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글쓰기 9기 10일차
글쓰기 전 리츄얼(ritual) 스쿼트 300개 성공!!
지난 8월부터 힘성 독서 모임 <토지 완독반>에서 토지를 읽고 있다.
2주에 한 권씩 읽는다.
1권, 2권, 3권, 4권, 5권 그리고 6권.
오늘 토지 6권을 다 읽었다.
토지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늘 드는 기분이 있다.
바로 놀이공원 롤러코스터의 도착점에 선 기분이다.
롤러코스터.
속도도 모르고 일단 탄다.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코스도 모르고 탄다.
뭐지? 뭐지? 얼마나 더 올라가는거지?
으~~~ 뭐야? 어디야?
언제 내려가는거야??
.......
으아~~~
함께 탄 사람들의 소리 지름.
나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있다.
하!하!하!하! 어느 구간에서는 웃음도 나온다.
재미있는건지 무서운건지 알 수가 없다.
정신없이 움직이다가 슈우웅---
어느새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와 있다.
안전바를 올리고 롤러코스터에서 내리는 기분.
오우 무서워, 다음에는 절대 안 타야지
생각보다 재미있네, 한 번 더 탈까?
내가 탄 롤러코스터의 길을 되돌아본다.
토지 한 권을 다 읽고나면 딱 이 느낌이다.
토지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몸을 그냥 롤러코스터에 맡기듯
작가의 이야기 흐름에 그냥 따라간다.
6권에서는 특히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
다양한 인물만큼이나 다양한 장소가 나왔다.
서희와 옥이가 만난 옥이네 방(feat. 목도리)
서희가 누워 있는 입원실(feat. 귀마동 꿈을 꾼 길상)
두수, 윤이병, 여관주인이 이야기 나누는 여관방(feat. *주구들)
상현과 혜관 스님이 이야기 나누던 이판서댁 방 (feat. "내 앞에선 앞으로 길상이 칭찬은 마시오.")
혜관과 환이가 이야기 나누는 목기막(feat. 전답문서)
혜관과 양재곤(운봉노인) (feat. 동학군의 가모를 부탁받는 혜관)
서의돈, 임명빈, 상현의 대화 장소 황태수의 사랑방(feat.개화당의 반개화론)
석이, 석이 엄마, 두 여동생이 밥 먹던 석이네 방(feat. 시퍼런 볼때기 ㅠ)
봉선(기화), 석이네, 봉춘네가 이야기하던 기생집 연홍의 집 방 (feat. 소개기(소고기), 깨강정 와작와작 씹는 국향)
죽은 인이의 처 선산댁이 길상에게 고백하는 샘터(feat. 나그네끼리 허물없이 하는 말)
등등..
이외에도 아주 많다.
이 중에서 내가 가장 함께 있고 싶은 장소는 입원실과 황태수의 사랑방이다.
입원실은 길상과 서희가 가까워진 모습을 보고 싶어서이고,
사랑방은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현장에서 직접 듣고 싶어서이다.
마로니에북스 132쪽
"길상이 네가 왜 걱정이지? 누구 훈계하는 게야?"
왜 병원에 간다고 거짓말을 했는가? 그 원인과 결과가 한꺼번에 상기되어 그러는 걸까.
서희 얼굴에 독기가 피어난다.
"귀찮아서 그렇지요."
이번에는 들떠서 길상이 말한다.
"그럼 가버리면 될 거 아냐?"
"귀찮아도 별도리가 있습니까? 가버릴 수 없지요."
"누구 놀리는 게야?"
서희는 휙 돌아누우려다 꼼짝 않는 한쪽 다리, 군데군데 입은 타박상의 맹렬한 통증 때문에 신음한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
"갑갑해도 참으셔야 합니다. 뼈가 붙을 때까진, 뼈는 부러졌지만 잘못될 염려는 없답니다."
"듣기 싫어! 더이상 지껄이면 여기서 뛰어내릴 테야. 병신이 되면 어떻다는 게지?"
"······."
"상관 말어!"
서희는 설움이 목구멍까지 꾸역꾸역 차오르는 눈치다. 길상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기뻐서 안도에서 그러는 것을.
"이까짓 다리 하나 부러지면 어때? 눈이나 깜작할 줄 알어?"
악몽이다. 그것은 순전히 악몽이다. 서희의 음성을 듣고 있는 길상은 눈이 희끗희끗 쌓인 언덕 아래서 망가진 인형처럼 기절한 서희를 안고 미친 듯이 입김을 불어넣던 그때 얼굴, 입술의 감촉을 기억할 수가 없다. 실날 같은 숨결을 뽑아내는 서희를, 솜두루마기를 벗어 싸안고 언덕 위로 올라온 일, 그곳서 십리를 걸어 마을에 당도한 일, 마차를 빌려 회령까지 달려온 일, 그 밖의 일을 기억할 수가 없다. 마차 바퀴가 눈앞에서 아물아물 선회하고 있을 뿐, 눈밭 위의 선혈이 망막 속에 조금 남아 있을 뿐 다른 죽음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해낼 수가 없다. 서희의 노여움은 어쩌면 입술 위에 닿은 길상의 입김, 그 기억이 부끄러운 때문인지도 모른다.
"복지곡물상에 가서 부탁을 해놨습니다. 용정에 사람을 보내 달라구요. 월선아지매가 오시는게 좋을 듯싶어서."
서희는 가슴 위에 두 손을 깍지 끼면서 대꾸가 없고 길상은 의자에 등을 바싹 붙이며 침묵과 밤과, 병실의 공간과의 대결을 준비한다.
이 부분 다시 읽으니 두 사람의 팽팽한 긴장감과 더불어 사랑이 보인다.
그리고 잠깐 잠든 길상은 귀마동 꿈을 꾸고 일어난다.
142쪽
가까이 다가서서 서희 쪽으로 몸을 기울인 길상은 숨소리를 듣는다. 미동이 없는데 그러나 고른 숨소리가 들린다. 다물린 엷은 입술에서 체취가 풍겨 나온다. 차가운 얼굴이다. 눈시울이 숨결에 나부끼는가, 희미하게 흔들리는 것 같다. 입술이 서희 얼굴 가까이 ······ 볼에 닫는다. 마약같이 괴로운 환희가 심장을 친다. 급기야는 격류가 된다! 물보라가 된다! 격류를 휘어잡으며 길상은 물러선다. 상쾌한 땀이 전신을 적시고 물러서는 순간 모든 속박에서 풀여난 것을 길상은 느낀다. 끈질기고 집요했던 속박, 격류는 파도가 된다. 파도가 밀려온다. 포효하면서 달려오는 것이다. 산더미 같은 거대한 파도가 그에게 무너져온다. 사나이의 무한한 자신(自信), 거칠고 힘찬 야성이 드디어 춤을 추는 것이다.
(중략)
"입원하신 분, 누이동생이 아니라 하셨는데 그럼 어떤 사이신가요?"
그간 무뚝뚝하게 대하던 조수는 아무래도 궁금증을 풀지 않고 배길 수 없었던지 체면 불고하고 묻는다.
"내 처가 될 사람이오"
"아아 그러시오"
길게 빼는 어투에는 좋잖은 심사를 무마하려는 노력이 있다.
길상은 곁눈질을 하며 싱글이 웃는다.
'이 친구 다시 무뚝뚝해지겠구먼'
길상의 대답에 꺄악~~~ 속으로 소리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박경리 작가님의 유머코드에도 박수~~
6권도 이렇게 끝났다.
7권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
보통 내가 빌린 책 제외하고, 1권부터 20권까지 잘 꽂혀있었다.
그런데! 오늘 1권부터 5권 자리가 비어 있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을 이용하는 누군가가 토지를 읽기 시작했나보다.
오우 반갑다!!
토지 동지님!!
재미있게 읽고 계신가요?
제가 7권, 8권 먼저 읽을게요!
천천히 따라오세요~~!
7권도 기대된다.
슬슬 인물들이 많이 나오니 걱정도 되었는데,
10권까지 읽으면 <토지 인물 사전>을 선물로 주신다는 리더님의 말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주구(走狗) :
1. 달음질하는 개라는 뜻으로, 사냥할 때 부리는 개를 이르는 말.
2.남의 사주를 받고 끄나풀 노릇을 하는 사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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