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 조민석 인터뷰
지금까지 <취미가 인터뷰> 코너를 통해 PR 담당자, 마케터, 영상 디자이너, 개발자, F&B 점문가 등등 다양한 직군에서 근무하는 8명의 인터뷰이를 만나 왔습니다. 대부분 AI Collective@Seoul*이라는 커뮤니티의 멤버들입니다.
최근 이 모임에서 'AI로 활용이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업무에 익숙한 경력자들에게는 AI가 신입사원의 몫을 충분히 해줄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AI가 사회에 새로운 명과 암을 드리우고 있는 현재, 대학생들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전 졸업을 앞둔 대학생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국민대에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국민대 바이오발효융합학과에 재학 중인 조민석(25) 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가 모든 대학생들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인사이트를 줄 수는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인터뷰에서는 그런 내용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있어 AI의 의미를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AI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생각해요. 정말 그렇게 느껴요."
인터뷰는 2025년 11월 15일 저녁, 강남역 주변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럼 그의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 The AI Collective는 전 세계 100,000명 이상의 창업자, 리더, 연구자들이 모여, AI를 통해 ‘사고와 대화의 방식을 혁신’하는 글로벌 커뮤니티입니다. 올해 8월 시작된 서울 챕터는 매달 한 가지 주제 아래, 리더·창작자·전문가들이 모여 ‘AI와 함께 성장하는 사고법’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조민석 님의 대학 생활은 명지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서 시작됐습니다. 2019년 입학. 학점은 2.0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문과적 성향이 되게 강하고, 말하는 거 좋아하고, 토론 좋아하고, 아이디어 내는 걸 좋아해요. 근데 부모님이랑 저 자신이 '취업하려면 이게 낫겠지' 해서 컴공을 갔던 거죠."
초등학교 때 그의 꿈은 개그맨이었습니다. 앞에 나가서 말하면 사람들이 웃어주는 게 좋았습니다. 그런 그가 코딩을 배우는 강의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원하지 않는 걸 해야 했는데, 그럴 '노력'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학점이 2.0인 거죠."
'컴퓨터공학은 AI와도 가까운 학문 아닌가요?' 그렇게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제가 다루는 AI는 코딩 기반 AI 하고는 조금 달라요. 제가 지금 쓰는 AI는 생성형 AI 툴들이라… 완전 다른 세계죠."
결국 그는 반수를 해서 국민대학교 바이오발효융합학과로 재입학했습니다.
그가 하고 싶은 건 명확했습니다. 남들 앞에서 말하고, 토론하고, 아이디어 내는 것. 하지만 그것만으로 어떻게 먹고사나? 그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한 채, 그는 2020년을 맞이했습니다.
전환점은 2024년 군대를 다녀온 뒤 여름에 찾아왔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했던 대외활동이 '현대약품 AI 크리에이터 챌린저'였어요. 그게 제 인생 첫 AI 관련 경험이었는데… 거기서 제가 최우수상(1위)을 받았거든요."
바이오 의약품을 AI 기반 영상으로 홍보하는 대회였습니다. 그는 생성형 AI 도구를 처음 만졌습니다. Midjourney로 이미지를 만들고, Runway로 영상을 편집했습니다. 거기에 오랫동안 갈고닦은 '사람들을 웃기는 감각'을 더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진짜 제 인생 전환점이었어요. AI를 처음 만났는데, 마케팅이랑 결합되니까 너무 잘 맞는 거예요. AI가 저한테 날개를 달아준 도구였어요."
같은 시기, 그는 로킷헬스케어라는 회사의 AI 부서 마케팅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하이트진로 취업 역량 강화 캠프에서는 '진로골드' 마케팅 PT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 성과로 2025년 1월, 하이트진로 광고팀 인턴에 합격했습니다.
AI가 그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AI가 그의 오랜 욕망, 즉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웃기고, 주목받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줄 도구였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2025년 6월, 조민석 님은 'AI 피식'이라는 생성형 AI 콘텐츠 채널을 론칭했습니다. 그리고 2주 만에 조회수 1,000만. 현재 인스타그램 누적 조회수 4,000만, 팔로워 1.1만 명이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aipisik
https://www.instagram.com/ai.pisik/
"저는 그냥 웃긴 채널 만든 사람인데… 어느 순간 기업들이 'AI 강의'를 요청하고, 광고 회사에서도 'AI 영상 기획해 달라'라고 연락하고… 저한테는 진짜 꿈같은 경험이었어요."
더 놀라운 경험도 있었습니다. 최근 한 기업에서 'AI 전문가 좌담회'에 그를 초대했습니다. 할리우드 AI 영화제 수상 PD, 상업 뮤직비디오 제작자, 유명 브랜드 AI 광고 제작자 등 6명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그분들 사이에 제가 있는 거예요. '내가 뭐라고 여기 앉아있지…?' 이런 느낌이었죠. 근데 그 자리에서 진짜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아 내가 점점 이 길 위에 서고 있구나' 그걸 느꼈어요."
그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광고사업팀 인턴으로 일하며 있고, 다음 주에는 야나두 회사의 전환형 인턴으로 입사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대기업 마케팅팀과 광고 대행사를 대상으로 생성형 AI 영상 제작 강의를 나갑니다.
학점 2.0의 컴공과 중퇴생은, 이제 'AI 마케터'로 불립니다.
AI는 조민석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저한테 AI는 정말 고마운 존재예요. 그냥… 제 인생을 바꿨죠. 어쩌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어요."
확실히 그에게 끊임없이 찾아온 기회들을 보면 정말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콘텐츠 기획에 자신이 없었다면? AI 툴을 빠르게 익히지 않았다면? 그 운들은 그의 곁에 머물지 않았을 거라는 건 확실하겠죠.
그는 AI를 협업 상대처럼 느낀다고 했습니다.
"AI가 주는 방향성이나 결과물에서 힌트를 얻고, 제가 그걸 다시 인간적인 감각으로 조정하고 또 쓰고. Sora 2, Veo 3, Midjourney 같은 도구를 계속 쓰면서, AI의 '창의성 패턴'을 분석하는 느낌이 있어요."
그렇다면 AI가 모든 걸 대체할 수 있을까요?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AI가 완벽하게 못 하는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스토리의 '톤', 감정의 리듬, 사람이 왜 웃는지, 왜 공감하는지, 이런 건 아직 인간이 훨씬 잘해요. AI는 제 능력을 올려주는 장치일 뿐이고, 제 감각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물은 결국 사람들한테 안 먹히더라고요."
AI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동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민석이라는 사람이 가진 '웃기는 감각'을 증폭시켜 주는 장치입니다.
'AI 세대는 노력하지 않는다.', '쉽게 포기하고 금방 질린다.', '책임감이 부족하다.', 'SNS와 조회수에 집착한다.'
미디어와 기성세대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이런 말들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습니다. 조민석 님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습니다.
"음… 어떤 말들은 솔직히 공감되는 부분도 있어요. 근데 어떤 건 오해 같아요."
'AI가 다 해주니까 대학생은 노력을 안 한다'는 말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노력의 방식이 다른 건데요, 저도 AI를 열고 바로 실험하고 만들어보고, 이걸 계속 반복하는 방식이 몸에 배어있는데… 이걸 기성세대는 '편하게 한다'라고 보는 것 같아요. 근데… 어쩌면 저희는 오히려 불안해서 더 빨리 적응해야 하는 세대인 것 같아요."
'금방 질린다'는 말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닌 것 같아요. 빨리 포기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안 맞는 걸 빨리 포기하고 다른 걸 찾아가서 성공하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게 그냥 질렸다는 게 아니라 '이건 아니다'라고 판단이 빠른 거죠."
책임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자율을 좋아하긴 해요. 근데 그 자율에는 '스스로 책임지는 방식'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저는 채널 운영, 프로젝트 마감, 강의 준비 같은 걸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가 스스로 다 책임지려고 해요. 그러니까, 책임감이 드러나는 형태가 다르다는 게 더 맞지 않을까 해요."
SNS 조회수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숫자를 신경 쓰는 건 '자존감' 때문이 아니라, 그게 반응 데이터니까요. 어떤 콘텐츠가 먹히는지, 어디서 이탈하는지… 숫자는 분석 도구예요."
그의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일 거라고 했습니다.
"다들 '우리를 너무 단순화해서 본다' 이런 말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맞는 말도 있다. 우리도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런 느낌도 있고. 근데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우리는 불안해서 더 빨리 배워야 하는 세대다' 이거예요."
세대론은 언제나 단순화의 위험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민석 님의 답변에는 '틀렸다'는 반박보다는 '다르다'는 설명이 더 많았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물었습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대학생으로서, 사회에 던지고 싶은 한 문장이 있다면?
"AI는 우리 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더 넓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AI 덕분에 불안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 같은 사람도 이렇게 기회가 열린다는 것. 그게 그가 느끼는 이 시대의 가능성이었습니다.
만약 AI가 없었다면? 그는 웃으며 답했습니다.
"진짜요. 저는 무조건 되고 싶었어요. 그냥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 야망가였어요. 근데 AI가 저를 이 시대에 맞게 준비시켜 준 것 같아요. 제가 가고 싶은 방향을 더 또렷하게 만들어준 느낌?"
개그맨이 되고 싶었던 소년은, AI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웃기고 싶었던 욕망은, 조회수 수천만의 콘텐츠로 실현되었습니다. 앞에 나서서 말하고 싶었던 열망은, 대기업 직원들 앞에서의 강의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손 내밀어 준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는 자신의 성공이 순수 능력만으로 이뤄진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예전에 부모님이 '운이 잘 따랐다'라고 하실 때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내린 결정들이 최고의 선택이었고, 운도 함께했다고 생각합니다.
조민석 님은 '운'을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운은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을 때 온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명절 때마다 연락드렸던 분이 있어요. 이전 회사 임원 분이셨는데, 1년 반 만에 연락이 와서 그동안의 제 이야기를 들려드렸어요. 그분이 주변에 얘기해 주셨고, 그게 또 다른 기회로 이어졌죠."
'AI 피식' 채널이 성공한 후, 그는 현대약품에 감사 메일을 보냈습니다. 현대약품 AI 크리에이터 챌린저는 그가 처음으로 AI 콘텐츠를 만들어본 자리였고, 거기서 받은 최우수상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현대약품에서 인터뷰 제안도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그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일단 도전해 봐라. 첫 단추가 가장 어렵다."
대외활동이든 공모전이든, 처음 문을 두드릴 때는 누구나 망설입니다. 큰 곳들은 이미 여러 경험을 가진 경쟁자들로 가득하니, 시작 자체가 더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그는 말합니다. 작은 규모라도 괜찮으니 계속 도전하고, 작은 첫 단추부터 끼어보라고. 그 첫 단추가 채워지는 순간, 그다음부터는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기회도 더 많이 열린다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 했던 욕망. 말하는 것을 좋아했던 성향.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즐겼던 경험. 그 모든 것이 AI라는 도구를 만났을 때 폭발했습니다.
AI는 그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도구'였습니다. 조민석 님의 이야기는, 'AI가 신입의 일을 다 한다'는 불안에 대한 하나의 답이었습니다. AI는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단, 준비된 자에게.
"저는 정말 AI의 수혜자예요."
그는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아 함께 지하철을 탔습니다.
덕분에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제가 느낀 건 그가 가진 것, 쌓아온 것들과 부족한 사회 경험 사이의 간극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뒤돌아 보지 않고 AI 콘텐츠 마케터인 개인으로서 사회로 달려 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의 입에서는 경력, 정규직과 같은 단어들이 맴돌았습니다.
여기에, 좀 더 사회를 겪은 이들과 이제 사회로 첫 발을 내딛는 이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할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가 바꿔가는 세상에서도요.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