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하나와 만남 둘, AI와 웹소설을 쓰게 된 이유

프롤로그 (2)

by 노창범

하나. 떠난 사람


“저 퇴사하려구요.”


시작은 회사에서 들은 20대 동료 S의 이 한마디로부터였습니다. 20년 넘는 회사 생활 동안 숱하게 들어온 말이었지만 이번엔 위력이 달랐습니다.


저는 5년 전,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두고 지인을 따라 스타트업에 뛰어든(들어버린?) 49세의 철딱서니 없는 ‘아저씨’입니다. 하지만 꿈과 희망이 넘실대고 멋진 투자자가 난데없이 나타나 몇 억, 몇 십억을 투척하는 드라마 속 스타트업과 현실은 달랐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AI를 활용한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매년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차근차근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사업전략 수립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하고 수행하는 일이 제 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퇴사를 결심한 S는 줄곧 이 일을 같이 해 온 20대 중반의 똘똘한 ‘동료’였습니다.


때는 11월, 곧 정부지원사업의 시즌이 다가오는 시점이었죠. 12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정말 바쁩니다. 마감 때는 둘이 야근과 주말근무도 해야 했죠. 그 일을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이쿠, ‘무리’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대표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새 팀원이 필요해요. 곧 시즌이 닥칩니다!”

“그럴 여력이 없어요. 다른 직원들은 하던 일이 있어서...”


흑...



둘. 앞선 사람


얼마 뒤, 몇 년 전 근무했던 한 외국계 PR 회사의 상사(였던) K를 만났습니다. 사업을 시작하셨다는 말을 듣고 연말 인사를 겸해서요.


식사를 마친 뒤 커피 한 잔씩을 사들고 그의 사무실에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공간에 자리 잡은 건 노트북이 놓인 책상, 책이 잔뜩 꽂힌 책장, 회의 탁자, 화이트보드 하나가 다였습니다. 그 풍경이 낯설었던 이유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근무할 때 그는 부사장이자 피플 매니저였습니다. 저는 그를 항상 조언과 의사결정을 받기 위한 사람들로 둘러싸인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없냐구요.


“필요 없어요. 내 직원은 AI거든.”


홀가분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는 PR과 리더십 마케팅 전문가로서 ‘메시징 전략 개발’, ‘미디어 트레이닝’,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시간과 공을 들인 일은 생성형 AI에 익숙해지고 자신이 하려는 일에 AI의 활용을 최적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챗GPT는 아침에 트렌드 쓱 훑고 기본 자료 모을 때 쓰고, 클로드는 더 깊은 인사이트나 고객별 맞춤 전략 짤 때 활용해요. 둘이 성격이 좀 달라서 용도별로 나눠서 또 교차해 쓰는 게 핵심이죠. 여기에 슬라이드덱 AI로 프레젠테이션까지 뚝딱 만들면, 혼자서도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어요.”


이름 있는 회사에서 고액 연봉을 받던 그였기에 후회는 없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50대에 입사가 쉬울 것 같아요? 그리고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내게 뭔가 쌓인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고 항상 소진된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내 일을 하니 경험도, 성과도 온전히 내 거가 돼요.”


그날 저녁 전 클로드와 챗GPT 유료 버전을 결재했습니다. 그리고 먼저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람 S가 떠난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요.



셋. 쓰는 사람


11월의 막바지엔 H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 저작권을 가르쳐 준 ‘쌤’입니다. 그 인연으로 독서모임을 함께하기도 했죠. 현재는 저작권 전문 변호사로 로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사무실이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바로 점심 약속을 잡았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글쓰기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오래전 그녀가 소설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이후 웹소설 작법에 대한 강의를 들은 그녀는 자신의 웹소설을 5화까지 썼습니다. 내용을 들었는데 꽤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육아로 바빠 한동안 손을 놓고 있다고 했죠. 저도 글쓰기로 미래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더니 웹소설을 써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녀는 다음 날 바로 웹소설 작법과 생태계에 대한 세 권의 책을 빌려줬습니다.


저는 소설책도 즐겨보고 웹툰도, 웹소설도 즐겨봅니다. 그중 쓰고 싶은 건 소위 '순수 소설'이었습니다. 제대 후 복학 전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여러 권을 읽고 처음 ‘쓰고 싶다’는 욕구가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때는 종종 픽션을 써봤고 그 결과물들 덕분에 무려 ‘종이’라는 이름의 잘 나가는 잡지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그때도 특집 코너에서 자유롭게 쓸 기회만 주어지면 짧은 픽션을 썼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H가 빌려준 세 권의 책은 그 당시 제가 '쓰는 길'에 발을 들려놓을 수 있게 해 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과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종이 지면이 아닌 디지털, 특히 모바일 화면에서 보는 스토리를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습니다. 더불어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삽화_프롤로그2.png 한 번의 이별과 두 번의 만남, 그리고 AI



2024년 12월, 도화선에 불이 붙다


이것이 제가 2024년 11월 한 달 동안 겪은 일입니다. 한 번의 이별과 두 번의 만남은 제게 AI라는 도구, 웹소설이라는 목표, 그리고 세 권의 웹소설 입문서를 선사했습니다. 그렇게 생겨난 '쓰고 싶다'는 내면의 폭탄, 그 도화선에 불을 지핀 건 12월 3일 밤에 뜬금없이 선포된 ‘계엄령’이란 사건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 보이진 않지만 자신들이 세상을 자신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력들, 그리고 이들과 맞서는 사람들에 대한 스토리를 웹소설로 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이 일을 함께할 동료로 전 생성형 AI인 '클로드'를 택했습니다. 한창 AI가 대체할 직업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가 이어지고 있죠? 저는 이 작업을 통해 늦지 않게, 제가 AI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세상의 흐름은 내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렇게 적응을 해야 하는 거겠죠.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들이 꼬리를 물면서 <클로드-체리, 함께 웹소설을 써볼까?>란 책의 집필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AI와 함께 자신의 스토리를 세상에 내놓고 싶은 분들에게 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머릿속에 써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혹은 AI와 함께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제가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 그리고 실제 협업 과정을 《클로드-체리, 함께 웹소설을 써볼까?》에 모두 담았습니다.
표지.png <클로드-체리, 함께 웹소설을 써볼까?> 표지

<클로드-체리> 함께 웹소설을 써볼까?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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