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매년 이맘때면 지난해가 어땠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지난해에 있었던 일들을 복기하면서 다가올 해에는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늘 용두사미로 끝나지만 새해의 시작으로서의 만족감을 느끼고, 그때 세운 계획들을 토대로 연말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서. 특히 지난해는 내게 전환의 해였던 것 같은데 이때의 경험이 올해의 자양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직장을 병행하며 대학에 편입했다.
처음엔 업무와 무관하게, 오로지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시작한 선택이었다. 오랜만의 대학생활은 삶에 작은 활력을 주었다. 전공은 '미디어'인데, 미디어 외의 과목들도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어 이런저런 것들을 공부할 수 있었다. 이 경험으로 인해 일-집만 병행하던 생활에 학업을 추가하여 더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시어머님은 내가 공부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맞는 것 같다. 과제는 나오자마자 붙들고, 시험 두어 달 전부터 교과서를 펴고 달달 읽어나가는 것이 꽤나 재밌었다. 기회가 닿는다면 이후엔 내 업무와 관련된 분야의 대학원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다니는 동안 정신적인 고통이 있었는데, 지난 몇 년간 그것을 의미 있는 고통으로 잘못 이해한 채 견뎌왔다는 사실을 2025년의 어느 사건을 통해 깨달았다. 이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회사에서 인격적인 무시를 당해왔다는 것, 업무적으로 내 안에 축적된 것이 많지 않았다는 점들이었다. 후자는 회사를 탓할 일만은 아니지만. 눈이 떠지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답답함으로 괴로워했다면, 눈이 떠진 후엔 답답함의 원인을 마주하여 새로운 출발을 결심할 수 있었다.
정신과 약에 의존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혼자 견디기 어려워져 정신과를 찾았었다. 예전부터 갖고 있던 관계에 대한 두려움도 같이 올라오면서 마음속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던 것 같다. 근무지가 자주 옮겨지는 탓에 한 곳에 오래 다니진 못했는데, 병원을 다시 다니는 과정이 쉽지 않기도 했고, 마음에 근육도 붙어 마지막 근무지에서는 다니지 않기로 했다. 대신 사람들이랑 자주 밥 먹으러 다녔고, 운동을 다시 시작했고, 눈앞의 현재에만 집중했더니, 현재는 정신과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되었다고 스스로는 보고 있다. 백수가 된 지금은 잠시 쉬는 기간이 필요할 뿐, 약에 의존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다시 도움을 받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부끄럽지만 나는 오랫동안 ‘좋은 관계’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감이 부족해 관계 맺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면서도, 이 관계를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에 쉽게 사로잡혔다.
올해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덕분에 관계에 집착하기보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관계는 주어진 순간에 충실할 때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지난해를 돌아보니 2025년엔 비워내고 새로 채워나가는 법, 그리고 무엇을 하지 않기로 했는지 알게 된 해였다. 올해를 어떻게 보내게 될진 모르겠지만 작년보다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