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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Jan 19. 2024

나는 뭘 위해서 비우고 있는 걸까?



해보고, 아님 말코 12기에 조인해서 '3주간 평일 매일 비우기 프로젝트 <Empty my life>'를 시작한 지 벌써 10일차가 되었다. 오늘은 알바를 하는 날이라 이동 시간, 쉬는 시간에 틈틈히 하려고 했는데 하필 오늘 예정되어있던 비우기 타겟이 아이패드였다. 이동하면서 아이패드를 정리하는 건 좀 무리라고 판단, 목표를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바꾸려니 무엇을 비워야 할 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니, 대체 비우기란 뭘까? 나는 뭘 위해서 비우고 있는 것일까? 

본질적인 의문이 들었다. 

해말코 12기 분들과 같이 하면서 동기 부여도 받고, 개근도 하려고 열심히 불태우고 있지만, 오늘은 문득 목적지도 없이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고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문득 들었다. 



사진: id23 (unsplash)



분명히 처음 주제를 정할 때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고, 그 중에 고르고 골라 정한 게 '비우기' 였는데 한창 비우다 보니 갑자기 나도 모르는 갈림길 앞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Empty my life' 라는 키워드가 벌써 있고, 그래서 누군가가 팁을 좀 적어두지 않았을까?"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온통 부정적인 내용 뿐이었다. '텅 빈 것 같이 느껴지는 인생의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뭐 이런 주제들 말이다. 좀 더 찾아보니 'emptiness'라는 말이 서양에서는 부정적으로 많이 쓰이고, 동양에서는 불교 등의 영향으로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결론은 그런 키워드로 글을 쓴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결국 다시 나의 초심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처음에 해말코를 하면서 비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건, 지금의 내 삶이 버거웠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쩐지 힘에 부치는 느낌. 다행인 건 하는 일을 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아니라, 내가 하는 일들을 더 잘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것이나 과한 것을 비워내고 싶다는 욕구였다는 것이다. 

비워내는 행위에 따라오는 결과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었다. 비운 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울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그대로 빈 채로 둘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비운 자리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적어 보았다.


나는 타인과의 시간을 더 비워내고, 나와의 시간으로 더 채우고 싶다. 
불필요한 일들을 비워내서 그냥 그 곳은 빈 채로 두고 싶다.
그래서 내 에너지와 시간이 거기에 쓰이지 않으면 좋겠다.
내 삶이 너무 빡빡하게 꽉 차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야할 일을 잊지 않을까 불안해서 플래너를 자꾸만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 
지금 내 삶의 특성상 요일별로 규칙적인 루틴을 가질 수가 없다. 이건 바로 바꿀 수가 없다. 불규칙한 루틴이 불안을 만들어 내고, 어정쩡하게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이 불규칙함을 비워내고 싶다. 

이 정도 쓰고 나니 이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조금 갈피를 잡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오늘은 요즘 너무 많이 쓰고 있는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채우고 싶다.

'무언가 구체적인 것을 비워야 한다'는 머릿 속 의무감을 비우고, '비움의 본질'로 마음을 채우며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또 부지런히 비워나가야겠다.







커버 이미지 출처: UnsplashKelly Sikk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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