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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ulsoop Dec 15. 2021

여름 숲을 닮은 대학생 자원봉사단(1)

MZ세대 산림치유지도사가 들려주는 자연감성 라이프스타일 이야기

생동감과 활력이 느껴지는 여름 숲


여름은 폭염과 태풍, 장마를 몰고 오기에 변덕스럽다. 습도가 높은 날에는 숲에 날벌레도 많고 장시간의 야외 활동은 건강에 무리를 주기도 해서 숲을 방문하는 것이 꺼려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른 계절보다도 이 시기에 숲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날씨가 잘 도와준다면 청명한 하늘 아래 녹음으로 가득 찬 초록색의 여름 숲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위 때문에 짜증과 함께 불쾌함이 들기도 하지만 숲 속 나무들이 만든 그늘 아래로만 들어가면 어디선가 천천히 부는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거기에 산 위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기분이 상쾌하다. 그만큼 여름 숲은 충분히 고생스럽게 방문해도 될만한 매력이 있다. 숲길을 걸을 때면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와 새나 벌레들이 내는 거세면서도 역동적인 숲의 소리가 내 몸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런 과정에서 잠잠했던 마음속의 열정마저 되살려준다. 무언가 의욕적으로 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리고 매년 이 시기에 그런 의욕을 갖고 경험을 쌓기 위해 숲에 찾아오는 대학생들이 있다.



활력이 느껴지는 여름 숲은 초록이 가득하다.





숲을 찾는 청소년과 대학생들


6월이 되면 청소년들이 수련활동이나 교육을 위해 숲을 방문하는 빈도가 높아진다. 100명 이상의 인원이 학교나 교육재단, 지역아동센터 등 여러 단체의 이름으로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다. 나에게는 1년 중 가장 정신이 없는 바쁜 성수기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 중 하나다. 하루에 여러 개의 단체가 한 번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면 아침 9시부터 점심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6시까지 계속 숲에 있는 날도 있다. 프로그램을 위해 같은 숲길을 하루에 여러 번 올라가는 것이다. 게다가 숲뿐만 아니라 실내 프로그램도 운영하기 때문에 여러 장소를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한 번은 하루 활동량이 궁금해서 스마트 밴드로 활용해 한 달 동안 꾸준히 걸음수를 측정해봤다. 나중에 통계로 확인해보니 하루에 평균적으로 약 16000보를 걸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개 1보의 거리로 대략 60~70cm로 본다. 그렇다면 나는 한 달 동안 약 10~11km 정도를 매일 걸었다는 의미다. 평소 걷는 것에 자신이 있는 직원들도 더운 여름 날씨까지 생각한다면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다. 사람이 진이 빠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몸으로 알 게 된다. 가끔은 내가 프로그램을 하는 기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생활환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모이기 때문에 단체생활 속에서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혈기왕성하지만 예민한 정서를 가진 청소년인 만큼 숲에 가더라도 의사소통에서 일반 성인보다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또한, 안전사고의 위험이 늘 있는 야외활동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개인 부주의로 인한 작은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그들의 곁에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 청소년에게 숲은 위험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지나치게 심어주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가 1건이라도 생기지 않게 하려면 세심한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이런 시기에는 현장에서 보조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연중 대부분을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손발을 맞추어 진행하지만 여름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가 된다. 그렇기에 7월이 다가오면 SNS를 통해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한다.


전국에서 산림을 전공했거나 관련 전공이 아니더라도 야외활동이나 청소년 활동에 관심이 있는 많은 대학생들이 봉사단의 문을 두드린다. 보조 역할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직업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산림학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주로 많이 지원하는 편이다.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들의 경우에 자립심을 높이기 위한 자체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하기 때문에 청소년과의 어울릴 수 있는 친화력과 의사소통 능력도 선발기준에 포함된다. 일련의 절차를 거쳐 선발된 약 30명 정도가 8월이 되면 2주를 기준으로 나눠서 들어온다. 각 기수별로 15명씩 숲 속에서 함께 지내며 프로그램 운영을 돕는다.



대학생 자원봉사단 '영-힐러'





청소년들의 든든한 멘토,

대학생 자원봉사단


선발된 대학생들이 기관에 와서 봉사단 발대식을 할 때,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얼굴에서 묘한 기대감이 느껴진다. 앞으로 하게 될 일에 대한 설명과 2주 생활하면서 함께 지켜야 할 약속인 생활안내 등을 듣는 진지한 얼굴에서 눈이 반짝인다. 처음 만날 때는 서로 어색해 대화도 잘 나누지 않지만 발대식 이후에 현장 보조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듣는 과정에서 금방 친해진다. 아무래도 대부분이 타인을 위해 봉사를 하고자 하는 배려심과 현장을 찾는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금방 적응하는 것 같다. 그래도 숲에서 기본적으로 생활하면서 먹고 자는 것은 도시생활과 비교하여 상당히 불편하다. 활동량이 많기도 하지만 식사나 휴식 환경이 불규칙한 이유다. 막상 해보면 대부분은 며칠 안으로 금방 적응하게 되지만 이것도 사람마다 달라서 도시생활만 해본 학생들은 마지막까지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


봉사단의 하루는 다음과 같다. 아침에 일어나 각자 밥을 먹고 9시까지 사무실에 나와서 그날의 일정에 대한 공지와 함께 각자 맡은 역할을 매일 부여받는다. 날마다 숲을 방문하는 단체의 수와 프로그램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보조 역할도 세부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단체가 입소하는 날에서는 주차장 혹은 길 안내를 돕거나 단체가 퇴소하는 날에는 설문조사와 마무리를 돕는다. 그 외에는 프로그램 전후 이동 시에 단체 인솔을 하거나 프로그램에 들어가 다양한 보조역할을 한다. 게다가 단체의 입소, 프로그램, 퇴소가 다른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에도 시간대별로 역할이 자주 바뀌는 편이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면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오후 6시가 되어야 그들의 일정이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야간 활동으로 별도로 마련된 실내공간에서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정을 소화하는 건 봉사단뿐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나도 마찬가지다.



꿈이 자라는 멘토링 프로그램


대학생 자원봉사단의 가장 큰 역할 중에 하나는 바로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온 청소년의 경우에는 자립심을 높이기 위한 금융교육과 자립교육이 이루어지지만 그런 교육에서 오히려 냉정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교육을 진행하는 전문 강사의 직설적이고 단호한 어조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들이 자립과 동시에 처해질 냉정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자립을 앞둔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겠지만 보다 세상을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부드러운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했다. 대학생들이 형이자 오빠, 누나이자 언니로 함께 소통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대학생 자원봉사단이 맡아 준비하게 되었다. 20대를 맞이할 청소년들과 20대를 이제 막 맞이한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시작이나 도전, 미래와 꿈에 대한 고민에서 공감대가 있었다. 봉사단원들은 야간에 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위해 전날 새벽까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했다. 그들은 청소년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그런 단원들의 열정지켜보면 나도 모르게 고양감이 생다.


이렇게 야간 프로그램까지 끝나면 하루 일정이 마무리가 된다. 대학생 자원봉사단에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도 하루에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정해져 있다.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타인을 위해 기꺼이 발산하는 모습은 언제봐도 아름답다. 그 에너지가 거의 다 소모되는 늦은 오후에는 애써 유지하고 있던 밝은 표정도 지친 표정으로 바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봉사단에게 충분한 휴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물론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활동은 늘 예측이 어렵다. 자유와 통제의 사이에서 어떻게 해도 보통의 수련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한 봉사단원이 나에게 '어릴 적 학교에서 갔던 수련원 교관이 된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산림치유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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