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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사태에서 재밌는 장면들

by 재창


#1 비전문가는 전문가를 어디까지 조롱할 수 있나

스크린샷 2025-01-08 오전 1.59.08.png 대법관 불러다가 법원의 판단이 끝난 사안의 법적 문제점 알려주시는 국회의원님

깔보듯이 꾸짖는 왼쪽 사람: 박준태 의원, 비례 초선, 81년생, 경희대학교 의료경영대학, 고려대 법무대학원 의료법 전공.

꾸짖는 발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면 "제가 영장의 문제점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사법 역사에 이런 영장이 있었습니까? 이거 아무리 법관이 독립적으로 재판하고 권한이 있다하더라도 사법부의 권위나 사회적인 신뢰를 무너뜨리는 그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법관들이 동요나 이런 부분이 없는지 한번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경청하고 있는 오른쪽 사람: 천대엽 현직 대법관, 법원행정처장(겸직), 전직 서울고등 수석부장판사, 앞선 박준태 의원이 중학생 될 무렵인 95년부터 30년째 재판관으로 활동했고(나이는 박준태 의원보다 대략 20살쯤 많음), 주로 형사재판부에서 일했으며, 형사실무제요 공동 집필진으로 형사법 전문가.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법원행정처장. 수재들이 모였다는 법원에서도 요직중의 요직을 거치신 분임


특히 아이러니 한 부분이 천대엽 대법관의 경청하는 태도 였는데...

아니 ㅋㅋㅋㅋㅋ 판사, 변호사는 고사하고 법학 전공한 것도 아니고, 법무대학원에서 의료법 깔짝 전공한 자가(대학원 전공을 무시하는 건 아닌데, 천대엽 대법관님 앞에서는 깔짝도 너무 과대한 표현일 정도) 대법관 중에서도 형사법 전문가 앞에서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 틀렸다고 신랄하게 깔 수가 있는지.. 그 머랄까 무식한만큼 용감하다는 표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참고로, 사법부 판사의 판단은 굳이 대법관이 나오지 않아도 그 판단 자체로 존중 하는 것이 법치주의이다. 판사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임)


현재 지위가 국회의원과 사법부로 각자 별개라 하더라도 법률의 해석에 대해서 대법관 앉혀놓고, "그거 뭐 ㅆㅂ 틀린 거 아닙니까? 다른 법관들은 제 말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는지 너무 웃긴 포인트였다 (참고로 대법원의 판단은 하급심인 2심과 1심의 판단을 기속한다. 혹시 다른 판사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대법관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거다 ㅋㅋㅋㅋㅋㅋ)


이건 머랄까.. 회사로 치면, 60세인 삼성전자 사장(인사HR 전문가) 불러놓고, 대리(셀트리온 2년 근무한 적 있음. 인사팀 근무해 본 적 없음)가 나도 회사 다녀봤지만, HR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옳다고만 하지 마시고 주변에 다른 사람들 얘기는 들어본 적 있냐? 흘려듣지 마시고, 제 얘기 좀 잘 생각해보십시오. 라는 하는 장면을 실제로 보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근데, 엄청 성실하고 공손하게 대답해 주시는 그 장면이 너무 아이러니해서 웃겼다

참고링크: https://youtu.be/1v1QkV-IeQU?si=wA0tnlPyoO929-uy&t=369



#2 꿀잼 공성전을 현실에서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장면을 실제로 보고 있다는 게 계엄의 재밌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모든 걸 걸고 공성전을 하고 있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체포되면, 다시는 사회에 나오기 힘들 뿐더러 무기징역은 당연하고 사형도 유력한 편이다)


게임에서는 공성전이 재밌는 포인트지만, 그게 실제로 하는 것 만큼 재밌을 수 있을까? ㅋㅋㅋㅋㅋ

오징어명대사.jpeg


경호처(경찰, 군 통틀어서 엘리트 집단, 숫자는 작다) vs 경찰특공대(경찰의 총 인원은 13만명에 달한다. 즉시 동원 가능한 경찰 숫자도 몇천명쯤 된다)


이 두 진영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공성전을 벌이려고 하고 있다. 이게 흥행이 안될 수가 있나? 응원행렬이 이미 밤새가면서 공성전 시작 전부터 각자 응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게임을 시작하면 둘 중 하나는 진다.


전국민이 그걸 알기에 (탄핵 찬성파든 반대파든) 이미 흥행은 대성공.. 개꿀잼이기 때문에 혹시 6일에 시작할까 해서 국민의힘 의원 44명은 개추운 날씨에도 새벽 6시부터 나와서 오픈런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건 오픈런을 놓치면 참여할 기회가 없다)

이 대결은 "응- 체포영장 재청구하면 돼~"로 받은 공수처의 대응으로 일단 기대하고 나온 국회의원들에게 헛걸음으로 한방 먹였다고 생각한다 (계엄 동조 세력인지 국회의원인지 좀 혼동스럽긴 하다)


40년전에 있었다는 글로 배웠던 계엄을 2024년에 한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뭔가 상상만 하던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니 황당하기도 하면서 흥미롭고, 이렇게 전국민을 들끓게 할 수가 있나 싶다.

일단, 흥행에 대성공했기 때문에 직관하려는 사람들이 (언제 시작할지도 모르는데) 공성전 장소에 밤새가면서 지키고, 각종 언론들이 총출동해서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상황, 반민주, 불법 세력이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상황.. 하지만 이런 토론의 장을 거쳐서 사회가 더욱 성숙해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국장을 하는 나는 일단 (본의 아니게)대한민국의 발전에 올인했기 때문에 잘 되야 한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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