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북쪽의 벽

클로드-체리와 함께한 웹소설, <루나리스: 끝나지 않는 심야방송>

by 노창범

'민준의 형들'


(다음날 아침) 루나리스 타워 최상층인 88층 회의실. 중앙에는 고풍스러운 원목 테이블이 놓여있고, 창밖으로는 호수공원과 루나리스 킹덤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20주년 행사 준비 상황을 들어봅시다. 시설관리팀 최민준 대리."


부회장 최원석이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 참석한 20여 명의 임원 대부분은 자리에서 일어난 민준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네, 준비됐습니다."


민준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한참 발표가 진행되는데 최성준 전무가 불쑥 끼어들었다.


"잠깐, 이 수치들은 경영기획팀 자료와 다른데? 어디서 가져온 거지?"

"최신 데이터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현장? 뭐 대리다운 열정이군."


성준은 비웃으며 임원들을 둘러봤다. 몇몇 임원들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시설관리팀으로 자원한 이유인가? 현장이 적성에 맞나 보지?"


민준은 20여 명의 시선이 자신을 해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마에 땀이 맺혔지만 담담해 보이려 노력했다. 최원석 부회장이 민준에게 시선을 두며 말했다.


"회장님께서 최근 북쪽 구역 출입 현황에 관심을 보이셨어. 자격 없는 것들이 드나드는 것 같던데? 관리 좀 해야 하지 않겠나? 시설관리팀 최민준 대리.”


민준은 평소 느꼈던, 자신을 좇는 보이지 않는 시선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두 형과 임원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회의실을 나섰다.



‘임시출입증’


같은 시간, 서연과 수아는 방송실의 테이블 위에 호수공원 지도를 펼쳤다.


"어젯밤에 본 건 뭐였을까."


서연이 지도의 북쪽 구역을 가리켰다.


"동시에 진행된 두 개의 퍼레이드…"


수아는 스케치북을 펼쳐 어젯밤 그린 그림을 다시 보여줬다.


"제 그림에 계속 나타나는 곳이에요. 특히 이 부분."


수아가 가리킨 곳은 북쪽 호수 가장 깊은 지점이었다.


그때 방송실 문이 열리고 박관수가 들어왔다. 수아가 흠칫 놀랐으나 박관수는 그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호수공원 순찰이 강화됐습니다. 특히 북쪽 구역. 서연 씨도 관리실 소속이니 알아두세요."

"갑자기요?"

"어젯밤, 특이한 일이 있었나 봅니다."


박관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해야 하는데… 그래도 혹시나 용무가 있다면."


그가 잠시 망설이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카드를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저녁 6시 이후에만 유효합니다."


서연이 카드를 집어 들었다. '임시출입증'이라 적혀 있었다.


"왜 이걸 저한테?"

"저도 오래전에 그곳에서 잃어버린 게 있거든요."


박관수는 그 말을 남기고 방송실을 나갔다.



‘유일한 방법’


회의를 마친 민준도 방송실에 왔다.


"회사에서 나를 대놓고 감시하기 시작했어."


민준은 테이블에 앉으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가 내 행동을 다 알고 계셔. 특히 북쪽 구역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그럼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수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에잇! 오히려 좋아.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는 뜻이야. 될 대로 되라지."


민준이 테이블에 펼쳐진 지도를 보며 말했다.


"15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이 북쪽 구역이 갑자기 출입금지가 됐어. 그전까지는 어머니와 내가 자유롭게 산책하던 곳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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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기자, 마케터, 콘텐츠 기획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AI를 통한 창작의 확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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