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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ee 리뷰

경제학 재미있게 시작하기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리뷰

by hee


경제학 주워들은 건 있는데 잘 모르겠고 언젠가 공부는 해봐야지 하는데 아직 못 하고 있는 성인 입문자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 게 아마도 무려 10년은 됐을 것 같다..일단 드디어 다 읽었다는 것때문에 뿌듯하다. 책으로는 640쪽, 모바일 리디로는 1만6천쪽이 넘었다. 난 리디셀렉트 충성(?) 유저이자 전자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므로 당연히 셀렉트로 읽었다.

대학교 1학년, 경제학 입문은 필수 과목이었는데 당시 교수님은 은퇴를 앞둔 노교수로 영단어 ‘이코노미’의 강세가 어디있는지 맞추는 사람에게 가산점을 준다고 했던 황당한 제안 외에는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웠던 경제와 너무 달라 당황했고 항상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상태로 기계적으로 수업에 참여했으며 이 필수과목이 야속할 따름이었다. 물론 멍청한 자신도 싫었다.

이후 어쩌다 미시, 거시 경제학을 공부하게 됐는데 처음엔 그래프를 따라 그리는 게 좀 재밌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그래프로구나, 뭔가 난생 처음보는 중세 판타지속 주인공들의 현란한 이름을 접하고 머리가 띵해지는 것마냥 나는 이 학문의 맥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항상 사로잡혔다.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가 배우고 있는 경제학 이론이 전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거였는데, 그건 아무 스토리도, 캐릭터도, 기승전결도 없는 그래프가 책 첫머리부터 얼굴을 들이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배우고 내 언어로 씹어 이해할 수 있어야 흡수가 되는데 도통 그렇지 않았다. 그 세계가 도대체 내 세계와 무슨 접점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경제학에 대한 내 입장이 달라졌을까?

이 책은 경제사상사 입문이라 할 수 있는 책으로 영미권의 주요 경제학자들의 간략한 일대기와 사상을 중심으로 경제학의 주요 이론을 훑을 수 있게 구성됐다. 웬만한 굵직한 사상은 다 담겼다.

경제학자들의 유년시절이나 성품 등을 기술한 부분이 재밌어서 몰입이 잘되고, 다짜고짜 그래프로 배우던 경제학 이론이 해당 학자에 대한 스토리와 함께 현실에서의 예시 등을 통해 전달되다 보니 잘 읽힌다. 내가 교과서에선 찾지 못 했던 접점들이 잘 보이고, 경제학이란 것에 인류가 이렇게 큰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조기교육의 희생자’였다는 존 스튜어트 밀 얘기가 재밌었다. 아버지가 너무 엄격하게 가르치는 바람에 “엄마 젖 떼기 전에 교육의 쓴 맛부터 봐야 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친구는 없었고.. “아버지의 조기 교육에 힘입어 지적수준은 남들보다 뛰어났으나 감성은 치기 어린 수준을 벗어나지 못 했”으며.. 그는 이 그늘과 평생 싸워야 했는데, 저자는 결국엔 “끝내 승리했다”고 표해 좀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마르크스도 재밌었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현대 경제학에 기여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고 경제 이론 측면에서도 비판적이다. 사실 나는 왠지 마르크스를 경제학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서 경제사의 맥락에서 그 주장을 뜯어보고 비판하는 것도 재밌었다. 물론 그의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독특한 캐릭터 묘사가 재밌게 되어있다.

어.. 적고 보니 결국 내가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한 부분은 경제학을 훑을 수 있었다는 것보다 경제학자에 관한 스토리텔링이었던 것 같..ㅎㅎ

그동안 경제학이란 것과 내 삶의 접점을 알 수가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는 느낄 수 있었다. 이 학문이 싸워온 역사도 치열한 역사였고 지금까지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또 자유 시장은 사실 당대 가난한 자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었단 것도 배웠다. 그리고 그 자유 시장이 원래의 취지를 살리고 공정한 게임이 되게 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단 것도. 넘 당연한 얘기 같은데, 이런 생각에 대한 근거를 무기로 얻게 되었달까. 그 맥락에서 오늘날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주장과 논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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