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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Jan 24. 2023

어떤 사람이 콘텐츠 에디터가 되나

#콘텐츠하는사람들 인터뷰(2) 폴인 도헌정 팀장

이번 인터뷰이는 유료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의 도헌정 팀장이다. 7년차 은행원이던 그는 콘텐츠 씬으로 전직하고자 퇴사 후 서울출판예비학교, 퍼블리 객원PM에 도전했다. 브런치 매거진 <콘텐츠 기획자의 일>에서 진행하는 설문조사에 답변해주신 분 중에서 경력 있는 직장인이 콘텐츠 직무로 전업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분이 있었다. 이 글은 그에 대해 일부 답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폴인은 내가 3년여를 근무한 곳이기에 나름대로 잘 알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방향이 바뀌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전략이나 조직의 분위기 등은 아직도 대강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전략적인 부분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조금 게을리한 감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것보다 도헌정 팀장의 전직 스토리가 재밌어서 그 부분에 집중을 하기도 했다. 콘텐츠 커리어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더불어 이 인터뷰 프로젝트의 기획의도는 시리즈 1화인 토스페이먼츠 콘텐츠 전략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에서 확인할 수 있다.


7년차 은행원콘텐츠 에디터로, '폴인' 도헌정 팀장


“평생 즐길 일 찾고 싶어”

7년 경력 과감히 버리고 콘텐츠 씬으로 전직,

출판 마케터, 콘텐츠 에디터 거쳐

창업가, VC, 글로벌 기업 등 혁신가 800명 이야기 담은

유료 지식 콘텐츠 플랫폼 팀장으로


콘텐츠 에디터는 어떤 사람들이 하는 것일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기존 잡지, 책, 언론계 종사자들인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유료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의 도헌정 팀장도 콘텐츠와 전혀 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은행에서 기업 금융 업무를 7년 정도 했다. 은행도 좋은 직장이었다. 신중한 성향이 은행 일과 잘 맞았다. 하지만 평생 즐기면서 할 일을 찾고 싶었다. 관심 있던 세 가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콘텐츠, HRD(Human Resource Developement, 인적자원 개발), 여행사. 은행을 그만두면서 세 가지를 다 해보기로 했다. 그때가 서른 세 살이었다.


"낮에는 출판학교, 저녁에는 교육대학원, 주말에는 퍼블리 객원 PM을 했어요.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약 6개월을 쉬지 않고 해보고 싶은 걸 한 거죠. 여행사는 신입으로 지원해봤는데, 서류탈락 후 더 관심 두지는 않았고요. "


하고 싶은 걸 다 해봤기에 미련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콘텐츠였다. 서울 출판예비학교에서 ‘출판마케팅 과정’을 수강한 것을 바탕으로 출판사 북21에서 출판 마케터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콘텐츠 씬에 발을 디뎠다. 그후 폴인 에디터로 입사, 콘텐츠 리드를 거쳐 현재 폴인 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폴인의 콘텐츠와 서비스의 방향을 기획하며, 동료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기획이 쉽지 않다”면서도 “평생 콘텐츠 일을 하고 싶다”는 그를 만나 콘텐츠 에디터 생활에 대해 물었다.


중앙일보사가 운영하는 유료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의 도헌정 팀장


어떻게 콘텐츠 에디터가 되었나

Q. 은행에서 일하시다가 콘텐츠 일을 처음 하셨을 때 어렵진 않으셨나요?

은행 다닐 때부터 출판사에 막연한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출판사 들어가기 전부터 출판 업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 관한 책은 거의 다 읽었어요. 업계 분들 SNS도 많이 보고 트렌드 센싱을 계속 했죠. 억지로 노력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됐어요. 출판사에서 어떤 기획에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논의할 때마다 저는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이 언급됐고, 그게 빠른 적응에 힘이 됐죠.


처음에는 경력도 없는 친구가 와서 마케팅을 한다고 하니까 과연 잘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열심히 하니까 금방 신뢰해주셨죠.


Q. 출판 마케터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북21이 마케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때 입사했어요. 처음 맡은 업무는 팟캐스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이었죠.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이라는 팟캐스트였어요. 제가 마케팅을 담당했던 <클래식 클라우드>라는 시리즈를 홍보하려고 런칭 전부터 팟캐스트 기획을 시작했어요. 페이스북, 인스타, 네이버포스트 채널 홍보도 했고요. 책이 나온 후에는 그 콘텐츠를 주제로 오프라인 유료 강연도 열었죠. 유튜브도 했고요. 처음에는 혼자서 했는데, 팀원이 2명 더 생겨서 팀장이 됐어요. 그때 3년 정도 일하면서 콘텐츠를 어떻게 기획해서 어떤 채널로 알려야 하는지를 많이 배웠어요.


Q. 출판사 이후에 폴인으로는 어떻게 옮기셨나요?

콘텐츠에 워낙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폴인을 알게 됐는데, 마케터가 아니라 ‘에디터’ 자리여서 망설였어요. 출판사 다닐 때도 책 편집자는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폴인 팀에는 너무 합류하고 싶어서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누군가 “일단 잘한다고 말하고, 들어가서 하면 되지”라고 얘기해준 게 기억이 나요.(웃음) 그 말이 큰 힘이 됐습니다.


Q. 들어가보니 어떠셨나요?

재미는 있었지만 어렵기는 했어요. 출판사 마케터로 일할 때는 기획된 콘텐츠를 어떻게 더 많이 알릴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폴인에서는 기획부터 해야 해서 쉽지 않았죠. 게다가 제가 입사했던 당시엔 산업부 기자들이 중심인 조직이어서, 10년 넘게 일한 기자의 기획력을 따라잡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기획이 뾰족하지 않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폴인에 대하여

그가 일하는 ‘폴인’은 2018년 8월 중앙일보에서 런칭한 유료 지식 콘텐츠 플랫폼이다. “성장의 경험을 나눈다”라는 모토로, 일과 산업의 변화의 앞단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제공한다. 변화의 시대 직장인의 성장에는 기존의 교육 커리큘럼보다 변화의 현장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콘텐츠는 아티클, 세미나, VOD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한다. 월 7800원부터 연12만8800원까지 콘텐츠 형식과 구독 기간에 따라 다양한 멤버십 상품이 제공된다.


Q. 폴인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는 것 같아요. 폴인 에디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폴인 에디터는 ‘에디터’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기존의 전통적 에디터와는 조금 달라요. 콘텐츠 PM(Project Manager)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텍스트 아티클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기본적인 에디터 업무를 하고요. 온라인 세미나 기획, 섭외, 스크립트 작성, 진행까지도 합니다. 유튜브 출연자 역할과도 비슷한 것 같네요.


오프라인 행사나 컨퍼런스도 기획, 섭외, 진행하고요. ’폴인 페이퍼’라는 종이 신문도 제작합니다. 최근에는 폴인 VOD 콘텐츠도 런칭해서, 영상 검수도 합니다. 영상 제목도 같이 고민해야 하고요.

종합해보면, 콘텐츠마다 각각 어떤 포맷에 담는 것이 적합할지 고민하고, 포맷에 따라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어요. 반면 콘텐츠 담당자들의 역할은 빠르게 변하는데, 업에서의 정의는 아직 그 변화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 하는 것 같아요.


폴인 첫 화면 캡처

Q. 정말 다양한 일을 하시네요.

네, 이런 일을 다 한다고 말씀드리면 다들 놀라시더라고요. 신규 입사자들도 적응 과정에서 놀라는 것 같아요(웃음).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해야 할줄 몰랐다고요. 하지만 저는 출판사에서 다양한 채널을 맡아봤던 것이 폴인에서 일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건 복지라고 생각합니다(웃음). 폴인에서 이렇게 여러 역할을 해보는 것도 에디터들의 커리어에 분명히 플러스가 될 거예요.


Q. 폴인 콘텐츠 리드를 거쳐 팀장이 되셨어요. 요즘엔 어떤 고민들을 하시나요?

국내 유료 지식 콘텐츠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데요,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은 계속되고 있어요. 하지만 시장을 지배하는 빅 플레이어는 없는 상황이라, 폴인을 어떻게 차별화해서 시장 점유율을 키울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또 리더로서 팀원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어떻게 제시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Q. 콘텐츠 성과는 어떻게 측정하시나요?

조회수를 가장 많이 봐요. 완독률(아티클을 끝까지 읽은 비율)도 보고요.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와 완독률이 높은 콘텐츠가 같지 않더라고요. 조회수는 높지 않지만 완독률이 높은것도 있죠. 썸네일이나 제목이 ‘후킹*’하지는 않지만 읽어보면 재미 있어서 끝까지 읽는 것들이죠. 반대로 카피는 후킹한데 아티클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는 조회수가 높아도 완독률이 낮을 수 있어요.


저희 서비스 지표 외에도 SNS 등 외부 바이럴 여부도 체크합니다. 외부에서 바이럴될 경우 폴인 브랜드 홍보도 되고, 신규회원 가입도 유도할 수 있으니까요. 이밖에도 다양한 지표를 볼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후킹hooking : 콘텐츠, 마케팅 업계에서 고객을 낚아챈다, 관심을 잡아끈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


Q. 폴인 에디터가 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요?

폴인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는 만큼, 예측 불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갑자기 맡아야 하는 일도 많죠. 그래서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넘기는 능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언제나 어떤 주제의 콘텐츠도 빠른 시간 내에 상품화할 수 있어야 해요.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필요해요. 협업할 곳이 많거든요. 의견이 달라 설득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객원 에디터나 디자이너, 서비스 기획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해요.


콘텐츠 에디터의 일

그는 콘텐츠 직무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기획력”을 꼽았다. 1시간이 넘는 인터뷰 시간 내내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도 “기획”으로, 총 37회 등장했다. 그는 “기획에서 어떤 부분이 즐겁냐”는 물음에, 자신이 기획에 참여한 세미나가 모객하고자 했던 인원 대비 많은 사람이 참석하면 “엔돌핀이 돈다”며 지난해 5월 진행한 토스 콘텐츠 매니저 세션을 언급했다. 이 세션에는 1200여명이 참석했다. 좋은 기획은 무엇이고, 어떻게 많은 사람이 관심 갖는 기획을 만들까? 그가 생각하는 ‘기획’은 무엇인지 물었다.


Q. 기획력이 뭔가요?

변화를 잘 포착해 그것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섭외하고, 가장 매력적인 포맷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기획인 것 같아요. 그래서 기획에는 에디터만의 시각이 담기죠. 특히 스스로 무엇이 궁금한지 몰랐던 사람들이 좋은 기획의 콘텐츠를 보고 ‘이게 내가 원하던 거였어’ ‘너무 좋았어’라는 피드백을 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게 좋은 기획 같아요. 즉 좋은 기획은 독자가 욕망을 발굴하게 하는 것이죠.


Q. 기획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슨 능력이 필요한가요?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트렌드 센싱(sensing) 능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흐름을 알아야 좋은 기획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트렌드를 항상 읽어야 하죠. 또 좋은 기획은 사람에게서 출발할 때도 많기 때문에 평소 사람에 관심이 많아야 해요. 저는 SNS를 많이 보는 편인데, 업계에서 누가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는지 유심히 봐요. 여기서 기획이 시작될 때가 많습니다.


박지호(가운데) 영감의 서재 대표와 함께 하라켄야(오른쪽) 일본디자인센터 대표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도헌정 에디터(왼쪽 뒷모습).


Q. 어떨 때 일할 맛이 나나요?

독자들이 폴인의 콘텐츠를 보고 “커리어 사춘기에 도움됐어요” “힘을 얻었어요”라고 말씀하실 때 자부심이 들죠. 사실 저만 해도 이직, 전직할 때 참고할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았어요. 경력을 전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기가 어려웠죠. 세상이 빠르게 변하잖아요.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시대예요. 폴인이 거기에 기여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콘텐츠 에디터라는 직업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업계 고수들을 만날 수 있는 거요. 작년에는 새로 지어진 네이버 사옥을 취재하러 갔는데 스스로 공간 콘텐츠에 너무 관심이 많은 터라 정말 설레고 재밌었어요. 또 10년 전부터 좋아하던 디자이너를 폴인에 모셨을 때도 너무 기뻤고요. 에디터들은 지면에 실리지 않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정말 좋은 이야기들이 많죠. 이런 걸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저희 팀원들에게도 “만나고 싶은 사람 다 섭외해보라”고 해요. 사심을 채우면서 일하라고요. 그게 이 직업의 매력이니까요.


Q. 에디터도 에디터지만, 특히 폴인에서 에디터로 일하는 것의 장점은 뭔가요?

폴인은 근무 환경이 자유로운 편이에요. 유연 근무제를 하고 있어서 오전 8시에서 10시 사이에 본인이 원하는 때 출근할 수 있고, 주 2회 재택근무도 가능합니다. 한달에 두 번 금요일 오후는 자기계발 시간으로 1시에 퇴근해요(웃음). 이게 가장 기쁘네요. 최근에는 서소문과 신사에 거점오피스도 생겼고요. 기본적으로 어디에서 일하든, 본인의 일만 제대로 잘 해낸다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도 팀원들이 평소 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이에요.


Q. 콘텐츠 에디터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가 스스로 재밌게 일하고 있어서 적극 추천해요. 저는 일과 놀이가 경계 없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 너무 경계가 없어요. 그래서 힘들지만(웃음) 기본적으로는 만족합니다. 은행원에서 에디터로 전업한 후에는 월요병이 사라졌어요. 이제는 편의점도 은행도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는 시대인 만큼, 콘텐츠 수요는 계속 늘어날 거예요. 많은 분들이 도전하셔서 더 잘하는 분들도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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