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간단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연두 Dec 17. 2021

옛날 영화 다시 보기:노팅힐

그때는 진짜 멋진 러브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로맨틱 영화의 고전 같은 작품 노팅힐!

그래서인지 노팅힐 마지막에 두 주인공이 이어질 때 나오던 'she'는 아직까지도 결혼식 축주로 인기다.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봤던 듯한 이 작품을 무려 이십여 년 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99년 개봉이니 그때 나는 연애도 한번 못 했던 고등학생 때였다. 그래서인지 다시 보기 전까지 나는 정말 멋진 러브스토리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유명 여배우인 줄리아 로버츠가 서점 주인 휴 그랜트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졌고, 모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골인하는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말이다.



그런데

연애결혼 출산 육아를 다 겪고 다시 보니, 줄리아 로버츠는 나빠도 이렇게 나쁠 수 없는 나쁜 여자가 아닌가?


(스포 주의)

1. 서점에서의 만남 후, 주스를 들고 가던 휴 그랜트와 부딪혀 옷이 엉망이 된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의 제안에 따라 집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차라도 식사라도 뭐라도 하라고 권하는 휴 그랜트를 거절하고 나갔다가 책이 든 쇼핑백을 놓고 와서 다시 들어온 그녀. 갑자기 '키스'를 하더니, 그냥 간다!  순진한 마음에 불만 질러놓고 가버리다니, 이게 농락이 아니고 뭐냔 말인가?


2. 룸메이트가 늦게 전해준 전화 탓에 어렵사리 다시 통화가 되었을 때, 자기 호텔에 오라던 그녀. 그녀를 다시 볼 생각에 신나게 갔더니 그녀 기자 인터뷰장이 아닌가? 아니 귀띔이라도 해주지, 꽃다발 들고 간 손 부끄럽게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3. 그래도 어찌어찌 잘 풀려 좋은 시간을 보내고 호텔 앞에서 올라오라고 해서 5분 있다가 올라갔더니 미국에서 남자 친구가 와있네? ? 남자 친구가 있었어? 아마도 줄리아 로버츠는 헤어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한데.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으니, 호텔로 찾아왔고 휴 그랜트 한데도 '남자 친구'라고 언급하고 그 앞에서 키스도 했겠지? 사람 바보 만들기가 참 쉽다.


4. 그러고 한참 동안 연락 없던 그녀가 그에게 다시 나타난 건 바로 그녀의 섹스스캔들 때문. 기자를 피하려고 그의 집으로 온 것이다. 바보같이 또 휴 그랜트는 그녀를 받아준다. 물론 그녀가 안쓰러워 보이고, 그는 그녀를 못 잊고 있긴 하지만, 어떻게 추스른 마음인데, 이렇게 한순간에 흐트러 놓는지. 너무 나쁘다.


5. 다음날 집 앞에 기자들에게 팬티바람으로 사진이 찍히고만 휴 그랜트. 뒤이어 긴 셔츠만 입은 줄리아 로버츠가 문을 열면서 이건 빼도 박도 못할 하룻밤의 증거가 되어버렸다. 룸메이트의 가벼운 입 때문에 줄리아 로버츠에겐 치명적인 스캔들이 더해진 것이지만, 그게 휴 그랜트 탓은 아니지 않은가? 왜 이렇게 화를 내고 가는 거야!


6. 그래 놓고 몇 달  후. 줄리아 로버츠가 런던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휴 그랜트가  촬영장에 찾아간다. 근데 왜 또 그녀는 그토록 아련한 눈을 하고 그에게 기다리라고 하냔 말이지.. 왜 왔는지 모르겠다는 말이나 헤드폰으로 듣게 할 거면서..


7. 상처 받은 채 떠난 그. 그래 놓고 그녀는 그다음 날 그를 찾아와서 자기를 사랑해줄 수 있냐고 묻는다! 내가 휴 그랜트 친구였다며 저런 나쁜 X한테 그만 휘둘리라고 욕할 듯하다. 그런데 줄리아 로버츠가 너무 진실되어 보이고 너무 절절해 보이네,  거절하니 진심으로 상처 받은 표정을 지어서 내가 다 미안할 지경이다.


결국 둘이 잘 되었으니 망정이지, 잘 안 되었으면  자기 편할 데로 순진한 사람 가지고 논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데 어릴 적에 볼 때는 그런 느낌이 하나도 안 들었다. 참 신기하다. 한편으로 사람들의 입에 늘 오르내리는 그녀의 상황이 한편으론 진심으로 측은하고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고 힘이 되고 싶어 했을 것이다. 사랑의 힘으로.


그리고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녀가 웃을 때,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 내 가족과 내 친구와 잘 어울려 줄 때.. 그런 모습들을 보고 어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기에 휴 그랜드가 그녀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 '그래 저렇게 좋다는데...' 라며 앞의 모든 일들이 다 용서되고 만다. 그게 바로, 이 영화가 여전히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남아있는 게 아닐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외 생활)우리 아이 손쉽게 한글 공부 시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