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글에서는 하고 싶었던 일을 적어봤고 이 글에서는 원하는 걸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이미 8월에 썼던 글인데 쓰다 말아서 마저 쓰는 터라 업데이트되지 않은 내용이 조금 있다)
먼저, 운전면허.운전면허는 앞서 포스팅했듯이 여러 번의 도전과 실패 후에 다음 시험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번 달 말 실기 시험을 본다.(이때만 해도 시험이 8월 말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9월이었네;; 어제 봤는데 떨어짐 ㅠㅠ) 부디 이게 마지막이길. 애들 학교 보내고 나면 길이랑 표지판 등을 좀 다시 익혀야 할 듯싶다고.(막상 운전해보니 머리가 아니라 몸이 잊은게 더 큰 문제였음)
다른 하나는 언어이다. 언어는 크게 두 가지이다. 여기에 있으면, 혹은 여기서 대학교를 다니려면 필요한 스웨덴어 그리고 직업을 잡고 외국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영어.
사실 회사를 다녀보니 이렇게 스웨덴어를 배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하다. 스웨덴어 자체가 워낙 적은 인구(천만명)가 사용하는 언어인 데다가, 내가 아무리 열심히 배운 들 여기에 있는 원어민들처런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일했던 마케팅 쪽 언어는 일반적인 언어실력, 그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나의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물론 언어적 감각이 좋고 빠르게 배우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들을 수 없는 영어 수업이 없는 관계로 3월 말부터 스웨덴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작년에 어찌어찌 중등과정을 이수한 상태라 고등학교 과정(정확히 외국어로써의 스웨덴어 SVA)으로 넘어왔는데, 어랍쇼? 너무 어렵네?
일단 내가 스웨덴어를 접하는 건 스웨덴어 수업을 제외하면 주로 상점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 오는 지역 신문 정도다. 요즘 따로 만나는 스웨덴 친구들도 없고 따로 시간 내서 스웨덴 뉴스를 보거나, 드라마나 영화, 책을 보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웨덴어 수업을 마치고 복습을 철저히 하는 것도 아닌 탓에 어휘도 많이 부족하고 듣기 말하기도 많이 부족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과정으로 왔더니 모르는 단어들도 너무 많고 전반적인 수준도 높아진 데다가 읽어야 하는 양도 많아서 선생님의 말자체를 못 알아듣겠더라. 그래도 어찌어찌 발표, 쓰기, 소설토론 시험을 통과했는데, 독해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결국 고등과정 스웨덴 1은 과락으로 미이수되었다. 할 때부터 이게 의미가 있나 싶었던 터라 그냥 스웨덴어는 그만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스웨덴어 3 과정이 시작한다는 메일이오기 시작했다. 1,2도 안 했는데 3?!
이유인즉슨, 고등과정부터는 2달 전 정도부터 수업을 신청해야 해서 내가 예전에 스웨덴어 1,2,3을 연속으로 신청해 놨었던 것. 그 와중에 스웨덴어 2는 수강신청 미달로 폐강되었다고 연락왔는데, 어차피 1을 통과 못 해서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그런데 1,2도 이수를 못 했는데 3이 시작한다고 연락이 오는 게 아닌가. 착오가 있는건가 싶긴 했는데 연락이 계속 오니 그냥 무슨 내용인지 한번 들어나 볼까 싶어졌다. 어차피 distans(디스턴스)라고 원격수업이었던 탓에 학교 갈 일도 거의 없어 애들 방학이래도 큰 부담은 없었다. 심지어 여름이라 5주밖에 안 하는 짧은 코스인데, 일주일이 한번 화상수업에 과제만 때 마쳐서 내면4주차부터 바로 시험이라 금방 끝나는 느낌이다. 그리고 시험도 한 개는 화상통화로 보고 두 개만 직접 가서 보면 되니 부담이 적었다.
물론 1도 이수 못 했는데 3을 이수할 수 있을까 싶긴 했다. 당연히 더 어려울 텐데 말이다. 심지어 이게 고등학교 마지막 과정이라서 이수하면 우리나라로 치면 고등학교 검정고시 국어 합격한 것과 같이 스웨덴어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일단 이번 학기에 읽어야 하는 책은 파트릭 모디아노가 쓴 '작은 보석'였다.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라서 그런지 소설 자체는 쉽게 쓰여져있지는 않았지만 분량이 고작 127페이지밖에 되지 않았다. 내가 비록 스웨덴어 실력은 모자라지만 소설은 누구보다 많이 읽어봤다고 자부하는 터라 해볼 만하다 싶었다. 그리고 경험상 원격수업이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평가를 후하게 주는 거 같아서, 아주 아주 조금은 합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디스턴스는 사실 언어를 배우기에 그리 좋은 방식은 아니다. 아무래도 같이 모여서 선생님 말도 듣고 같은 반 학생끼리 얘기도 하면서 언어를 쓰는게 언어 익히는데 도움이 되니까. 특히 이 수업은 일주일에 한번 있는 화상강의마저도 거의 질의응답이어서 사실상 자습에 가까웠다. 커리큘럼에 맞춰 스스로 교과서도 읽고 과제도 해서 내야했지만, 내가 제일 우선순위를 두었던 건 부족한 어휘실력 높이기였다.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SFI)라고 아주 처음 스웨덴어를 배웠을 때 썼던 공책부터 가장 최근 공책까지 보면서 써놨던 단어들을 다시 봤다. 얼마나 단어를 제대로 안 외웠는지, utveklar(발달하다) 같은 단어는 SFI부터 SVA grund 2,3,4 그리고 SVa 1까지 계속 써져 있다. 수십 번은 사전을 찾았고 십 수 번 공책에 적었는데도 도대체 왜 이렇게 안 외워지는 건지.. 심지어 지금도 보면 뜻이 알쏭달쏭하다. 아무튼 그래도 반복반복해서 단어를 머릿속에 넣으려 노력했다.
시험은 총 3가지. 소설토론, 발표, 쓰기. 소설토론을 하기 위해서 당연히 소설을 읽어야 한다.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아서각 페이지사진을 찍어서구글 번역기로 모르는 단어들을 찾아서 적어가며 내용을 파악했다. 하지만, 내용을 안다고 스웨덴어로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였다. 더욱이스웨덴어로 말 안 한지 너무 오래된터. 결국소설 토론 시험에 심하게 어버버해버렸다. 그래도,선생님이 책 다 읽은 사람을 탈락시키긴 그랬나보다.참가상마냥 최하점으로 통과는 시켜 준 걸 보면 말이다.
두 번째 시험은 주장하는 발표하기. 이번 학기 테마는 "단어 단어 단어"라 읽기 자료니 발표주제가 다 어휘나 언어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내가 선택한 주제는 " 당신의 아이가 하는 언어는 당신에게 책임이 있다". 왜 나에게 아이들의 언어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뒷받침할 근거를 찾아 설득력있게 연결하는 게 중요하는 생각이 들었다.회사생활과 대학원 생활을 통해 다져진 검색 실력을 한 껏 발휘해서 스웨덴어, 영어, 한국어 자료를 찾아서 고등학교 수준 이상의 탄탄한 구성을 가진 발표자료를 만들어냈다. 그런 뒤에 스크립트 써서 연습을 시작했다. 3시간 넘게 계속 읽으니 그나마 들어줄 만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발표를 하니 웬걸. 책읽기가 아니니 사람들 보고 파워포인트도 가리키면서 했더니, 내용을 까먹어 어버버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스크립트를 봤는데도 어디 읽어야하는 지 놓쳐버렸다. 겨우 찾아서 마무리짓기는 했지만, 레퍼런스 글이 스웨덴어가 아닌 게 많다는 걸 트집 잡더니 최하점을 줬다. 우리는 스웨덴어 공부를 해야하니 스웨덴어로 된 문헌을 찾아 읽으면서 연습을 해야한다나 뭐라나. 내가 근거도 제일 많이 찾아서 솔직히 스웨덴 문헌을남들만큼은 읽은 것 같은데도 말이다. 심지어 어떤 애는 영어로 된 책 하나를 근거로 발표했는데도 잘했다고 했으면서... 아무튼 최하점이지만 어찌어찌 통과.
마지막 글쓰기시험은 설명하는 글쓰기를 쓰는 것이다. 그에 앞서 36페이지짜리 읽기 자료를 주는데 주제에 맞는 각종 신문기사, 논문, 책 발췌분이 들어가 있다. 미리 읽고 시험시간에 문제를 주면 주제에 맞는 내용을 발췌해서 설명하는 글을 작성하면 되는 것이다.
4시간 안에 500~800 단어 써야 하는데, 이게 좀 힘들다. Sva1 만 해도 300 단어였는데도 시간 안에 써내는지 난항을 겪었던 터라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도 읽기 자료를 미리 주니 준비할 시간이 있는 건 다행이었다. 먼저읽기자료에서모르는 단어를 찾으며 한번 읽었고, 다시 읽으면서 문제릉 예상하며 발췌할 부분들을 표시해 놓았다. 설명하는 글쓰기에 쓸 만한 좋은 표현들은
을 다른 색으로 표시해 놓았다. 이런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500자를 넘겼다. 물론 점수는 최하점이었지만 그래도 합격.
놀랍게도,이렇게해서 얼레벌레 고등학교 수준 스웨덴어를 마쳤다. Sva1에서 두번이나 불합격했던 독해시험이 없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이제 스웨덴어로 가르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물론 실제 스웨덴어 실력은................
다음은 영어. 영어는 스웨덴에 있던 한국에 있던 어디 가든지 필요한 거라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다들 그렇듯 생각은 있는데 실천이 잘 안 된다. 어쨌든 영어로 대학원도 다녀보고 영어로 일하기도 했지만, 내 영어실력은 딱 중급에서 더 이상 올라가질 않는다. 한국식으로 외우고 답 찾는데 익숙한지라, 말하거나 글 쓰는 게 늘 어색하고 문법도 계속 틀린다.
하지만 집에서 있으면 맨날 한국어 콘텐츠보고 한국 사람들 만나니 늘 시간이 없네. 그래서 9월부터는 대학교에서 하는 영어 수업을 신청해 놨다. 원래는 1.5학기분량의 수강신청을 해놨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리인 거 같아서 1학기 짜리 영문과 수업을 빼고 0.5학기분량인 커뮤니케이션 영어 수업만 남겼다. 말하기와 쓰기에 중점을 둔 수업으로 구체적으로 세미나, 발표랑 에세이 쓰기를 배우는 듯하다. 다음 주에 첫 수업. 수업에서 쓰는 교재와 배운 내용을 100퍼센트 다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일단 이번 학기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