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이브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왓챠플레이에서 bbc 아메리카의 <킬링 이브>시리즈를 봤다. 너무 재밌다. 갱장히 부지런하고 멋진 각본이다.
작년인가, 여성 창업자 이야기 관련 기획이 논의된 적이 있는데 나는 그걸 좀 다르게 하고 싶었다. 나는 창업자 이야기를 하고 싶지 여성 창업자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여성이 여성이라는 공통점으로만 묶이는 기획은 하고 싶지 않았다. 여자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도 여자 이야기를 할 수 있길 바랬다. 예를 들어, (지금 막 생각한건뎅) <멀티태스커 : 일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창업가의 비결> 뭐 이런 기획이 있고 그 창업자 4인은 모두 여성인 기획을 하고 싶지 <~한 여성 창업자들>이란 기획은 안하고 싶었던 것. 너무 많기도 하고, 그런 기획은 뭔가 계속 아류나 덜 중요한 부속품을 자처하는 느낌이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좋은 콘텐츠가 많고, 그 기획자들의 노고도 훌륭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불편함이 있었다.
일과 관계없이, 픽션에서도 더 많은 여성 전문인들이 등장하길 바랬고 섹슈얼한 매력으로 난관을 해쳐나가기보다 그 사람의 전문성이 돋보인 채로, 그냥 복합적인 면을 가진 인물인 채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보고 싶었다. 또 그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중립적이길 바랬다. 여성 전문인을 등장시키는 건 쉬운데 성적 고정관념에서 기인한 섹슈얼한 매력을 빼고 성취를 얻어내게 하는 것과 그걸 바라보는 전반적인 시선을 중립적으로 만드는 건 큰 노력과 부지런함, 팀워크, 세심한 관심이 없으면 이뤄내기 어렵다. 킬링 이브 팀은 그런 면에서 매우 탁월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기존 스파이물에서는 볼 수 없던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나도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는 동안은 더 열심히 여자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킬링 이브처럼 어렵다고 생각한 것들을 해내는 전례들이 있듯이 나도 뭔가 다른 여성 관련 기획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똑같은 성과를 올리고도 폄하되는 여자들이 넘 많다. 개인만 폄하되는 게 아니라 소비자와 생산자가 여성이 다수인 업종 자체가 폄하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냥 다 됐고, <킬링 이브>는 정말 재밌는 스릴러다. 유머도 드라마도 스릴도 캐릭터도 비주얼적 만족감도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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