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 |

거짓말은 언제나 나쁠까

by 노하

거짓말은 언제나 나쁜 것일까


김애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고 나면,

처음 떠올렸던 질문과는 조금 다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처음에는 제목처럼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가려내는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누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어떤 말이 사실이 아닌지.


그런데 책을 덮고 나서 오래 남는 건

무엇이 거짓이었는가 보다,

왜 그런 거짓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가에 대한 마음이다.


이 소설은

거짓말을 단순히 틀린 말로만 두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거짓말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지고,

어떤 진실은

너무 아파서 끝내 바로 꺼내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 아이가 지나가는 방학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고등학교 2학년인 세 아이, 지우와 소리, 채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우는 엄마의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사고였는지, 아니면 다른 선택이 있었던 것인지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지우는 슬픔과 분노를 함께 품게 된다.


소리는 타인과 쉽게 손을 맞잡지 못하는 아이다.

그 이유는 누군가와 손이 닿는 순간

그 존재의 죽음을 예감하게 되는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

그 비밀은 소리를 점점 조용하고 방어적인 아이로 바꾸어놓았다.


채운은 가족 안에서 일어난 한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

폭력과 공포가 반복되던 어느 밤,

그는 어떤 시작을 끝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일을 끝낸다는 것은

늘 그 이후의 시간을 함께 데려온다.

채운은 사건이 지난 뒤에도

죄책감과 불안 속에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


세 아이는 서로 다른 상실과 비밀을 안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주 조금씩 서로의 삶 가까이로 들어간다.

그림으로, 기억으로, 부탁으로,

그리고 차마 다 말할 수 없는 마음들로.


이 소설이 묻는 것은 진실보다 마음에 가깝다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는 자꾸만 진실을 알고 싶어진다.


지우의 엄마는 정말 실수로 죽은 것일까.

채운의 집에서는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리는 왜 그렇게까지 손을 피하게 되었을까.


하지만 김애란 작가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그 진실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보여준다.


진실은 때로 사람을 해방시키지만,

때로는 진실만으로 사람을 살게 하지 못한다.

사람이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 사실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말과 관계와 시간이 더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거짓말 하나도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책 제목은

자기소개 게임으로 내용 중 소개된다.


자신에 대한 다섯 개의 문장을 말하고

그중 거짓인 한 개의 문장을 찾아내는 게임.


이 게임 안에서 거짓말은 다양하다.

어떤 문장은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고,

어떤 문장은 진실과 거짓을 섞은 것으로,

어떤 문장은 일부러 티 나게 꾸미기도 한다.


우리는 보통 그 다섯 문장 중

어느 것이 거짓인지 맞히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나머지 네 개의 문장이 나를 설명하는 진실이라면,

그 하나의 거짓 문장 역시

결국 나에 대해 내가 만들어낸 문장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나를 설명하는 말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 거짓이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만든 말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겨우 만들어낸 말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하는 순간들을 만난다.


상대가 무너질까 봐,

내가 버틸 수 없을까 봐,

혹은 아직 그 말을 꺼낼 준비가 되지 않아서

조금 다른 말로 돌아가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말은 분명 진실과는 거리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이

한 사람을 오늘 하루 더 살아가게 한다면,

그 거짓말을 오직 비난의 언어로만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남았다.


사람은 무엇으로 계속 살아가는가


이 책에서 인물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말들은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어떤 말은 끝내 다 설명되지 않고,

어떤 말은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채 남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불완전한 말들이

인물들을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준다.


채운의 엄마가 남긴 말도,

소리의 아빠가 들려주는 말도,

선호 아저씨가 지우에게 건네는 말도

그것이 백 퍼센트 투명한 진실인지보다

그 말을 통해 누군가 다시 삶 쪽으로 조금 더 기울게 되는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종종 진실만이 사람을 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순간에는

정확한 사실을 마주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삶에는

사실만으로 견딜 수 없는 시간이 있기도 하다.


그 시간을 건너게 하는 것은

누군가의 설명,

조심스러운 침묵,

끝내 다 전하지 못한 마음,

혹은 아주 불완전한 형태의 위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사람은 무엇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묻는 소설 같았다.


진실보다 더 오래 남는 것


무엇이 사실이었는지 정리하는 일은

어느 순간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 말을 믿고 싶었는지,

왜 어떤 사람에게는 그 말이 살아갈 이유가 되었는지는

훨씬 오래 마음에 남는다.


어쩌면 사람은

완벽한 진실만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불완전한 말과 관계와 기억 속에서도

계속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무엇이 완벽한 진실이었는가 보다,

그 이후에도 누군가의 삶이 계속될 수 있었는가 하는 것.


김애란 작가는 『이중 하나는 거짓말』에서

그 질문을 아주 조용하고도 깊게 남긴다.

그리고 그 조용하고도 깊은 질문은

책을 덮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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