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하는사람들 인터뷰 (1) 토스페이먼츠 공다솜 콘텐츠매니저
텍스트 기반 콘텐츠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업계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시리즈를 진행하고자 한다. 기자, 출판 편집자, 잡지 에디터와 같은 기존 커리어뿐 아니라 콘텐츠 에디터, 콘텐츠 매니저, 콘텐츠 전략가 등 새로이 생겨난 직군까지 다양하게 들여다볼 생각이다. 두 업의 성격을 모두 경험했던 나로서는 두 가지 섹터가 나름의 저널리즘을 중심으로 접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콘텐츠 환경이 급변하는 요즘엔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로가 서로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정답이 없는 직업의 세계에서는 다른 사람은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큰 공부가 된다. 나 또한 그러한 학습이 필요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첫 인터뷰이는 토스의 계열사 토스페이먼츠의 공다솜 콘텐츠 매니저다. 함께 일한 건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개인적으로 존경하기도 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어떻게 콘텐츠 매니저가 됐고 어떤 생각으로 콘텐츠를 기획해왔는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콘텐츠에 관한 탁월한 전략적 판단과 실행력을 엿볼 수 있다. 콘텐츠 전략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꼭 인하우스 콘텐츠 매니저가 아니더라도 참고해볼만한 지점이 많을 것이다.
어떤 날은 A팀 PO와, 다른 날은 B팀 PO와, 또 어떤 날은 데이터 애널리스트, 디자이너, 개발자와 함께였다. 그는 늘 사무실에 조용히 앉아 있기보다 사람 사이에 섞여 있었다. “글을 쓸 시간이 없어요!”라면서도 부지런히 다녔다. 같은 팀이어도 얼굴 보기가 어려운 날도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을 따라가 보면, 그곳에 바로 콘텐츠가 있었다. 그는 회사와 제품의 면면을 살피며 고객에게 가치를 줄 이슈를 찾는 것이었다. 그런 콘텐츠를 만들려면 조직의 다양한 이들과 협업할 필요가 있었기에 사람 속에 있어야 했다. 데이터의 필요, 제품의 로직 이해, 새로 발행할 콘텐츠와 제품의 연결성, 콘텐츠의 비주얼 등, 콘텐츠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였다. 누구와 언제, 어떻게 협업을 이끌어내야 하는지,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토스페이먼츠의 공다솜 콘텐츠 매니저다.
그는 그렇게 사람 속에 섞여 취재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그리고 다시 사람들에게 ‘이것이 조직에 필요하냐’ ‘읽을 만하냐’ ‘틀린 부분은 없냐’ 묻고 또 물었다. 그중 어떤 것은 ‘킬’되었고, 어떤 것은 발행되었다. 나는 공 매니저가 일하는 방식을 보며, 콘텐츠 매니저에게 회사란 기자들의 출입처와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팀을 취재하고 콘텐츠 초안을 쓰는 일을 반복했어요. 처음엔 이야깃거리가 되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초안을 쓰면서 스스로 ‘킬’하는 콘텐츠도 많았죠. 그렇게 하면서 어떤 콘텐츠가 우리 조직에 필요한지, 또 이야깃거리가 될지 가늠해보는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다만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과 목적, 상정하는 독자, 제작 방식은 매우 다르다. 기자는 대다수의 시민을 상대로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야기를 취재하고 알린다. 그런데 기업에 소속된 콘텐츠 매니저는 철저하게 기업의 목표에 따라 ’고객’을 향한다. 공 매니저는 콘텐츠 매니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하우스 콘텐츠 매니저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짚어내고, 회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콘텐츠 매니저와 회사가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업해 고객을 생각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콘텐츠예요.”
대학에서 스토리,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첫 커리어를 전시 기획으로 시작, 이후 스타트업 콘텐츠 매니저로 6년째 일하고 있는 그를 동료가 아닌 인터뷰이로 다시 만났다. 콘텐츠 매니저의 일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공 매니저는 스타트업 세 곳에서 근무했고, 온드미디어(Owned media) 런칭을 두 번 했다. 그만큼 IT지식과 UX/UI 지식을 고루 갖춘 콘텐츠 매니저다. 누가 가르쳐주고 닦아준 길은 없지만, 스스로 학습하고 실험하며 스타트업씬에서 콘텐츠 매니저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그를 만나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만나본 모든 콘텐츠 매니저, 콘텐츠 에디터에게 배울 점이 있었고, 각자가 잘하는 것들이 달랐다”며 자신의 방식만이 정답이 아님을 강조했다.
Q. 제가 스타트업 콘텐츠 에디터, 매니저를 인터뷰해보고 이 신생 직무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어땠어요?
이런 얘기들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가 되었어요. 콘텐츠 매니저는 어느 업종에 있느냐에 따라 업무가 많이 달라요. 콘텐츠가 제품이 아닌 스타트업에서 콘텐츠를 하는 것과 출판사나 언론과 같은 미디어에서 하는 것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이 직무 이름 자체가 혼동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콘텐츠 매니저가 하는 일이 많아서, 딱 하나로 짚어 설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직무에 관한 많은 얘기가 오가면 좋겠어요.
Q. 어떻게 스타트업 콘텐츠 매니저로 일하게 됐나요?
전시 기획으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크리에이티브보다는 매니지먼트 업무에 가까웠어요. 전시나 공연이 제 날짜에 문제없이 진행되게 하는 게 주업무였죠. 저는 좀 더 크리에이티브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고요. 그러던 중에 한 IT 기업으로 이직을 했는데, 거기서 IT 스타트업 서비스에서 콘텐츠가 잘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프리랜서로 테크 회사의 콘텐츠를 써서 웹에 올리는 일을 약 2년 정도 했어요. 기업 인터뷰 콘텐츠, 인사이트 콘텐츠, 정보성 콘텐츠 등 여러 가지를 썼고요. 그러다 제가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에 콘텐츠 마케터 채용 공고가 났고, 그곳에서 일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콘텐츠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Q. 왜 콘텐츠 매니저 업무에 매력을 느끼게 됐나요?
첫 직장을 다닐 때 개인적 취미로 브런치를 썼는데, 어떤 키워드로 어떤 콘텐츠를 쓰는지에 따라서 독자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게 재밌었어요. 다음 메인, 카카오뷰에 많이 뜨게 되면서 하루에 15만 명이 제 글을 보기도 했죠. 어떤 타깃이 어디서 제 글을 봤는지를 알 수 있다보니 스스로 전략을 짤 수도 있었어요. 그런 예측을 해볼 수 있다는 게 재밌었고, 그 부분에서 업무 기회를 얻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프리랜서로 무기, 화학 등에 기술력을 제공하는 딥테크 회사의 콘텐츠를 쓰게 됐어요. 전문적인 영역이었죠. 그 기업 담당자가 만나게 될 공무원이나 투자자들이 그 회사가 제공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써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어요. 요즘에는 다들 검색으로 정보를 찾는데, 검색을 했을 때 회사 정보도 거의 안 나오다 보니 기업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더욱 필요하다고 본 거예요. 회사 브런치 계정을 만들어서 콘텐츠를 올렸고, 회사 소개서를 쓰거나 프레스킷을 만드는 일도 했어요.
처음에는 그 회사도 저도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건지 몰라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렴풋이 어떤 곳에서 얼마만큼의 일을 해야 하는지 경험으로 알게 됐던 것 같아요. 또 콘텐츠 전략을 짜고 그 가설이 맞는지 검증하는 일이 재밌었고, 스스로 많이 배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기업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커리어를 쌓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Q. 어렴풋이 어떤 곳에서 얼마만큼의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하셨는데, 그게 어떤 건가요?
회사가 충분히 집중하고 싶은 방향이 정해져 있어야 콘텐츠 매니저가 그에 따른 전략을 생각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경영진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에 대해 헷갈린다면, 콘텐츠 매니저로서 효율적인 업무를 해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제품이나 기술에 대해 잘못된 것을 전달하기도 쉬워지고, 회사의 방향이 바뀌었을 때 뒤집기도 어려워진다고 봤어요. 회사가 처음부터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콘텐츠 매니저가 투입되면 겉은 번지르르한 콘텐츠를 만들 수는 있어요. 하지만 겉모습보다 정말 중요한, 의미나 효율적인 결과를 만들 수는 없다고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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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콘텐츠가 만능 치트키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본다. 콘텐츠가 최대한 많은 조회수를 끌어내는 것만이 최고의 성과라고 생각하거나 제품, 서비스가 해결하지 못한 것을 콘텐츠가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공 매니저는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로서 시장에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명확하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콘텐츠, 조회수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는 콘텐츠 직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인 리더에게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처음 입사했던 스타트업은 강의 플랫폼 스터디파이였죠. 왜 그 회사를 선택하셨나요?
특별히 어떤 업종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좋아하는 서비스를 해봐야겠다, 이해할 수 없는 업종은 피해야겠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정량적으로 퍼포먼스를 내야 하니까, 제가 업이라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비즈니스 구조나 주제가 어려운 곳 말고, 스스로 잘 사용하는 곳, 잘 이해할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었어요. 스터디파이 유저로서 강의를 정말 많이 듣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거기에 채용 공고가 난 거죠.
Q. 스타트업 콘텐츠 업무가 정해져 있었던 것도 아니고, 레퍼런스가 있던 것도 아니잖아요. 어떻게 학습을 하셨나요?
강의와 스터디에 정말 많이 참여했어요. 스타트업쪽 지인도 없어서 제가 아는 한에서 관련 일을 했던 분들을 무작정 찾아가서 물어도 보고요. 강의 들으면서 실행에 적용해보기도 하고요. 특히 스타트업에서 인하우스 콘텐츠 매니저를 하려면 IT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술적 이해가 없이는 원하는 걸 정확히 전달하기 어려웠고, 광고를 돌린다고 하더라도 마케팅 지식을 이해해야 하고요. 온드미디어를 론칭하고 관리하려면 개발자에게도 요청해야 하죠. 상품 페이지와 같은 제품 소개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서비스의 로직을 명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UI/UX도 배울 수밖에 없었어요. 역시 강의를 많이 들었죠. 또 콘텐츠도 정량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데이터 관련 된 것도 강의를 듣거나 스터디를 하면서 이해를 했어요. 주말마다 서치도 정말 많이 했고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일을 시작한 친구들에게도 많이 물어보면서 학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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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말 계속 배우고 실행하는 사람이다.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SEO스터디를 병행하면서 업무에 적용했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토스페이먼츠의 온드미디어를 알리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현실에 적용해, 관련 업계 검색 순위 상위노출을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팀을 설득해 사용할 SEO대시보드도 만들었다. “어떤 지표를 집중적으로 봐야 하는지, 가시적으로 목표 달성이 얼마나 됐는지를 측정하는 건 중요해요. 전략에 따라 키워드를 관리하려고 대시보드도 만들었죠.”
Q. 그곳에서 재밌게 일했는데 왜 옮기게 됐나요?
회사를 너무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회사가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못 견뎠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회사의 결정은 당연한 결정인데,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 했어요. 투자를 받은 상황에서 사업적으로 메시지를 바꿨어야 했거든요. 그에 대해 대표와도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결국 제가 나가야겠다 싶었어요.
Q. 그다음은 어니스트펀드로 가셨죠. 갑자기 금융 분야를 가게 되신 이유가 있나요?
누구나 콘텐츠를 읽고 보잖아요. 그리고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이 일이 쉽다고 느끼는 시각이 있었어요. 그게 조금 불편했어요. 그래서 좀 허들이 있는 업종에서 콘텐츠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콘텐츠를 업으로 하게 되면 맡고 있는 주제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게 되고, 그렇게 노력해서 이해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그게 제 인생에도 도움이 되고요. 그리고 당시 금융, 경제에 관심이 있었고요.
Q. 새로운 분야잖아요. 또 어떻게 학습을 하셨나요?
일단 그 회사에서 만드는 상품에 투자를 많이 해봤어요. 소액이었지만요. 고객이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어떤 포인트에서 투자를 망설이게 되며, 투자 금액을 어느 정도로 제한하게 되는지, 어떤 여정을 거쳐 상환하는지 입사 전에 많이 해봤어요. 또 투자 상품을 설명하는 스터디가 있어서, 그것도 참여해보고, 사람들에게도 많이 물어봤어요. 이 상품의 특징이 뭔지, 이 상품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풀어서 설명했을 때 문제되는 부분이 있는지, 왜 이런 방식으로 판매하는지 등등에 관해서요.
그는 그곳에서 약 1년 정도 플랫폼이 판매하는 투자상품이나 플랫폼에 관한 메시지, 온드미디어 운영 등을 했다. 그러다 브랜드의 초기 콘텐츠 전략을 구축하는 일부터 해보고 싶어 이직을 알아보기 시작, 토스페이먼츠에 매력을 느껴 자리를 옮겼다.
토스페이먼츠는 데카콘 핀테크 스타트업 토스가 LG 유플러스의 전자결제사업본부를 인수해 탄생한 토스의 계열사이다.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사업본부에서 넘어온 PG업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결제를 일으키는 사업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기업이다. 공 매니저는 회사의 타깃인 온라인 사업자들에게 정확하고 신뢰 가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토스페이먼츠피드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이 브랜드의 첫 번째 콘텐츠 매니저로서 콘텐츠 전략을 만들고 목표를 세우는 일부터 했다.
Q. 스터디파이에서도 그랬지만, 토스페이먼츠에서도 온드미디어를 런칭하셨잖아요. 온드미디어의 필요성을 처음부터 모두가 공감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결국 설득을 하셨잖아요. 어떤 근거들로 설득을 하셨나요?
장기적 관점에서 ‘신뢰’를 얻어야 하는 업종이 있어요. 특정 시즌에만 빠르게 팔아야 하는 상품도 있지만, ‘신뢰’가 있어야 재구매가 일어나는 ‘경험’ 중심의 상품도 있죠. 후자의 경우 고객과의 신뢰 관계가 우선이라고 설득했어요. ‘아, 원래 이 회사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구나, 이 분야에서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구나, 여기엔 전문가가 정말 많구나’ 하는 인지를 온드미디어에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스터디파이도, 토스페이먼츠도 제가 판단했을 때 신뢰가 중요한 브랜드라고 생각해서 끝까지 설득할 수 있었어요.
사실 온드미디어 채널을 런칭하고 콘텐츠를 쌓아나가는 게 시간이 걸리잖아요. 즉각적인 성과는 오지 않고 리소스는 드는 일이니까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죠. 페이드 채널은 카피나 버튼 위치처럼 작은 걸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즉각적으로 클릭률 등의 수치에 변화가 보여요. 그런데 온드미디어 채널에 올라가는 콘텐츠들은 조회수가 늘어도 그게 바로 제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고, 전환도 당장은 적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어필했어요. 설득의 과정이 언제나 길고 힘들죠.
Q. 그런 판단, 확신은 어떻게 가질 수 있었나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봤어요. 내가 이 제품을 사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지? 인터넷을 검색했을 때 제품 관련 리뷰가 전부 ‘지원받고 쓴’ 광고만 있다면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고객 관점을 생각해봤죠. 광고가 매력적이어서 우리 서비스 페이지에 들어왔다 해도, 단번에 전환되지는 않는다고 봤어요. 저도 그러니까요. 여러 가지로 검색을 해보고, 그 검색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에 관해 어떤 지식이나 호감이 생겼을 때, 믿을 만한 지식을 제공해주는 곳에서 구매로 이어진다고 봤어요. 특히 가격이 비싸거나, 딱 한 순간의 경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일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제품이라면 사람들이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Q. 사람들이 PG사에 어떤 콘텐츠를 기대할지 잘 상상이 안 돼요. 전략을 어떻게 세우셨나요?
독자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PG를 이용하는 곳은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콘텐츠가 필요할 것 같은 사람들, 검색을 통해 유입될 수 있는 사람들을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로 봤어요. 특히 자사몰을 창업하는 중소규모 사업자들을 타깃으로 했어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온라인 쇼핑몰 구축이나 운영, 자사몰 창업 관련해 신뢰할 만한 콘텐츠가 없어서 검색하는 데 시간을 굉장히 많이 쏟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신뢰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페이드 채널을 통해 광고를 하는 전략이 아니라 검색을 통해 콘텐츠 독자를 유입시키는 전략을 택했죠. B2B제품은 LTV가 길어서 단기간에 페이드 광고만 진행하면 놓치는 고객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검색'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찾을 거라고 생각했죠. 자료를 찾다가 통계를 보니 B2B 고객은 평균 12회 검색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구글 1페이지에 나올 수 있는 웹페이지는 10%밖에 안 된다고 하고요. 그 안에 들지 못하면 클릭 받기 어려운 웹페이지가 되죠. 우리 회사에 관해서나 회사에 연관된 검색을 했는데 1페이지에 검색결과가 뜨지 않으면 신뢰를 얻지 못 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창업 관련 키워드, 사장님들이 관심 있어 할만한 키워드 중 검색량이 많은 것을 콘텐츠로 만들었어요. 특히 '롱테일 키워드'를 타깃으로 했고요. 검색량이 적기는 하지만 꾸준히 유입되고, 검색량이 누적되면서 조회수가 늘었어요. 결과적으로 알고리즘과 인간에게 신뢰를 얻는 콘텐츠들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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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탄생한 게 ‘사장님 백서’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중소규모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들이 궁금해 할 내용을 꼼꼼하게 다룬다. 사업자등록, 통신판매업 신고, 호스팅사 및 PG사 선정 같은 초보 사업자의 창업 단계별 고민과, 세무, 노무 등의 전문적인 고민 등 창업자들이 필수적으로 검색하는 키워드를 타깃해 주제를 선정했다. 그리고 해당 주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신뢰를 높이고자 했다.
그는 “사업자들이 정말 많이 고민하고 검색하는데, 믿을 만한 콘텐츠를 찾는 게 어려웠어요. 광고 콘텐츠가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온라인 창업을 준비할 때 신뢰할 만한 모든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게 당장 회사에 이득이 안 되더라도 사업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회사의 태도이고, 그 진심이 콘텐츠를 통해 고객에게 전해질 거라 생각했죠.”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그는 “이 일을 처음 시작하고난 뒤 몇 년은 사수가 없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뭔가를 실행하고 결정할 때 도움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이 맡은 서비스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확신을 얻을 만큼 성장했다. 자신보다 연차가 높아 일을 정리해주는 선배나 사수 같은 건 없었지만, 교집합이 있는 일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스스로 학습하며 업무의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갔다.
Q. 콘텐츠 매니저의 핵심적인 스킬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글을 잘써야 해요. 잘쓴다는 건, 메시지를 잘 정하고 메시지가 잘 전달되도록 한다는 거고요. 글을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어야 해요.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나머지 스킬은 콘텐츠 매니저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매체를 잘 이해하는 능력, 설득력 있는 콘텐츠를 쓰는 능력,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능력, 설득을 잘하는 능력 등 달라요.
Q. 잘쓰는 능력은 어떻게 연마하시나요?
많이 쓰고 많이 읽어요. 일주일에 아티클 2-3개 정도를 편집해요. 중요한 건 계속 읽어보는 거예요. 소리 내서 읽어요. 그러다가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문장을 다듬고요. 또 친구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재밌게 들어줄까 항상 고민해요.
Q. 일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말해요. 그런데 이야기는 전파되는 데 시간이 걸려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이 되고요. 그런데 그 과정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성과로 인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단순히 한 가지 콘텐츠의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고 좋은 성과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야기가 쌓이고 쌓였을 때 장기적으로 사람들의 무의식에 각인되어서,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어요. 그걸 쌓는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장단기적으로 가시적인 목표를 설계하고 달성해나가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Q. 콘텐츠의 매력이 뭔가요?
이야기는 재미 있잖아요. 계속 이야기를 발굴해내고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 이야기가 있는 곳을 찾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요. 그리고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지식도 얻게 되고 관점도 많이 확장돼요. 그래서 콘텐츠 매니저는 일하면서 자기계발할 수 있는 직업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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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안팎에서 이야기가 있는 곳, 콘텐츠가 있는 곳에 머물러 있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오늘은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건졌을까? 나는 그가 앞으로 찾아낼 이야기, 그것이 만들어낼 임팩트가 정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