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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Apr 19. 2021

나의 아저씨

웰메이드 힐링 드라마의 뒤늦은 입문

뒤늦게 '나의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한참 방영할 때는 채널 돌리다가 자주 마주쳤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톤과 도청 장면들이 우울해 보여서 매번 채널을 돌렸었네요.


그러다가 팟캐스트 '씨네마운틴'에서 소개하는 걸 듣고, 한번 볼까 싶더라고요. 왜들 그렇게 인생 드라마라고 하는지도 궁금하고요.


막상 보기 시작하니, 출퇴근길에 눈가가 촉촉해지는 걸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버스에서는 눈을 크게 떠서 눈물을 말리고 침대에 누워서 볼 때는 눈물을 계속 닦으며 보게 되네요.


드라마는 착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이선균에게는 너무 가혹한 현실들 속에서, 이미 지옥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아이유가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지 보여줍니다.


'괜찮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파이팅'


평범해 보이는 이 말들이 아내의 불륜, 살인전과처럼 묵직한 상처들을 넘길 수 있도록 힘을 줍니다.


 참 괜찮은 사람이에요.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힘을 낼 수 있겠구나. 또 한편으로는 아무 힘도 없는 것 같은 나라는 존재도 누군가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겠구나 하고요.



십몇년 간의 제 회사생활을 돌아보면 저에게도 이선균 같은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같은 팀에 있던 과장님이셨는데 타지에서 하는 회사 생활에 힘들어하는 팀원들을 잘 챙겨주셨어요.


기숙사 생활하는 팀원들이 아침 챙겨 먹을 리 없잖아요. 아무것도 안 먹고 온 거 아시니 집에서 싸온 바나나를 나눠주시고. 일이 많아서 계속된 야근에 힘들어할 때면 이거 오늘 저녁에 안 한다고 사람 죽고 사는 일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해주셨죠.


맘 붙일 데 없는 타지 생활, 마치 가족처럼 의지했습니다. 월요일이면 실험하면서 재잘재잘 주말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주중에는 매일 있었던 일들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해주시는 말씀이 참 와 닿았어요. 회사에서 불합리한 일들에 발끈하면 '응, 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라던지 '때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안 되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어' 같은 말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인정해주고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라 따뜻하게 느꼈어요


무엇을 위해서 일하는지 모른 채, 계속해서 더 열심히만 하라는 회사에서 인간으로서 관심을 갖고 챙겨준다는 그리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주셨던 소중한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후배들을 마지막까지 몰아세우며 푸시하는 대신, 인간적으로 대하는 게 거슬렸을까요. 과장님을 눈엣가시처럼 봤던 상사의 괴롭힘 때문인지 안타깝게도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셨습니다. 송별회 날 어찌나 울었던지 다음날 눈이 퉁퉁 부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제는 어느새 저도 그때 과장님만큼 회사생활을 했어요. 그때 그 과장님처럼 후배들에게 그렇게 힘이 되는 선배노릇을 하고 있나 돌아봅니다. 늘  앞가림도 힘든 처지라 짐이나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고작이지 않나 싶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각각은 미약한 존재들이지만 상대방에게 삶의 이유를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는 걸 느낍니다.


평점:4.5/5

누군가 나에게 그 힘을 줬으면 좋겠고, 회사에서든 가정에서든 친구나 연인에게든 그런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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