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보며
http://www.mcst.go.kr/site/s_notice/press/pressView.jsp?pSeq=22278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이 38.5%라는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2023년보다 4.5% 더 줄었고, 종합독서량도 2.4권으로 낮아졌다고 한다.
숫자만 보면 우리는 점점 더 책과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독서율은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독서의 자리까지 완전히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건 20대의 독서율이었다.
20대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75.3%로 성인 연령대 중 가장 높았고, 이전 조사보다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반면 60대 이상은 14.4%로 가장 낮았다.
월평균 소득 200만 원 이하 계층의 독서율은 13.4%, 500만 원 이상의 계층의 독서율은 56.1%로 나타나,
독서율의 문제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세대와 환경, 접근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래서 나는 '요즘 사람들은 책을 안 읽는다'는 한 문장으로는
이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고 느꼈다.
누군가는 여전히 읽고 있고,
누군가는 점점 멀어지고 있고,
또 누군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독서에 들어오고 있다.
지금의 독서는 사라지고 있다기보다,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다시 배치되고 있는 것에 더 가까워 보였다.
흥미로웠던 건, 성인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재미'라는 점이었다.
독서는 여전히 많은 누군가에게 즐거운 일이고,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책이 꼭 유익해야만 읽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배움이나 생산성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재미있어서도 사람은 책을 읽는다는 것.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변화처럼 느껴진다.
독서가 의무가 아니라 취향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요즘 독서는 점점 더 자기표현에 가까워지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문장을 오래 붙들고 사는지,
어떤 세계를 가까이 두고 싶은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책 사진을 올리고,
밑줄 친 문장을 나누고,
읽은 마음을 기록하는 일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어쩌면 지금의 독서는, 지식을 쌓는 행위이기 전에
자기만의 결을 드러내는 문화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조사 결과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도 보여준다.
사람들이 책을 읽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일(공부)로 인한 시간 부족이었고,
그다음은 책 이외의 다른 매체와 콘텐츠의 이용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매일 무언가를 읽고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짧고 빠른 텍스트들이다.
가령 문자, 메신저, 검색 결과, 짧은 게시물, 숏폼들과 같이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읽지 않는 시대에 사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짧게 읽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긴 문장을 끝까지 따라가고,
한 문단을 붙들고 생각을 멈춰보는 일은 점점 드물어진다.
다음 자극은 너무 빨리 도착하고,
집중은 너무 자주 끊긴다.
그래서 나는 독서율 하락을 보며
사람들이 책을 싫어하게 되었다기보다,
긴 호흡의 읽기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결국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는 분명 편리하고 즉각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생각을 깊게 펼치는 힘까지 충분히 길러주지 못한다.
내가 여전히 책을 믿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독서는 정보를 얻는 방식이기 전에,
한 생각을 오래 붙드는 연습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독서 방식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20대의 전자책 독서율은 59.4%로, 종이책 독서율 45.1%보다 높게 나타났다.
오디오북 독서율 역시 60대 미만 모든 연령대에서 상승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내용 속에서도 역시 이를 독서 방식의 다변화와 신규 독자층 유입 가능성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나는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전자책도, 오디오북도 충분히 독서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읽는 경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10대와 20대가 전자책에 더 익숙한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인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세대에게 책은 처음부터 꼭 종이의 형태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웹툰, 웹소설, 숏폼 콘텐츠와 가까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전자책과 오디오북은 훨씬 낮은 진입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독서율을 떨어지게 하는 이런 환경들이 쌓여, 결국엔 더욱 다양한 방식의 독서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남는다.
전자책은 글자 크기를 조절할 수도 있고, 오디오북은 눈이 피로할 때도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종이책보다 훨씬 더 친절한 방식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형식은 낯설고, 접근하는 방법조차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앞으로 필요한 건
종이책을 지키는 일만이 아니라,
각자의 생활과 몸에 맞는 독서 방식을 더 넓게 소개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은 모두가 점점 더 짧고 빠른 콘텐츠로 몰려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사람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찾게 되지 않을까.
빨리 소비되는 이야기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
잠깐 웃고 넘기는 자극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순간도 있다.
그럴 때 사람은 결국 더 긴 문장과 더 느린 리듬,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이야기를 찾게 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독서의 미래를 완전히 비관하고 싶지 않다.
독서율은 떨어졌지만,
독서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오히려 지금은
무엇을 독서라고 부를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읽는 삶을 지켜낼 것인가를
다시 묻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읽고 기록하는 사람이고 싶다.
책을 더 어렵고 멀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독서에 대한 흥미를 조금이라도 높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오디오북이든,
결국 중요한 건 읽고 생각하고 내 안에 남기는 경험일 테니까.
빠르고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여전히 책을 펼치고 싶어지는 마음.
독서가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해보고 싶은 일이 되는 순간.
나는 그런 독서의 가능성을 믿고 싶다.
그리고 그 믿음을, 앞으로도 계속 내 글로 기록해두고 싶다.
또한 그런 독서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