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더미 위에서 생기를 되찾은 사타니즘의 역설

<28년 후: 뼈의 사원>, 니아 다코스타 (2026) 리뷰

by 김노엘

사실 좀비/바이러스 장르가 '생존'에 관한 서사라는 생각만큼이나 이 장르를 크게 오해하는 수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사실 이 장르는 생존보다는 죽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서 오는 장르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아포칼립스가 생존의 가능성을 담보로 잡아 공포를 자아낸다면 좀비/바이러스 아포칼립스는 죽음을 담보로 잡은 공포를 드러내고자 시도합니다. 생존자들의 근원적 공포는 살아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의미에서) 죽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서 옵니다. 어떻게 보자면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온전하게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생존 이상으로 구원을 가져다주는 평안한 안식입니다.


오컬트 장르의 매력이 '실체를 얻은 악'에서 드러난다면 좀비/바이러스 장르의 매력은 '실체를 얻은 죽음'에서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이 장르에서 마스터피스가 되기 위한 핵심적 조건은 죽음이 얼마나 생기 있게 작동하느냐를 보여주는가 하는 역설적 요소에서 온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좀비물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로메로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의 제목만 살펴보더라도 그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죠. 영화 속에서 죽음은 삶 그 자체보다도 살아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이 그 죽음을 가만히 죽은 채로 내버려두지 않았냐는, 무엇이 죽음을 '살아 있게' 해버렸냐는 것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28일 후>의 후속 시리즈로 기획된 <28년 후> 시리즈는 이 '살아 있는 죽음' 역설을 잘 이해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돋보이는 시리즈입니다. 적어도 현재까지 개봉한 두 작품들만을 놓고 본다면 오리지널인 <28일 후> 보다도 자신들이 가졌던 고민을 밀어부치고자 강경하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28년 후>가 죽음을 어떻게 죽은 채로 남겨둘 것인가에 대해 논한다면 두 번째 이야기인 <28년 후: 뼈의 사원>은 왜 인간들은 그토록 죽음을 살려두지 못해 안달인가에 대해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말하자면 기억할 것인가 숭배할 것인가의 선택지 앞에서 전작이 전자를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은 후자의 사례를 지극히 엔터테인먼트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죠.


왜 죽음을 죽은 채로 남겨두지 않는가에 대해 앞선 작품들이 선택한 이유들은 다양합니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 인간이 다른 인간 위에 올라서고자 하는 인종주의를 연상케 하는 메타포를 통해 계급사회에 대한 은유를 제시했다면 <새벽의 저주>나 <28일 후> 같은 21세기 초의 작품들은 대체로 인간에게 근원적으로 스며들어 있는 폭력성을 전시함으로써 죽음 그 자체가 인간의 삶과 구분되지 않게 되어 버린 시대를 제시하죠. 한편 <28년 후> 시리즈, 특히 이번 작품인 <28년 후: 뼈의 사원>은 거의 제의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인간의 비뚤어진 믿음체계를 건드리는 방식으로 질문을 제시합니다. 이건 메타포라고도 할 수 없는 게, 영화 자체가 대놓고 사타니즘의 모티프를 가지고 와요. 죽음이 실체를 갖춘 숭배의 대상이 되는 세계, 죽음이 과거가 아닌 현재에 언제까지고 머물러 있어야 하는 세계, 죽음이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밖에 없는 세계를 어찌 보면 메타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장르물의 문법에 충실하게 그려냅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자신들이 생각한 '좀비물'의 영역과는 너무 다르다고 의문을 표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글의 첫머리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그러한 비판이 좀비물을 '생존물'의 영역에 놓은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28년 후> 시리즈는 어찌 보면 근래 제시된 어떤 좀비/바이러스 장르물보다도 장르의 근원에 충실한 작품이고, 어쩌면 '살아 있는 죽음'을 그 어떤 작품보다도 잘 드러내고 있는 시리즈일지도 모릅니다. 죽음은 어떻게 해야 그대로 죽어 있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해서 기어코 살아나게 되어 버렸는가. 이 질문을 제기하는데 있어 영화는 종교성이라는 소재를 끌고 와 안정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서사를 기어코 완성해 내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니아 다코스타의 엔터테인먼트적 연출은 물론이고 알렉스 가랜드의 작두 타는 듯한 각본에도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네요. 과거에 머물러야 할 기억의 공간에서 현재의 숭배 대상으로 살아나버린 죽음의 역설. <28년 후: 뼈의 사원>은 그 역설을 설득해 내고야 말았습니다. 시리즈의 다음 스텝이, 이들이 제기할 마지막 질문이 궁금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