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taeng이 자리라도 좋아

2023년 태연 콘서트 'The ODD Of LOVE' 후기

by nohhmadic


구석taeng이 자리라도 좋아

지난 6월 3일과 4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소녀시대 태연’의 단독 콘서트 ‘The ODD Of LOVE’가 개최되었다. 지난 2020년 ‘The UNSEEN’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의 콘서트로, 양일 모두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시켰다. 이번 공연을 통해 태연은 여자 솔로 가수로서 5번째로 체조경기장에 입성하였고, 소녀시대로서의 공연 기록과 함께 그룹과 솔로 모두 매진시킨 최초의 여성 가수가 되었다. 즉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 모두 놓치지 않은 막강한 티켓파워와 인기를 증명하는 것이다. 콘서트 중간 태연의 멘트 중 “태연 콘서트 널리 소문내주세요.” 나 “오래된 팬들만 보러오실 줄 알았다.”가 설령 농담일지라도 진심으로 웃지 못할 만큼 치열한 티켓팅이었다. 필자는 둘째 날인 4일 콘서트에 다녀왔다. 선예매부터 뜨거웠던 티켓팅을 뚫고 겨우 확보한 좌석에 앉고 보니, 설렘으로 반짝거리며 넘실거리는 ‘핑크 오션’에 빠져있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따따따!

총 25곡으로 구성된 세트리스트를 바탕으로 태연은 홀로 공연장을 채웠다. 2022년 2월 발매한 정규 3집 [INVU]를 중심으로 채운 세트리스트는 이전의 태연 콘서트를 다녀온 팬들마저 또 놀라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이전의 콘서트를 떠올려보면 아무래도 화려한 무대 장치나 동적인 퍼포먼스를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돌출 무대나 화려한 무대장치는 덜 쓴다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콘서트에서 또 다시 놀라고 아쉽지 않았던 것은 태연은 ‘선택’했기 때문이다. 포기하거나 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보여주고자 하는 콘서트의 전체적인 콘셉트, 관통하는 메시지의 완성도를 위해 그저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른바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고, 이미 이전의 콘서트를 통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곡들을 과감하게 선택하지 않았다. 3년 만의 콘서트였지만, 오히려 3년 만의 콘서트였기 때문에 대중성을 겨냥하기 보다는 기다려준 팬들의 기대를 중심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실현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모든 장르를 섭렵한 아티스트라는 인상이 더 짙어졌다. 또한 개인적으로 몰아치는 댄스 퍼포먼스보다 훨씬 더 난이도가 높은 세트리스트라는 생각했고, 공연 중 태연의 멘트를 통해 역시나 고민스럽고 도전적인 구성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태연은 해냈다. 마법의 주문같은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따따따!”를 외치며.


본격적인 ‘입덕’이 ‘만약에’였던 영향인건지, 보컬이 돋보이는 이번 공연의 여운이 더욱 짙은 느낌이다. 바로 전 콘서트와 비교해보면, 당시엔 스탠딩에서 감상하기도 했지만 환상 속에서 꿈을 꾼 느낌을 받았다. 반면 이번 콘서트는 점점 물들어가는 수묵화처럼,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끊임없이 퍼져가고 곳곳에 스며든다. 하지만 옅어지지 않고 갈수록 짙어진다. 곱씹어 볼수록 진해진다.


You are my SIREN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 출연했을 때, 태연은 ‘색깔이 분명하지 않은 가수’, ‘특색이 없어 여기저기 잘 묻는 목소리’ 등 과거 자신의 보컬을 콤플렉스라고 여길 정도로 고민했음을 밝혔다. 또한 ‘어색하지 않는 정도’라는 표현을 하며 이것이 나만의 ‘쪼’라고 생각한다고 마무리했다.


언젠가 친구에게 태연의 노래를 한참 듣다 말한 적이 있다. 깨끗한, 혹은 깔끔한 목소리. 맑은 것과는 조금 느낌이 달라. 오히려 약간 거친 편에 가깝지. 근데 그래서 좋아.


그래서 어느 장르의 노래를 하더라도 부담스럽지 않고 과하지 않고 어울린다. 조금 더 강하게 표현하자면 건조하면서도 쿨하다. 그래서 노래를 그 자체로 표현해내고, 소화하고, 태연이 해석한 그대로 나에게 전해진다. 분명 특색이 강한 목소리가 갖는 강점은 있다. 하지만 그 특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가 아닐 때, 어색하거나 부담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태연 보컬 만의 전달력, 표현력이 노래에 대한 몰입을 극대화시키는 특색이자 쪼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태연의 음색은 그 자체로 태연을 말하고 있다. 특색을 논하는게 무의미하게 느껴질만큼 ‘성대모사도 어려운’ 대체 불가한 보컬을 가졌음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보컬과 음악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에 여전히 더 놀라운 음악과 무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깔끔하면서도 섬세한 보컬이 두드러지는 앨범이 바로 정규 3집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랑’의 과정, 순간을 노래하는 태연의 목소리는 따뜻하다가도 날카롭고, 성숙하다가도 천진하다. 사랑을 닮은 목소리다.


태연이 부르는 ‘사랑’

이번 콘서트는 정규 3집 [INVU] 앨범을 중심으로 짜여진 세트리스트였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다양하게 표현해내는 태연의 풍부한 보컬을 밴드사운드와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고음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저음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의상이 바뀌는 시점으로 이번 콘서트의 스토리텔링, 콘셉트가 나뉘는 느낌이었다. ‘INVU’에서 ‘Set Myself On Fire’까지는 어두운 의상이 보여주는 것처럼 사랑에 대해 체념하고 공허한 감정을 이어갔다. ‘Siren’과 ‘Cold As Hell’로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경고하듯 날카로우면서도 매혹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중간 토크와 ‘품’, ‘어른아이’로 이어진 후 본격적으로 ‘Weekend’부터 ‘스트레스’까지 아픈 사랑으로부터 벗어나 후련한 듯 경쾌해진 리듬에 따라 관객들도 일어나 함께 즐겼다. 이 때 ‘스트레스’는 태연이 세트리스트를 구성할 때 팬들의 반응도 많이 반영했음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이후로 미니앨범 4집 [What Do I Call You]의 수록곡이 이어졌고 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한 ‘월식’과 ‘Better Babe’, ‘사계’까지 몰아쳤다. 그 뒤로도 ‘Fine’, ‘I’, ‘너를 그리는 시간’ 등 난이도 높은 곡들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Ending Credits’으로 엔딩을 맞이했다.


물론 댄스 퍼포먼스가 부족하거나 연출이 아쉬웠던 것도 전혀 아니다. 노래 실력에 자꾸만 묻힌다며 매번 팬들이 울부짖는 춤선이 돋보이는 ‘Siren’, ‘Cold As Hell’ 등 다양한 장르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스트레스’로 다같이 뛰어놀다가 ‘Playlist’의 간질거리는 목소리에 집중했다가 ‘Better Babe’의 강렬한 락 보컬에 압도당한다. 아티스트 한 명이 하나의 공연에서 이끌어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채롭고 황홀했다.


‘Set Myself On Fire’의 마지막 소절을 부른 후 마치 불에 휩싸이듯 사라지는 연출이나 ‘Ending Credis’에서 전광판이 [INVU] 앨범 색을 담아내는 등 몰입도를 매우 높여주는 연출이 이어졌다. 무작정 화려하고 웅장한 연출을 보여주는 것보다 오히려 퍼포먼스의 집중도를 높일 섬세한 연출을 해내는 것이 더욱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심심하거나 아쉬운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퍼포먼스의 분위기에 맞게 조명의 위치도 계속 바뀌며 이번 콘서트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또한 이전 콘서트와 마찬가지로 향기와 함께 기억하길 바란다는 태연의 의도에 따라 콘서트장을 향으로 메웠다.


코로나19로 인해 생각보다 이번 공연까지의 공백이 길었다. 하지만 비대면 콘서트를 개최했다면 향기가 가져다주는 태연의 세심함은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면으로 이루어졌더라도 함성 금지 등 제한된 환경이었다면 태연과 팬 모두 공연이 완성된 느낌을 덜 받았을 것이다. 오래 기다렸지만 콘서트를 다녀오니 그 공백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팬과의 호흡이 비로소 공연을 완성시킨다고 생각한다. VCR 영상에도 응원법을 외치고, 마이크를 넘기면 따라부르는 팬과 태연의 숨기지 않은 미소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사랑에 귀 기울이고 답한다. 그러면 다시 또 태연은 사랑을 부른다.


우리는 왜 태연의 콘서트에 가야 하는가

충분히 수많은 지름길이 보였고, 새로운 지름길을 만들어내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였지만 도리어 어려운 길을 만들어 온 느낌이었다. 편한 길을 택한다고 해서 짊어질 리스크가 큰 편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라이브로 선보이지 않았던 곡들을 중심으로, 난이도가 높은 곡들도 거침없이 선곡하여 25곡이 담긴 세트리스트를 완성시켰다. 중간 숨을 돌릴 틈을 주는 VCR이나 토크 시간도 최소화한 느낌이었다. 정말 무대가 몰아쳤다. 그럼에도 팬들과의 호흡은 놓치지 않았고 바나나 반 개와 맞바꾼 솔직함과 노련함으로 단 한순간도 심심할 틈이 없었다.


태연이라는 아티스트를 알아온 시간이 꽤 길다. 그 모든 시간을 다 따지지 않더라도, 직전의 콘서트로부터의 약 3년뿐이더라도, 태연도 나도 달라졌지만 늘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마주한다. 모든 것이 변하더라도 이 관계는 변하지 않았고 이것이 아티스트와 팬 관계에서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놀토언니’처럼 앞으로도 여러 활동을 펼칠 태연에게 다양한 타이틀이 함께 하겠지만 결국 나, 그리고 팬들에게는 ‘가수 태연’, ‘소녀시대 태연’이 시작이자 끝이고 본질이다. 태연의 공연을 보고 토크를 듣는 중간 중간 언뜻 MBC 라디오 ‘태연의 친한친구’를 듣던 시절이 잠깐 스쳐 지나가곤 했다. 잔향처럼 남길 바란다는 태연의 바람은 아무래도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잔향이라기엔 그 향기가 너무나도 짙고 오래간다.


한 기억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추억하고 버틸지 모르기 때문에, 그 무한함을 영원이라 부르고 싶다. 3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릴 줄도 모른 채, 막연히 다시 만날 순간만을 기다리며 추억하고 기대했다. 어느 날은 한없이 아득한 과거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고, 또 어느 날은 당장 어제 다녀온 듯이 생생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날의 기억도 영원할 것이다. 영원을 약속하며 태연의 노래를 듣고 다음 공연을 그려본다.누군가에겐 대선배이자 꿈의 시작이 된 인물이기도 한 위치에 올랐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겐 여전히 열광하고 응원하게 되는 ‘아이돌’. 태연은 오늘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