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씨는 왜 포도의 꿈을 꿀까
살다 보면 내가 바라는 삶과
내가 실제로 살아내고 있는 삶 사이의 간격을 자주 보게 된다.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자꾸 흔들리고,
조금 더 멋지게 살아가고 싶지만 오늘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문득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아니, 애초에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는 한 걸까?
곽영승의 『양파씨, 포도의 꿈을 꾸시나요?』는
바로 그 간격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책처럼 느껴졌다.
되고 싶은 것과 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
무너지고도 다시 살아가야 하는 사람,
삶의 무게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사람에게
저자는 거창한 성공담 대신,
도망치지 않고 살아내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사랑과 상처, 꿈과 좌절, 가족과 고독, 성공과 행복 같은 삶의 주제들을 지나며,
저자는 결국 인생이란
한 번의 대단한 승리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선택들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읽다 보면 유명인의 일화도 나오고,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특정한 누군가의 특별한 삶을 보여준다기보다
결국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질문을 붙들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책처럼 다가온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책이 성공을 증명하는 방식보다
삶을 버리지 않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바라본다는 점이었다.
잘 사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끝내 자기 삶에서 도망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어쩌면 그것이 훨씬 더 어렵고, 훨씬 더 본질적인 일인지도 모르겠다.
도망치지 않는다는 말은
두려움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품은 채로 한 걸음 더 내딛겠다는 뜻에 가깝다.
우리는 자꾸만 불안이 없어져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두려움을 완전히 이겨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불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두려움은 생각보다 오래 머문다.
그런데도 우리는 출근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마음을 추슬러 다시 사람을 만나고,
무너진 날에도 다음 날을 살아낸다.
삶에서 도망치지 않는다는 것은
거창한 결의라기보다 어쩌면
이런 작고 반복적인 선택들에 더 가까운 것 아닐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내 쪽으로 돌아온다.
나는 지금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을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일까,
내가 기대한 만큼 잘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일까,
아니면 언젠가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일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삶 자체에서 도망친다기보다
삶 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떤 감정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실망, 불안, 부끄러움, 비교, 뒤처진다는 감각.
그런 감정들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지는 날에는
모든 것을 멈추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삶은 멈추지 않는다.
내가 주저앉아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고
아침은 다시 온다.
그래서 결국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없는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마음으로도 하루를 살아내는 힘이다.
이 책이 말하는 ‘도망치지 않는 삶’도
바로 그런 뜻으로 읽혔다.
이 책에는 견딤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그 대목들을 읽으며,
나는 ‘견딘다’는 말이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극복해야 하고, 뛰어넘어야 하고, 결국 더 강해져야 한다고.
그런데 견딘다는 말은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견딘다는 것은
적어도 오늘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그리고 어쩌면 삶의 대부분은 그런 식으로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이겨내진 못해도
포기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내는 것.
상처투성이여도 다시 일상을 붙드는 것.
그런 사람의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다.
나는 이 책이 강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대신,
견디는 사람의 가치를 조용히 인정해주는 책이라서 좋았다.
책은 행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행복을 어떤 눈부신 결과나 도착지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 과정에 가깝다고 말할 때,
문득 내 일상도 떠올랐다.
늘 비슷한 하루, 비슷한 자리,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도
어떤 날은 유난히 충만하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텅 빈 기분이 든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그 하루의 얼굴은 늘 같지 않다.
결국 삶의 질감을 바꾸는 것은 내가 지금 어디에 도착했느냐보다,
그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지나고 있느냐에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행복을 찾는 법보다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더 많이 생각하게 한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낯설었다.
양파씨와 포도라니..
서로 다른 존재처럼 느껴지는 이 조합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다.
양파씨가 포도의 꿈을 꾼다는 건
어쩌면 내가 가진 조건과 지금의 현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삶을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여기까지만 가능하다고 단정하지 않고,
조금 다른 삶, 조금 더 나다운 삶,
혹은 아직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방향을 꿈꾸는 일.
물론 모든 꿈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꿈이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만이 아니라,
그 꿈을 품은 채 살아가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양파씨가 포도의 꿈을 꾼다는 것은
허황된 상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넘어서는 어떤 가능성을 끝내 놓지 않는 마음처럼 느껴졌다.
책 『양파씨, 포도의 꿈을 꾸시나요?』는
삶의 민낯에 조금 더 가까운 언어로
무너지고 흔들리면서도
다시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면
대단한 결심보다, 조금 더 조용한 다짐이 남는다.
오늘도 도망치지 않겠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내 삶을 살아보겠다고.
두려움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 두려움을 안고도 한 걸음 내딛어보겠다고.
어쩌면 삶은
끝내 쓰러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쓰러지고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양파씨, 포도의 꿈을 꾸시나요? | 곽영승 | 자기계발 | 하움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