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고용노동부에서 10년 넘게 일해왔지만, 신고인 근로자와 피신고인 사업주를 마주하는 일은 매일 두렵고 매일 새롭게 떨리는 일입니다.
근로자들은 대부분 경제적, 정신적으로 큰 힘겨움을 안고 노동청을 찾아옵니다. 답답함과 불안, 또는 조급한 마음이 그들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한편, 사업주들은 근로자에 대해 서운함이나 분노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양측을 상대하는 업무는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한때 공중파에서 방영된 TV 시리즈 속 근로감독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덕 사업주를 응징하며, 근로자의 고통을 완벽히 해결해 주던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의 저는, 쌓여있는 사건들을 보며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마주할 때면 한숨이 나올 때도 많습니다.
그런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그 이야기를 글로 쓰면, 일터에서 요동쳤던 감정들이 오히려 정리되고 가라앉으며 차분해졌습니다. 즐거운 종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글쓰기 자체가 제게 위로이자 정화의 과정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노동의 대가에 관한 이 이야기는 결국, 얼굴에 땀을 흘려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직장인,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자영업자, 혹은 사업주로서, 월급을 받거나 주는 공통의 경험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궁금해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일과 피할 수 없는 인간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거나 받습니다. 그 상처는 때로 깊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쓰라린 기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상처의 진정한 회복과 치유 역시 결국 다른 인간으로부터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인간으로서 쓴 이 글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분들에게 작은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 노동청에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과몰입하는 근로감독관의 사건(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해결 이야기입니다. 주 2회 이상 연재합니다.
* 일러두기
1. 인물들의 성명, 성별, 업종, 상호 등은 개인 식별을 하지 못하도록 변경하였습니다. 각 사건 상호의 영문 첫 글자는 실제 상호와 관련이 없습니다. 근로자와 사업주의 스토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수사 기법 등 업무상 대외에 공개되어서는 안 될 내용은 담겨 있지 않습니다.
2. 가독성을 위해, 정확한 법적 명칭 대신 사업주(사용자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피진정인, 피고소인), 노동청(고용노동청 또는 고용노동지청), 아르바이트(단시간 또는 기간제 근로), 4대 보험(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 등 일반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명칭을 사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