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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남주 Jun 11. 2024

나의 선생님

함성 미라클 글쓰기 챌린지 Day 5

지난 6월2일 일요일에 나의 선생님을 만났다.

몇 주전부터 기다려 온 설레는 만남이었다. 

*** 선생님은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시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스승의 날 즈음에 카네이션을 들고 찾아 간 적이 있었는데,

대학생 때 한 번, 첫 발령 받고 한 번, 아이 셋을 낳고 한 번.

이렇게 총 세 번이었다. 

선생님과의 마지막 톡은 2018년 8월이었다.

올해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로 휴일이었다)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용기내어 연락드렸는데 너무 너무 반겨주셨다.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뵌 때는 2016년이었다.

그 때 선생님은 내가 졸업한 그 고등학교에 다시 근무하고 계셨다. 

그 때 나는 육아 아휴직 중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아이 셋을 데리고 갔었다.

8살, 6살, 3살이었던 아이들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말이다.


다음은 지난 일요일에 선생님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다. 

잊지 않으려고 글로 남겨본다.


선생님께서는 독신이시다. 

나중에 본인은 무조건 독거노인이라고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그리고 4년 전에 명퇴를 하셨다.

1년 정도 더 있다가 하려고 했는데 친정 엄마가 아프셔서 갑자기 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어머니께서는 90세가 넘으셨고 치매 증상을 보이신다고 하셨다.  

은퇴 후 시간에 대한 준비 기간이 없었기 별로 없었기 때문에 첫 1년은 매우 힘들었다고 하셨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의 동거는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 완전히 적응을 했고,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도 터득하셨다고 했다.

선생님은 미국 배우 '탐 크루즈'랑 동갑이라고 하셨다.

탐 크루즈를 보며 당신도 그렇게 늙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나의 담임이었을 때 30대 초반이셨던거다.

이야기 도중에 내 입에서 '친정'이라는 단어가 자꾸 튀어나왔다. 

엄마면 엄마지, 왜 친정엄마인지.

독신이신 선생님께 친정 엄마라는 말은 어색할 거 같다.) 


선생님의 어머니는 외출을 안 좋아하시고 계속 누워 있는 걸 좋아하신다고 한다.

아픈 친정엄마와 함께 살고 있어서 지금은 여행이 힘들다고 하셨다. 

나중에 유럽여행을 가보겠다고 하셨다.

오랜 기간 여행은 가지는 않고 두 세 나라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쉬었다가,

다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리고 혼자 다니기는 위험하니 가이드 여행을 가겠다고.

키 작은 여자 동양인은 바로 나쁜 사람들의 표적이 된다고 친구들이 조언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 아크릴화를 배우신다고 하셨다.

선생님 카톡 프로필 사진이 초록 사과 두 개를 그린 아크릴화였다.

선생님은 학교 다닐 때는 거의 요리를 안 해 먹었다고 하셨다. 

아침은 거르는게 당연하고, 학교 급식을 많이 먹고 저녁은 대충 먹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퇴직을 하고 요리도 해서 먹고, 엄마랑 살다보니 삼시 세끼도 먹게 된다고 하셨다. 

내가 맨발걷기를 한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는 파상풍 걱정이 되어 안 해봤다고 하셨다. 

내가 요즘에는 맨발걷기 하기에 좋은 황톳길이 잘 된 곳이 많다고 했더니 선생님도 한 번 찾아 해보겠다고 하셨다.

내가 식사 계산을 했다. (사전에 카드를 카운터에 맡겨두었다)

선생님께서는 자기는 돈 많은 백수라고 하시며, 본인이 계산 하려고 했다며 계속 미안해 하셨다. 

다음에는 선생님 집 근처로 꼭 오라고 하셨다.

맛있는 걸 사주겠다며.

식당을 나오기 전 결국 선생님께서는 피자 두 판을 포장 주문하셨다. 

한 판은 집에 계신 어머니를 위해, 한 판은 나를 주며 집에 있는 아이들 주라고 하셨다.


선생님의 차를 타고 집 근처에 내렸다. 

3시간 하루 만남은 아쉬웠지만, 앞으로 원한다면 편하게 또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전혀 아쉽지 않았다. 


나는 홍콩야자 화분을 선생님께 선물로 드렸다.

선생님께서 나중에 사진을 보내오셨다. 

"화분 고마워. 바람 쐬라고 거실 문 열어놓고 보고 있어. 나도 산책 나가려고 .. 오늘 넘 반가왔고 덕분에 포식했네." 라고 하시며.

선생님 댁에서 홍콩야자가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 

퇴직 후 삶이 여유롭고 너무 좋다는 나의 선생님.

퇴직을 좀 더 일찍할 걸.. 후회가 되기도 했다는 나의 선생님.

스승의 날 잊고 지낸지 오래되었는데 연락줘서 너무 고맙다는 나의 선생님.

밥 먹는 속도가 엄청 빠르신 나의 선생님.

 

또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선생님과의 다음 만남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다음 번에는 둘이 같이 사진도 한 장 찍어 남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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