 업데이트 하여 양쪽이 타협점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마치며..

분쟁들을 보면, 사소한 분쟁에서 시작해서 당사자 간 분쟁이 점점 커져나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작은 회사들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하이브 정도 되는 회사라면 중간에 중재해 줄 사람도 많았을텐데 너무 거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고, 결국 뉴진스라는 아티스트들에게도 피해가 번진 듯 해서 안타까움이 크고


협업이 잘되는 것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로써, 사업이 잘되든 잘 안되든 다시 한번 보상구조는 명확한 것이 추후 분쟁을 줄이기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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